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주택 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한겨울의 시베리아 벌판과 비슷한 느낌이다. 우선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지금으로 봐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치솟는 물가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제기되고 있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임에 틀림이 없다. 부동산 관련 모든 지표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가리키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하반기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미분양 가구다. 정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3만2000가구이며 올 1분기에만 2만 가구가 늘어났다. 이는 최근 10년간 발생된 연평균 미분양 가구(6만9000가구)의 1.9배이며 외환위기 당시(10만3000가구)보다 많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방이 10만9000가구로 수도권(2만3000가구)보다 월등히 많다. 준공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해 비어 있는 주택도 전국적으로 2만 가구로 전체 미분양의 15.1% 수준이다. 급한 불부터 꺼야 할 처지에 놓인 정부는 지난 6월 11일 당정 협의를 통해 미분양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살펴보면 지방 비투기 지역 미분양 주택 중 분양가를 10% 인하하거나 분양 대금 납부 조건을 완화한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현행 60%에서 70%로 1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 규모에 상관없이 모기지 보험 가입 시 LTV 적용 범위를 현행 최대 80%에서 85%로 5%포인트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는 경우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현재 분양가의 2%인 취·등록세를 1%로 감면하고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는 일시적 1가구2주택 허용 기간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 준다. 임대 사업자의 경우 의무 임대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대상 주택의 면적도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49㎡로 확대했다.그러나 이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이 많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가구 수가 계속 늘어날 경우 주택 시장 전체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미분양의 원인은 건설사들의 수요 예측 실패와 고분양가에 있으므로 이번 대책으로 미분양 가구 수가 크게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유가 인상으로 자재 값이 큰 폭으로 뛰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떨어뜨리기도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수요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이런 가운데 하반기에는 대규모 분양이 예고돼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가 현재로선 중요 관전 포인트다. 분양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이들 지역마저 미분양 사태를 맞이할 경우 지방은 물론 수도권 전체가 미분양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우선 7월 초부터 김포 한강신도시에 5만2812 가구가 분양된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전 가구가 모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싼 편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전용면적 85㎡ 이하는 10년, 85㎡ 이상은 7년간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우남이 7월 초 131∼250㎡ ‘우남 퍼스트빌’ 1202가구를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8월 새한건설이 145∼154㎡ 514가구를 공급한다. 10월에는 화성산업이 100∼112㎡ 규모로 아파트 660가구를, 우미건설과 경남기업은 12월께 1041가구, 1220가구를 각각 분양한다.행정중심도시로 개발되는 수원 광교에서는 9월께 울트라건설이 A-21블록에서 113·149㎡ 1188가구를 분양하고 연말에는 용인지방공사가 A-28블록에 113㎡ 727가구를 공급한다. 판교신도에서는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이 동판교 A20-2블록에 122∼337㎡ 948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또 청라, 아산신도시, 동탄신도시 등도 하반기 대규모 분양을 예고하고 있다.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들 지역에서 공급되는 물량 중 상당수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땅값에 기본형 건축비를 합산해 산정하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주변 시세의 80%선에서 공급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청약 가점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자신의 청약 가점이 얼마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점 비중이 가장 높은 무주택 기간(32점)과 부양가족 수(35점)다.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중 75%를 가점제로, 나머지는 추첨제로 공급하며 85㎡ 이상 아파트는 절반만 가점제가 실시된다는 점도 꼭 챙겨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몇몇 단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았지만 분양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무엇보다 분양권 전매 기간에 대한 부담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은 이유다. 앞으로 본격 시행되는 분양권 상한제는 기존 분양 시장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건설업계나 수요자 모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지역별 가격 불균형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에 강남으로 대표되는 버블 세븐 지역은 약세를 면치 못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평가돼 있던 강북의 소형 아파트들이 뜨거운 열기를 기록했다. 하반기 역시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상황에 따라선 상반기보다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우선 강남은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08년 강남권에서는 총 3만2735가구가 입주에 들어가 지난해 2만1970가구보다 48.9%나 늘어난다. 입주 물량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치다.반면 강북 지역은 지난해보다 1500가구 늘어난 1만5438가구가 올해 완공돼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개발 구역 몇 개가 사업 승인을 얻을 경우 이들 물량이 일시에 소진될 수 있어 전세 시장 불안까지 야기될 수도 있다. 서울시가 하반기부터 건축 허가 를 신청하는 60㎡ 이하 소형 다세대 주택은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대신 청산하기로 하는 등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지분 쪼개기에 대해 적극 대처해 나간다고 밝혔지만 강북 재개발 집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갈 곳 없는 투기 자금이 일부 지역에 몰릴 경우 집값 상승이 인근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강남권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에겐 어쩌면 올 하반기가 기회일 수 있다. 최근 대치, 개포동 등 강남 핵심 주거지역에서 재건축 실망에 따른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새 정부에 걸었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규제 완화를 공약한 이명박 정부 출범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낳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규제 완화는 발표되지 않았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다. 올 상반기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평균 0.6% 떨어졌다. 일부 지역은 규제 완화에 대한 실망감 탓에 급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 위축은 고가, 대형 주택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 같은 경향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국내외 여건상 수출과 내수가 위축되면서 소득 증가율도 큰 폭으로 떨어져 주택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며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시장 침체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