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식 시계라면 스위스 시계다. 하지만 깐깐한 스위스 사람들만큼이나 스위스 기계식 시계와는 쉽사리 친해지기 힘들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비싼 가격은 우리를 큰맘 먹게 만들고, 복잡한 용어들과 현란한 기능들은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그래서 가격이나 기능 면에서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인 ‘친절한 스위스 기계식 시계’를 소개한다. 100년 전통의 ‘오리스’다.오리스는 20세기 초 1904년에 태동했다. 파울 캐틴과 게오르게스 크리스찬이 스위스 휄스타인에서 오리스 시계 공장을 창업한 것. 이후 오리스의 진가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타난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공군들의 애로 사항 중 하나는 시간을 맞추는 일이었다. 출격 시 고도 3만 피트 이상의 대서양 상공에서 온몸이 마비될 정도의 추위를 견디며 시간을 재조정해야 했던 것.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한층 어려웠던 이유는 미 공군 요원들이 두꺼운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기 위해 오리스는 특대 사이즈의 용두가 있는 시계 ‘빅 크라운’을 고안해 냈다. 미 공군은 이 덕분에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유럽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앞당길 수 있었다.50년이 지난 지금 이 시계는 오리스의 기계식 시계 소장품에 영광스럽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빅 크라운은 우툴두툴한 링과 유리 뚜껑의 특이한 모양새, 그리고 독특한 특징을 간직한 특대의 용두(龍頭)로 그 명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적인 요소 하나는 문자판 둘레에 한 달 동안의 전체 날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캘린더와 날짜를 가리키는 데이트 포인터가 있다는 것이다. 시계의 흐름에 발 맞춰 오리스 빅 크라운도 1989년부터는 자동 무브먼트로 된 시계가 나왔다. 최근에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직사각형 형태의 시계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디자인의 전형이다. 고대 그리스 사원에서 착안된 오리스 렉탱귤러 클래식의 섬세한 곡선은 과거와 현재가 잘 조화됐다. 그리스 사원의 바닥이 지구의 구면에 밀착해 있는 것처럼 보이듯이 오리스 직사각형 시계도 손목에 잘 맞게 정교한 선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의 건축공학 전문가들은 파르테논신전의 위용에서 입증된 그리스인의 업적에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다. 아테네의 신전에는 단 하나의 직선이나 평면을 발견할 수 없다. 신전의 바닥은 감지할 수 없을 만큼 길이 11cm, 폭 6cm 정도로 곡선을 이루고 있고 신전의 기둥도 같은 원리에 따라 안쪽으로 곡선을 이루며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 고전적인 다른 그리스 건축물과 자세히 비교해 보면 한 가지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것은 고대 건축가들이 커다란 건축물이 풍길 수 있는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탈피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이렇듯 놀라운 정교한 곡선을 사용했던 것이다. 가장 작은 치수들을 다룸으로써, 그들은 기념물 건축의 위대한 거장들이 되었다.좀 더 현대적인 건축물에서도 활처럼 굽은 정교한 곡선 효과의 불균형적인 건축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스위스 최고의 건축가 로버트 메일라드의 작품인 살긴나토블 갈튼 다리들과 스위스의 시계 명문 오리스가 제조한 렉탱귤러 클래식 시계와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곡선으로 된 케이스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시간은 물론 날짜도 바늘로 알려주는 자동식 무브먼트다. 시계 뒷면 4개의 나사들은 수심 30m까지도 케이스의 방수를 확실하게 해준다. 오리스 렉탱귤러 클래식에 영감을 준 그리스 건축물들에 대한 마지막 경의로 오리스 렉탱귤러 클래식에도 달 모양의 표시가 있다. 이들 거장들은 시간을 재는데 달을 이용했었다.2004년엔 오리스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시계들이 출시됐다. 100주년 기념 시계인 ‘센테니얼 세트’와 2004년에만 생산된 금시계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오리스는 포뮬러 1에서 주목받고 있는 랄프 슈마허와 함께 BMW 윌리엄 F1 팀과 별도로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