지난 7월 3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10계 입찰 법정.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212동 131㎡가 경매에 부쳐졌다. 감정가 19억 원에서 두 차례나 유찰된 물건이어서 가격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5명만 참여한 끝에 결국 13억8880만 원(낙찰가율 73.1%)에 낙찰됐다.법원 경매시장에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가 넘쳐나고 있다.7월 6일에서 7월 22일 사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는 모두 92건이다. 이 가운데 강남구와 서초구에 소재한 아파트만 60건으로 전체의 3분의 2에 가까운 65.2%다. 불과 1년 반 전만 해도 강남권 아파트는 ‘버블 세븐’이라는 논란 속에 부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지역 아파트가 최소한 경매시장만 놓고 보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이는 부동산 경매 정보 업체의 자료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6년 상반기에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경매로 나온 물건이 모두 1만226건이고 그 가운데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는 불과 1314건이었다. 즉, 경매 물건 10개가 나와야 강남권 아파트 1개를 만날 수 있었다.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매 물건에서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경매 물건 가운데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는 24%를 차지해 4건 중 1건이 이들 지역에서 나온 셈이다.이처럼 물건이 넘치다 보니 낙찰가율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2006년 91.85%에서 2007년 89.46%, 올 6월에는 82.66%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경매시장에 버블 세븐 지역 아파트는 단지 양적으로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금액대가 10억 원대부터 48억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질이 좋아졌다. 지역도 압구정동 대치동 반포동 일원동 신천동 목동 분당 용인 등 버블 세븐 전 지역을 망라해 골고루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어쩌면 경매시장만 놓고 보면 제2의 외환위기가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한때 MB 정부가 출범하면 최고의 수혜 지역으로 예상됐던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의 경우는 더욱 두드러진다. 연초만 해도 ‘묻지마 경매’ 속에 높은 가격에 팔렸으나 상황이 돌변했다. 이전 같으면 1년 동안 만나볼 물건을 7월 한 달 동안에 다 볼 수 정도로 다양한 평형대와 금액대의 물건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현재 4건이 진행 중인데 127동 183㎡는 28억 원에서 1회 유찰 후 22억4000만 원에, 24동 160㎡는 24억 원에서 1회 유찰 후 19억2000만 원에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206동 84㎡는 14억5000만 원에서 1회 유찰 후 11억6000만 원에, 75동 157㎡는 25억 원에서 한 차례 떨어져 20억 원에 각각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한때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 동향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평형대별로 2건이 대기 중이다.이들 지역 경매 물건이 흔해진 이유는 2~3년 전 부동산 상승기 때 매수한 사람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아 결국 경매시장에서 마지막 처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기에 그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최근 경제 시황을 놓고 보면 올 하반기에는 버블 세븐 지역 내 초우량 물건이 더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지난 7월 3일 인천지방법원 21계 경매 법정에서는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사우나 시설이 11억9809만 원에 경매로 나왔다. 이날 13억6800만 원에 세 사람이 공동으로 낙찰받았다. 낙찰가율은 최초 감정가 49억9000만 원의 27.4%.최근 법원 경매시장에서는 이 같은 공동 투자 붐이 일고 있다.공동 투자는 법인 명의로 참여하는 형태와 지분별로 참여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법인 명의로 참여하는 경우는 경매 투자 법인을 설립해 참여하는 경우로 빈번한 투자 시 명의자 선택의 어려움과 다주택에 따른 양도세 중과를 피해갈 수 있어 선호하는 방법이다.반면 지분별 참여는 부정기적으로 참여하거나 부부가 투자할 때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공동 투자 바람이 부는 것은 위험 분산 목적에서다. 참여 물건 유형은 법정지상권이나 유치권, 예고등기, 지분물건 등 특수 물건이나 고가 물건으로 개인이 투자하기에 버거운 물건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특수 물건의 경우 금융권에서 대출에 난색을 표명해 자금 동원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선호한다.이 밖에 경매 대중화의 바람을 타고 각종 경매 교육 기관에서 배출한 교육생끼리 짝짓기 현상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들은 교육 중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상의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공동 투자를 전면에 내걸고 활동하는 카페도 있다.공동 투자의 두 번째 장점은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소자본으로 중대형 물건을 낙찰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소액 투자자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데에는 공동 투자가 적격이다. 즉, 레버리지 원리를 극대화해 자금 규모상 나 홀로 투자가 불가능한 상가나 토지 등에 도전한다. 그 외에 명도 등 각종 위험 요소를 집단의 힘을 빌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공동 투자의 매력이다.그러나 공동 투자가 언제나 장밋빛 성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 간 느슨한 관계는 운용 중 종종 의견 불일치를 초래하고 결속력 이완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동 투자의 생명력이 기대보다 짧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경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