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신운용 한국마이스터주식투자신탁

드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신상품도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사는 이른바 ‘펀드 마케팅’을 누가 잘 하느냐에 따라 회사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기도 하고, 반대로 금세 쪼그라들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을 적절한 시기에 내놓는 능력이 펀드 운용 실력보다 더 중요해졌을 정도다. 덕분에 한국 펀드 시장에선 이름도 생소한 프런티어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 등 다양한 펀드들이 불과 몇 년 새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 등장했다. 이런 현상은 개인들에게 투자 기회를 넓혀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설명이 없는 불완전 판매와 같은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한국투신운용의 ‘한국 마이스터 주식투자신탁’은 이 같은 유행과는 거리가 있는 상품이다. 과거 한국투자신탁 시절이던 1999년 6월에 만들어졌으니 올해 7월로 운용 10년차에 접어드는 ‘고참’ 펀드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단기간 눈에 띄는 수익률을 자랑하진 않았지만 10년 가까이 꾸준하게 성과를 내며 정통 주식형 펀드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부침이 심한 국내 증시에서 이 펀드가 오랜 기간 투자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은 안정적인 수익률에 있다. 시장이 활황이든 침체에 빠지든 상관없이 중상위권을 유지해 온 것이다. 2003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세 상승장에서 이 펀드의 수익률은 상위 12%에 들었다. 또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4월까지 약세장에서도 상위 4%에 해당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2005년부터 이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이영석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업계 최상위의 스타 펀드는 아니지만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상위 20% 이내에 꾸준하게 들도록 하는 것이 운용팀의 목표”라고 소개했다.경쟁 펀드들에 비해 이 상품은 비교적 보유 종목이 적은 편이다. 이른바 ‘압축 투자’를 운용 전략으로 구사한다. 편입 종목은 40개 정도로만 유지한다. 이 상품과 비슷한 성격의 펀드 편입 종목 수가 대개 60∼70개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팀장은 “최근 몇 년 새 펀드 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몰린 덕분에 요즘 나오는 신상품들은 여러 종목을 다양하게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기업 분석만 제대로 된다면 압축 투자 전략이 수익률 제고에 더욱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06년 이후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성장주 일변도의 투자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균형 잡힌 종목 접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펀드 운용팀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핵심주와 전략주로 나눠 종목을 선별한다. 핵심주는 업종 대표주 위주의 우량주로 구성되며 편입 주식의 약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전략주는 단기 또는 중기로 주가 상승 요인을 지닌 종목이다. 10여 명의 애널리스트들이 현장을 뛰며 발굴해낸다. 대부분의 종목은 장기 보유를 목표로 하지만 일부 전략주의 경우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대했던 수익률을 달성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함께 사용된다. 운용팀이 전략주로 활용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대표적인 종목이 대한제강과 효성이다.부산의 철근 제조업체인 대한제강은 올해 초까지 6만 원대에서 횡보하다가 4월 이후 급등해 6월 초에는 10만 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운용팀은 이미 1년 반 전부터 대한제강을 주목하고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8만 원대에서 처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이 팀장은 “애널리스트가 대형 제철사를 탐방하러 갔다가 ‘대한제강이 공격적인 영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어서 경쟁사들이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와서 대한제강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며 “건설사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철근을 제공해 업계에서 평판이 좋았고 압연 능력에 비해 전기로 시설이 부족했지만 최근 전기로 증설을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에 영업이익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실제 대한제강의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99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31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운용팀의 예측이 적중한 것이다. 대표적인 턴어라운드 종목인 효성도 운용팀이 일찌감치 주목해 성공한 케이스다. 화섬 부문의 적자로 만성적인 저가주로 분류되던 효성은 타이어코드와 중전기 부문의 경쟁력 향상, 자산 가치 부각 등으로 6월 초 8만 원선까지 상승했다. 운용팀은 주가가 1만5000원 수준일 때부터 매수를 시작해 이 종목으로 300% 이상의 수익을 냈다.이 팀장은 앞으로 펀드매니저들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초 미국의 신용 경색 위기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가 최근 증시가 반등하면서 하반기 코스피지수 2200선을 예상하는 증권사가 나오는 등 낙관적인 의견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며 “그렇지만 해외 변수의 움직임이 아직 불확실해 당분간 박스권에서의 등락 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단기간에 경기 회복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서 글로벌 증시가 재상승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다만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 등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은 내년 공급 과잉 우려가 있지만 대만 등 2위권 업체들만 피해가 예상되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부문도 전망이 밝다는 설명이다. 은행주의 경우 순이자마진(NIM) 등 경영 관련 지표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으로 떨어진 종목이 있을 정도로 저평가 수준에 들어서 가격 메리트가 높고 산업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재매각 등 인수·합병(M&A) 이슈가 남아 있어 비교적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이 팀장은 요즘 성장주 투자의 대가로 잘 알려진 필립 피셔의 책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다시 읽으면서 투자 철학을 가다듬고 있다고 소개다. 그는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성장 전략을 제대로 펼치고 있는 좋은 기업의 경우 주가가 올랐다고 성급하게 이익을 실현할 것이 아니라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