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에서 자금을 빼내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6월 중순 현재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실질 유입액 기준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2450억 원, 2500억 원이 이탈했다.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주식채권 혼합형과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단기 유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투자 원칙과 방향을 확실히 결정한 후 투자에 나설 것으로 권하고 있다. 일단 하반기 국내외 증시 상황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최대 변수는 역시 유가 및 원자재 가격과 이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 글로벌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핵심 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팀장은 “만일 원유 가격과 원자재 가격이 상반기와 같은 상승 추세를 보인다면 하반기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다행히 산유국의 증산 움직임과 미국 달러 강세 전환 기대로 원유 가격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하반기는 이머징 마켓 모멘텀보다 국내 간판 수출주들의 성장 모멘텀과 저평가 매력이 높은 만큼 국내 시장 비중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상반기 펀드시장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원자재’였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연초 대비 수익률 상위는 브라질(199%) 라틴(11%) 중동아프리카(6%) 펀드로 모두 자원 부국에 투자한 상품이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신용 등급 상향 호재까지 겹쳐 자원 부국 중 가장 두각을 보였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까. 시장에서는 하반기 증시의 화두를 ‘인플레이션’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이 상반기와 같은 강세를 보이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수그러들지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 능력의 한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적된 이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하반기 펀드 투자 시 해외 펀드는 투자 지역 간 수익률 차별화에 대비하고 국내 주식형은 대형 수출주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바림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해외 펀드에서는 브릭스(BRICs)로 분류돼 온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머징 시장 내에서의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중국은 대외 여건과 정책 변수 등에 따른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상장기업 순이익 하락, 비유통주 물량 해제 등 하방 리스크가 한층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보유액과 재정 등의 펀더멘털이 취약한 인도에 대해서도 보수적 접근을 권하고 있다. 결국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 하반기에도 ‘원자재 스토리’가 지속된다고 볼 때 브릭스에서는 브라질, 러시아 등 고유가 수혜국 중심의 펀드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또 중남미 지역과 MENA(Middle East/North Africa: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 지역들의 하반기 성과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들어 ‘KB MENA주식형’과 ‘푸르덴셜글로벌천연자원’ ‘프랭클린내추럴리소스주식형’ 등 MENA와 에너지 섹터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하반기에는 해외 주식형이나 섹터 펀드보다 국내 주식형에 기대는 거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원자재 수혜국가 대비 국내 수출주들의 실적 모멘텀이 훨씬 강력한데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가수익률(PER)이 낮아지면서 밸류에이션 부각에 따른 외국인 매수세 유입 가능성 등 긍정적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1800선 붕괴 이후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증시가 하반기에 경기 소순환 사이클과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2차 상 승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대형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선두 그룹주 펀드와 IT 섹터 펀드, IT 주가연계펀드(ETF)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은 지금이라도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초에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테마형으로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놓았다면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전면적으로 교체해야 할 시점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연초에 국내 주식형 펀드를 정통형과 가치주 펀드로 분산한 경우 현재와 같은 박스권에서는 비중 조정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삼성코리아대표(정통) 신영밸류고배당(가치) 미래디스커버리(정통) SH Tops Value(가치) 등은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며 변동성 축소 효과뿐만 아니라 성과 면에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가 조정이 커지면 정통형 비중을 늘리고 주가 상단에서는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다.최근 국가별 수익률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원자재 가격과 인플레이션이다. 덕분에 해외 주식형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로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 있는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들의 선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달러 강세와 경기 둔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중국 시장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론적으론 원자재 수혜가 예상되는 국가의 펀드로 수익을 실현한 후 유가와 곡물 가격 진정 시 중국으로 교체하는 게 바람직한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해외 펀드 환매에는 10일가량 소요되는 제약이 따른다.김남수 삼성증권 펀드 담당 애널리스트는 “조정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지만 전면적 포트폴리오 조정 시점은 아니다”라며 “최근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추가 매수보다는 핵심 국가에 대해 길목을 지키는 전략과 함께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지역 펀드의 분할 매도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투자자의 위험 회피(risk aversion) 성향상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안전성을 선호하게 된다. 최근처럼 예측이 어려운 외부 변수에 의한 변동이 심할 때는 계량화된 지표를 투자에 참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변동성 지표인 ‘베타’(β)와 ‘표준편차’(σ)가 가장 요긴하게 사용되는 지표로 꼽힌다. 베타는 펀드와 시장과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베타가 1.2인 펀드는 시장이 10크기로 변화할 때 12만큼 움직인다는 얘기다. 반대로 베타 0.5는 변동 폭이 시장의 절반이라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높은 시장 평균 이상의 초과 기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가 인덱스 펀드에 비해 높은 베타를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주식의 베타가 0.64인데 반해 미래에셋인디펜던스는 1.22로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 민감도를 나타낸다.요즘처럼 출렁이는 장에서는 낮은 베타 펀드가 안정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투자자마다 위험 회피 지수에 편차가 있는 만큼 베타도 투자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가능한 한 투자 원금을 지키려는 보수적 투자자라면 낮은 베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나 적극적 대응을 통한 초과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변동성 높은 고베타 펀드가 나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동일 위험 대비 초과 수익 지표인 샤프지수(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표준편차로 나눈 값) 지표를 이용하는 것도 효율적 펀드 전략이다. 샤프지수 값이 클수록 동일한 위험 아래서 수익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박용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성향에 따라 펀드를 고르되 효율성 지표인 샤프지수와 시장 민감성 지표인 베타 등 기본적 투자 지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는 저베타 펀드 중 샤프지수 상위 펀드를, 적극적 투자자는 고베타 펀드 중 샤프지수 상위 펀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