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대우증권 잠실WM센터 팀장
동산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식은 상태이고 채권도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러시에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절세 효과가 높은 주식이나 주식연계증권(ELS) 등의 에쿼티(Equity) 부문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김주영 대우증권 잠실 자산관리센터(WM) 팀장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지키는 쪽에 투자의 무게를 두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세금 부담이 없고 유동화가 쉬운 주식의 매력에 주목하는 고객이 많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잠실 WM센터는 지난해부터 대우증권이 고액 투자자를 겨냥해 마련한 강남 3대(압구정, 도곡동) WM센터의 한 축이다. 지난 1월 센터 신설과 함께 김 팀장이 자산관리 부문을 맡고 있다. 자산관리와 프라이빗 뱅크(PB)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인력들이 주로 은행권 출신들인데 비해 그는 순수 증권가 출신이다. 사내 커플로 만나 결혼한 남편도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하는 증권맨이다.“메리츠증권 입사 동기로 남편은 정보기술(IT) 부문 애널리스트를 담당하다 회사를 옮긴 후 현재는 법인 세일즈를 맡고 있어요. 부부가 모두 증권 분야에 몸담고 있다 보니 외부 변수나 시황 변화가 생기면 집에서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보완할 수 있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자산관리 포트폴리오 구성 시 증권 네트워크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민수아 삼성투신운용 펀드매니저를 비롯해 증권가의 여성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참여하는 모임을 만들어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궁금한 종목이나 업종에 대해 직접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투자 상담 시에도 크게 도움이 되죠. 직접 위탁 매매도 했던 경험도 있고 애널리스트들처럼 기업 IR에도 참가한 후 투자 종목을 고르기 때문에 은행 출신 PB에 비해 종목 선택과 투자 타이밍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죠.”지난해부터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해 온 대우증권은 이 분야에서 타 금융사보다 뒤늦은 편이다. 이 때문에 선두권 은행이나 경쟁 증권사에 비해 고액 자산가 데이터베이스가 취약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김 팀장은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과거에는 브로커리지에 보다 역점을 뒀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전략이 크게 바뀌었다”며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1위 증권사로서 이미 풍부한 고객 정보를 갖추고 있어 자산관리 전환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팀장은 최근 대우증권에 회사 보유 주식을 맡겨 놓기만 하고 수년째 거래를 하지 않던 고객을 설득해 계좌를 유치하기도 했다.최근 들어 자산관리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특정 금융 회사에 전 재산을 맡기는 고객은 거의 없어 실질적으로 종합 자산관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게 현실이다. “고객의 자산관리를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구체적으로 해당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분산돼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에요. 여러 금융 회사에 분산돼 있는데다 세금 부담 등으로 대부분 고객이 본인의 자산 구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를 꺼리거든요. 미술품 경매에서 신분 노출을 꺼린 투자자들이 직접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유찰된 뒤 개별적으로 구매할 정도로 애프터 경매가 성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와 고유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복합 악재로 투자자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 자산가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돈 냄새에 관한 한 탁월한 감각을 지닌 그들의 행보는 역시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금융자산을 공격적으로 불리는 투자자보다 보유 자산을 지키려는 고객이 훨씬 돈의 흐름을 잘 꿰뚫어보는 것 같아요. 일부 고객은 배럴당 200달러, 250달러 전망까지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금리 정책 전환 등을 예의 주시하며 벌써부터 향후 유가 하락에 대비해 관련 수혜주를 찾아달라고 부탁할 정도입니다.”투자 자금 흐름에서도 에쿼티 분야로 회귀하는 추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주식을 사면 최소 3년 이상 보유하는 한 고객의 경우 지난주 10억 원을 입금해 놓고 종목 선별 작업에 들어갔다”며 “여전히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세금을 크게 부담스러워하는 자산가들은 현재로서는 주식만한 게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기준 50% 정도가 기대 수익률이다.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연간 12% 내외인 셈이다. 썩 높지는 않지만 부동산 투자 자금 회수 시 40% 안팎에 달하는 세금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반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바닥’ 수준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올 초에 오피스텔이 주목을 받았으나 그마저 살 만한 사람은 대부분 다 구입을 마친 상태입니다. 요즘은 오히려 보유 중인 땅도 팔기 어려울 정도로 매매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불평이 많죠. 일부 매물도 실제 거래 단계에서는 세금 부담 때문에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에요.”WM센터를 찾는 고객의 특징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본인의 투자에 대해 명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국내 주식도 제대로 모르는 데 매일매일 중국 러시아 시황까지 지켜보면서 가슴 졸여야 하느냐’며 해외 펀드는 일절 쳐다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한 기업 부회장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장기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이유로 수익률도 확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 팀장은 “분명한 신념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는 속성이 강해 일반 투자자처럼 부화뇌동식 투자는 거의 보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금 등의 실물과 외화 등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놓고 있어 상대적으로 외부 리스크 영향을 덜 받는다”고 진단했다.김 팀장은 고객을 설득하기에 앞서 먼저 실천하는 WM 매니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자들의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부자가 되려는 노력을 통해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의 규모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야 제대로 된 상담이 가능하거든요.예를 들어 증권사 직원이 고객에게는 A종목을 추천해 놓고서는 본인은 B주식을 매입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죠.” 이제 갓 네 살인 아이에게 펀드 상품과 직접 증여를 통해 1500만 원 규모의 증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혼 초기 이사 다니는데 줄곧 반대하던 남편은 수많은 부자 고객들을 만나면서 축적된 김 팀장의 감각을 경험한 후 재테크에 관해서는 백기를 들었다고 한다. 지난 2005년 마포에서 용산으로 이사한 후 용산 일대 집값은 급등세를 보였다.김 팀장은 올 초 연세대 경영대학원에 등록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한 공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는 직장일 외에 1주일에 두 번씩 출석해야 하는 대학원 진학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해요. 하지만 더 이상 공부를 미루다가는 아예 도전조차 하지 못할 것 같아 과감히 결정했어요. 무엇보다 친정어머니가 대학원 진학을 적극 지지해 줘 시작할 수 있었어요.”그는 “금융권 고급 여성 인력들이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전문성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업무 속성상 가사, 육아 등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평소 스트레스에 강한 성격인데도 때론 힘에 부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김 팀장은 “거액 자산가들과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상담을 해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한 수 배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며 “평소 그렇게 보수적인 투자자도 돈이 된다 싶으면 누구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그는 “하반기 시장에 대한 자신이 없는 투자자는 ELS 상품이 바람직하다”며 “하방경직성이 높으면서도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코스피지수 연동 ELS 등을 통해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