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수익’은 항상 우리를 즐겁게 한다. 아무리 저금리 시대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으로 짜릿한 경험일 수 있다. 채권이나 정기예금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인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유머의 제왕’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코미디언 헤니 영맨(Henny Youngman)이 “미국인들은 점점 힘이 세어진다”며 빈정거렸듯이 인플레이션은 힘이 세다. 그에 의하면 “20년 전에는 10달러어치의 식료품을 운반하는 데 두 사람이 필요했다. 지금은 다섯 살짜리도 할 수 있다.”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은 특히 우리가 그것을 선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예금이나 주식과 같은 투자 수단은 선택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무차별적이며 예외가 없다. 인플레이션은 알게 모르게 ‘실질 구매력의 저하’를 통해 우리에게 비수를 들이댄다.최근 원유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번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또 한 차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5월에 이미 두 자리 숫자를 넘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아직 5% 수준이라지만 이 또한 상승률이 나날이 높아져 이대로라면 금세 10%를 위협할 기세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에 예금을 맡겨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주장이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 5% 후반, 혹은 6%의 특판상품을 기준으로 해도 이자의 15.4%를 원천징수당하고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 채권 투자도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그야말로 ‘앉아서 까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예로부터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은 그에 동승하는 방법이었다. 부동산이나 원자재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가 그것이다. 원자재 투자에는 원자재 펀드도 있고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Derivatives Linked Securities) 상품도 있다.펀드 투자를 포함해 주식 투자도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현금 구매력의 감소가 배당금의 증가나 주가의 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비용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Equity Linked Securities)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DLS든 ELS든 기초 자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주가의 변동성(이 변동성이 주식 투자의 리스크다)을 역이용하는 금융공학 펀드도 있다. 이는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을 팔고 내리면 사는 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기존의 ELS와 비교하면 절세 효과가 있고 환매가 편하며 수수료가 싸다는 것이 금융공학 펀드의 강점이다. 물가 연동 국채 투자도 유력한 수단이다.물론 이들 대안 투자에 대해 항변이 있을 수도 있다. 인플레를 피한다는 것이 고작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는 ‘더 큰 위험’을 지닌 상품들이냐며 손사래를 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가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않으니 어떡하랴. 지금은 앞문의 호랑이도, 뒷문의 이리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기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리스크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하나은행 목동역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