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사랑에 빠지는 도시
디선가 종소리가 은은하게 귓가에 들린다. 필자가 서 있는 이곳은 파리의 한복판. 마도 이 종소리는 노트르담 성당에서 울리는 것이리라. 혹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가 종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소설 속 종 치는 콰지모도의 모습과 현실 속 종소리가 오버랩되는 장면, 이 장엄한 기분은 이곳 파리가 아니면 결코 느끼지 못하리라.종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노트르담 성당으로 가면서 발걸음이 빨라지는 필자는 이내 이곳이 파리임을 깨닫는다.파리를 수식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특히 ‘예술과 낭만의 도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만큼 파리는 이곳에 한 번이라도 와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파리는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되지만, 사실 일 때문에 파리에 가는 필자에게는 그저 멀고 힘든 출장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파리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이번 파리 출장에서만큼은 한 번 파리지앵이 되어 진정으로 파리를 느껴보라.’친구의 조언대로 이번 파리 출장에서는 내가 아직 느끼지 못한 파리의 진면목을 만나보리라 다짐했다.필자가 파리를 찾은 때는 6월이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청량감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6월의 파리는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한국에서는 바쁘다고 느끼지 못하던 자유와 여유를 이곳 파리에서 느꼈다. 작정을 하고 떠나왔던 필자는 이곳 파리에서 진정한 파리지앵이 돼, 샹송까지 흥얼거리며 낭만을 만끽했다. 파리는 과거와의 융합으로 모든 게 절제돼 있지만 사람들만큼은 자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 도시에 가득하다는 느낌이다. 순간 이 도시가 참 솔직하며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나는 왜 그러지 못했는가.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그동안 아등바등 살아온 것 아닌가’라는 후회가 들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점점 감성이 무뎌지고 사랑에도 무감각해지는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필자에게 파리라는 도시는, 이런 메마른 감성에 불을 지피고 무심했던 사랑에 다시금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마력(魔力)을 선사했다. 마력이라는 말 그대로 파리는 필자에게 ‘사람을 현혹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을 준 것이다.파리가 로맨틱하고 매력적인 이유를 하나 더 꼽으라면 노천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와 낭만이라고 할 수 있다. 파리는 노천카페에 천국이다. 적당한 햇살과 바람이 부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즐겨본다.사실, 바쁜 일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노천카페 곳곳에 앉아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기는 수많은 파리지엔과 파리지앵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즐기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는가.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이 여유롭지 못해서다. 6월의 따스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기분 좋게 맞으며 향긋한 카푸치노를 음미하는 순간, 진정한 파리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됐다. 나를 위한 가장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사치. 이는 향긋한 커피와 함께 하는 한가로운 시간이 아닐까. 내 영혼이 평안하고 안식을 누리는 순간. 행복이란 다른 게 아닌, 바로 이것이리라.유럽의 어디를 가도 그렇지만, 파리 역시 탄성이 흘러나올 만큼 명소가 곳곳에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루브르박물관이다. 유럽 최대의 박물관이며 파리의 대명사가 된 곳이 바로 루브르박물관이다. 파리에 왔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 중 하나다. 루브르에 입장할 때 동행인이 있다면 입구에서 빌려 주는 번역기를 가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특히 박물관에서는 동행인과 함께 발맞춰 다니기보다는, 조용히 자신만의 예술 세계에 빠져보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하나하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다 보면 박물관의 진면목을 가슴속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이 워낙 광대하기 때문에 하루에 다 볼 수는 없지만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천천히 다니다 보면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 놀라운 경험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노트르담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수많은 관광객들이 성당으로 몰려든다. 종소리가 가장 크게 들릴 즈음, 드디어 도착한 노트르담 성당. 눈앞에 펼쳐진 성당의 모습은 웅장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의 주무대였던 성당으로 유명한 이곳은 위고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의 심포니’로 묘사할 정도로 장엄함을 풍긴다. 파리에서 가장 큰 성당이며 ‘성모 마리아’라는 뜻을 가진 이 성당은 초기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걸작품으로 꼽힌다. 노트르담 성당에 왔다면 밖에서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성당 안에 들어가 주일 미사에 참석해 보자. 종교를 초월해 미사에 참석해 보면 파리에서 또 하나의 잊지 못할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한 박자 여유를 가지고 파리지앵으로 살아본 6월, 파리에서의 추억은 바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인생의 진정한 멋과 맛을 느끼게 해준 귀중한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위치 : 서부 유럽● 면적 : 54만3965㎢(대한민국의 2.5배)● 수도 : 파리● 인구 : 5800만 명● 인종 : 갈리아인● 종교 : 천주교 83%, 개신교 2%, 유태교2%, 회교 5%● 화폐 : 유로(1유로= 1650원, 2008년 6월 기준)● 시차 : 우리나라보다 8시간 느리다● 공용어 : 프랑스어● GDP : 약 3만 달러(2007년 기준)● 기후 : 대륙성, 지중해성, 해양성 기후로 1년 동안 전체적으로 온화한 기온을 보이지만 여름에는 건조하고 겨울엔 습하다. 여름에는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므로 선글라스와 선크림이 필수다(파리 여행은 4월부터 10월까지가 가장 좋다).글·사진 전광용 이오스여행사 대표©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