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Talk Talk

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늘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할 때 몇 개월 후나 몇 년 후의 주가와 금리를 예측하려고 한다. 하지만 주가나 금리는 논리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최근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시계(視界)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고유가 여파로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증시도 하반기로 갈수록 변동성이 큰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신흥시장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미국 경제도 하반기에는 저점을 통과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하반기의 자산 운용에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갈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쟁의 상황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작전이 중요하다. 이를 투자에서 승리하는 요소로 옮겨 보면 종목 선택, 시장 타이밍, 자산 배분 전략 등 세 가지 변수가 중요한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 배분 전략이다. ‘BHB의 성과 평가 연구(1986)’로 잘 알려진 그레이 브린슨(Gary Brinson), 란돌프 후드(Randolpf Hood), 길버트 비보워(Gilbert Beebower)의 연구에서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95%가 자산 배분 결정에 좌우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자산 배분이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서로 다른 자산들의 투자 비율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크게 분류하면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나눌 수 있다. 조금 더 세분화하면 부동산, 현금자산, 주식, 채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를 지탱하는 바퀴는 4개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바퀴에는 적절한 공기가 채워져 있어야만 자동차는 큰 이상 없이 굴러갈 수 있다. 특정한 바퀴에 너무 많은 공기가 들어가 있거나 아예 공기가 없다면 자동차가 굴러가는데 이상 징후를 보일 것이다. 투자자들의 자산도 부동산, 현금자산, 주식, 채권이라는 4가지 자산이 적절한 비율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그러나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는 전체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한다. 낮은 비중의 금융자산도 예금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되는 등 부동산과 예금 중심의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고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매우 위험한 자산 배분이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식형 펀드를 통한 주식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의 판단이나 언론에서 얻은 정보, 거래 금융 회사의 추천에 따른 펀드 투자 방안이 많이 활성화됐다고 볼 수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포함한 전체 펀드 잔액이 339조1790억 원이며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적립식 펀드의 잔액은 71조1340억 원이나 된다.펀드 투자 시 고려할 수 있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만약 여러분들 앞에 100만 원짜리 여성용 구두, 50만 원짜리 남성용 구두, 7만 원짜리 운동화가 놓여 있고 선물로 하나만 골라 가라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대부분 구두를 고를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에 고른 것을 신고 100m 달리기를 해서 우승자에게 1000만 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운동화로 바꿀 것이다. 우리가 처음 선택할 때는 가격만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펀드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과거의 수익률이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이 변경됨에 따라 선택이 변경됐듯이 과거의 수익률만으로 펀드를 선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투자 시 자산을 배분할 때는 본인의 투자 성향에 대한 분석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후 수익성과 안정성, 유동성을 고려한 자산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상품은 아쉽지만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수익성이 높으면 안정성이 떨어지고 안정성이 높으면 수익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부동산은 유동성 측면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본인의 직관보다는 과학적 기법을 통해 본인의 투자 성향을 우선 진단한 후 수익성과 안정성, 유동성을 고려한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성공적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아울러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본인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표, 투자 기간을 고려해 상품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투자 기간을 예로 든다면 6개월 이내의 단기의 경우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MMF,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을 활용해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보통예금보다 고수익을 누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1년에서 3년 정도의 중기 자금은 투자 성향에 따라 매달 일정액의 경우 적립식 펀드를, 목돈의 경우는 상호저축은행의 고금리 상품이나 주가연계편드(ELF), 주가연계증권(ELS) 등과 같은 주가지수 연계 상품들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투자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10년 이상 장기 운용이 가능한 자금들은 노후를 대비한 보험사의 연금상품 등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천하고 싶다.분산 투자 및 장기 투자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권유하는 투자 방안이다. 여기서 장기 투자는 무조건 길게 투자한다고 해서 항상 이기는 게 아니다. 또 묻어두고 방치하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펀드가 투자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위험 관리’라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펀드에 투자하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 하지만 펀드는 나를 대신해 주식시장에 투자를 해 줄뿐 펀드에 투자한다고 해서 무조건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1억 원의 여유자금으로 3년을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첫째 해와 둘째 해에 플러스50% 수익을, 셋째 해에 마이너스 50%의 수익을 냈다고 하면 3년 후에 내 손에 남아 있는 돈은 얼마일까.“두 번이나 수익을 냈으니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는 1억1250만 원으로 연 환산 수익률은 4% 정도에 불과하다. 원금 1억 원이 1년 후 1억5000만 원이 되고 1억5000만 원이 다시 1년 후 2억2500만 원이 됐으나 3년차에 1억125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만약 위험 관리를 한다고 생각하고 투자 원금은 그대로 두되 이익이 난 돈은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고 하면 1년차에 5000만 원, 2년차에 또 5000만 원의 수익, 그리고 3년차에는 원금이 5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 결과 총 합계 금액은 1억5000만 원으로 연환산 수익률이 14.47%로 높아진다. 이렇듯 이제는 투자에 대한 위험 관리도 분산 투자, 장기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올 하반기 시장에서 본인만의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본인의 상황과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자.변승환 삼성생명 WM 팀장 sh00.byun@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