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남 현지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들은 베트남 증시가 당분간 긴축 정책으로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응우옌 도안흥 증권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연말까지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을 해결하면 내년 초부터는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한국의 수출입은행 격인 비엣콤뱅크 응우옌 반뚜안 부행장은 “내년 초까지 경제난이 계속돼 2010년부터나 경제가 나아지고 증시도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조심스레 바닥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 최대 기관투자가인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사장은 이곳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릴레이 면담을 가진 뒤 “베트남 정부의 증시 안정화 대책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두 베트남 정부 관계자와 유 사장으로부터 향후 베트남 증시에 대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물론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정부의 긴축 정책은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가 안정되려면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투자나 기업에도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고 곧 좋아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베트남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싸고 수출 상승률도 20%에 달하는 등 장기적으로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요인이 많다.”“최소한 6개월 정도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 소비는 많이 감소한 상태다. 수요가 줄면 인플레이션도 수그러들게 된다. 금리 인상은 기업들의 성장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고금리는 안 된다. 정부의 공공 지출을 축소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등 다른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예측이 쉽지 않다. 베트남에서도 증시 전망이 분분하다. 350∼400이 바닥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30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전망은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낙관적으로 보면 올해 말부터지만 비관적으로 보더라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모든 경제 문제를 올 연말까지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베트남 경제 상황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의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르다.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 당시 국가들만큼 심각하지 않다. 물가 인상이 염려되긴 하지만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작년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운용사들의 보고서를 보면 지금 같은 시기가 투자 적기다.”“베트남 상황은 1997년의 한국과 다르다. 일단 베트남은 증권시장과 채권시장 규모가 매우 작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채널이 아니다. 베트남 기업들은 주로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단지 문제라면 베트남에 너무 작은 은행이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어려울 것이고 진정한 회복 국면에 들어가려면 2010년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정부 정책의 내용과 강도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비엣콤은행의 자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말까지 물가 인상 억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월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하겠지만 전월(5월)의 3% 상승에 비해 누그러질 것이다. 투기 목적 수요가 있어 이 부분만 줄이면 큰 충격은 아니다.”“골드만삭스 VN지수가 700이면 살 시기라고 했는데 지금 400 밑으로 떨어져 있다. 투자자의 심리가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비엣콤은행이 저평가된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사면 예전에 비싸게 샀던 밸류에이션을 낮출 수 있는 기회다.”“기본 펀더멘털은 서울에서 생각한 것보다 나쁜 것 같다. 한국에선 인플레이션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들었는데 실제 확인해 보니 작년보다 줄어든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베트남 기업은 ‘장난’을 치지 않고 건실한 회사인데 원자재 비용 증가와 소비 감소 등으로 1분기 15% 정도 순익이 감소했다고 한다. 일반 중소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다행스러운 점은 IMF 구제금융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는 부분이다. 국가가 금융 위기에 들어가기 전 나타나는 징후는 크게 세 가지다. 과거 우리나라처럼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구제금융을 신청하든지, 러시아처럼 국가 재정이 망가져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경우, 마지막은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사례다. 베트남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한데다 정부의 재정도 큰 문제가 없다.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악화되고 있지만 줄도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재무부 장관이 기존 공식 미팅을 취소하면서 1시간가량 미팅을 가졌고 베트남 투자청장, 증권금융위원장 등과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비록 이곳 펀더멘털이 예상 밖으로 나쁘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이들의 자세가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 세계은행 IMF 등과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고 있다. 심지어 민간 기관투자가인 내게도 조언을 구할 정도다. 베트남 정부가 자국민들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조기에 안정시켜 ‘흑자 도산’ 같은 사태를 막기만 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과거 우리처럼 베트남도 지금 깡통계좌가 사회적인 문제다.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주가가 빠지면서 졸지에 깡통 계좌를 갖게 된 것이다. 은행은 이때 반대매매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 폭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깡통 계좌 규모인 80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은행에 지원해 주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 실무진이 증시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이미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정부가 증시 활성화 대책을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걸 보면 바닥이 가까워 온 느낌이다. 내년 말까지 경제가 좋지 않더라도 증시는 그전에 먼저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나오고 모든 상황이 해결된 걸 확인한 뒤 들어가도 늦지 않다.”하노이(베트남)=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