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상 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 총괄본부장은 현재 필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1세대 펀드매니저로 꼽힌다. 올해로 22년째 주식시장에 몸담고 있는 그는 코스피지수 폭락 사태를 두 차례나 경험한 베테랑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1000에서 400선까지 급전직하한 패닉 장을 체험했으며 홍콩에서 주피터 에셋매니지먼트 아시아의 한국담당 펀드매니저로 활동할 당시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200대까지 떨어진 급락장을 겪었다. 1994년 처음으로 주피터에서 한국담당 펀드매니저를 시작한 이후 줄곧 떨어지기만 하는 한국 시장을 지켜보면서 코스피지수와 피 말리는 싸움을 5년여간 벌이기도 했다. 유 본부장은 “다행히 코스피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 시절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는다”고 토로했다. 그가 변동성이 큰 한국 증시에서 오랜 기간 펀드매니저로서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하게 회사의 이익 성장성에 기초한 가치 투자 원칙 덕분이다. 그는 “시장은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때로는 과잉 반응을 보이며 감정을 발산하지만 결국은 항상 내재 가치로 회귀한다”며 “회사의 주가를 판단할 때도 이익 성장률과 같은 본질 가치를 중시한다”고 말했다.이런 그의 투자 원칙은 지난해 초 중국 투자 열풍이 몰아닥칠 때에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이 앞 다퉈 ‘바이 차이나’를 외칠 당시 그는 “현재 주가수익률(PER) 50배가 넘는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고성장성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과열 국면”이라며 “중국 증시가 변수로 등장할 경우 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보냈다. 올 1월 PCA자산운용에서 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본부장으로 옮기자마자 상품 운용 비중에서 주식을 대폭 줄인 것도 한국 증시가 단기 과열됐다는 판단에서다.“단기적 증시 매력이 낮아 올 하반기 국내 증시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전고점을 넘어서려면 1700선 중반을 기준으로 할 때 20% 이상 올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10% 이상 오르기도 쉽지 않다. 업사이드 측면의 매력이 크지 않으나 악재가 대부분 반영돼 더 하락할 가능성도 없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따라서 외부 충격으로 일시 급락할 때 저점 매수하는 보수적 전략이 바람직하다. 안정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하반기에는 주식 확대보다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IT주, 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들의 하반기 실적이 양호할 것은 분명하다. 수출주의 선전으로 전체적으로 상장사 이익이 올해를 비롯해 향후 3년간 연평균 10%씩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나 내수와 금융주는 부진을 보이는 등 업종별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주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돼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상반기에 시장 평균을 상회하는 주가 상승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하반기에 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을 보여주는 확실한 시그널이 없으면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한국 주식은 아시아 국가에서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그동안 할인돼 왔다. 최대 20%까지 할인된 적도 있다. 지난해 강세장에서 할인 폭이 축소됐으나 여전히 다른 아시아 신흥 국가에 비해 10% 정도 낮은 수준이다. 역사적으로 6~13배 수준의 PER에서 움직인 점을 고려할 때 현 수준은 결코 낮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어닝 서프라이즈 등을 통한 리레이팅(재평가)이 없다면 외국인들이 다시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아시아에서 중간 순위의 매력도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들은 최근에는 대만에 이어 일본 쪽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일본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확대와 이로 인한 기업의 현금흐름 증가 등 기업적 요소와 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 경제 구조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지나치게 낮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현재 외국인들의 손이 갈 수 있는 시장은 자원 부국인 중동 브라질 러시아 외에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대만 정도다.”“그동안 미국 경제의 핵심 문제가 달러 부족이었다는 점에서 강 달러 전환은 분명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유럽의 금리 인상 기조로 양국 간 금리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현재가 최고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글로벌 자금의 유로화 선호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유럽 입장에서도 달러 약세에 대한 불만이 높았고 원유 수출국인 중동 국가 대부분이 달러 페그제를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달러 강세 전환이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감세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해결을 위한 유동성 확대 등의 정책적 효과로 일시적 호전을 보인 뒤 내년 상반기나 연말까지 다소 악화될 가능성은 있으나 경기 침체까지 내다보는 것은 무리다. 자산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낮아졌다. 미 경기 회복의 핵심은 소비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회복되느냐다. 미국의 수출이 아직 양호하고 달러 강세 전환에 따른 자금 유입 등을 고려하면 더블 딥 가능성은 낮다. 미국 금리는 정부가 경기에 앞서 인플레이션 방어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어 향후 동결 또는 소폭 상승으로 돌아설 것이다.”“현재 유가 급등은 일부에서 지적하는 수급 불균형에 의한 구조적 문제보다는 헤지 펀드의 투기적 수요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개도국과 산유국들이 자국 국민들에게 지원하는 석유 보조금이 유가 상승의 부작용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게 하는 현상을 낳았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는 이들 국가들조차 보조금 지원에 한계를 느껴 축소 또는 폐지를 검토할 정도다. 현 수준이 유지되면 버틸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과거 1, 2차 오일 파동처럼 산업 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산유국들도 마냥 즐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단기적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어 소폭 오를 수는 있지만 증산 움직임을 고려할 때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대부분의 증권사들이 ELS 등 주식파생상품에만 전념하는데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FICC의 경우 국내에서는 이전까지 일부 외국계 은행에서만 해오던 분야다. 지난 4월 선보인 옥수수 밀 등 3가지 곡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1호에 400억 원이 몰리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유로화, 엔화 관련 DLS2호를 출시한데 이어 앞으로 금리 오일 등 다양한 분야로 상품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해 최근 홍콩 싱가포르의 헤지 펀드 관계자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 총괄본부장서울대 경영학과·동대학원주피터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LG투자신탁 리서치 부장CJ투자신탁 운용 팀장우리투신운용 운용 팀장PCA투자신탁 운용본부장유정상 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 총괄본부장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