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행사에서 좋은 와인 고르는 법

년 이맘때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무척 반가운 행사가 열린다. 와인을 대폭 할인 판매하는 와인 장터들이다. 백화점, 와인 숍, 그리고 할인점 등에는 50% 이상, 심지어 90%까지 할인된 와인들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붐빈다.이 덕택에 와인 초보자이든 애호가이든 저렴하게 산 와인들을 비축해둔 와인 곳간(?)을 바라보며 남다른 풍요로움에 흐뭇해한다. 그날 저녁은 불고기나 스테이크를 준비한 저녁 만찬 테이블 위에 3만 원에 구매한 10만 원짜리 와인을 두고 가족들과 함께 기분 좋게 즐기리라…. 물론 개중에는 “아니, 진작 이렇게 싸게 팔지 왜 평소에는 비싸게 파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 하겠네”라는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매년 봄에 열리는 와인 할인 행사의 첫 번째 목적은 와인의 라벨이 손상됐거나 품질이 좀 떨어지는 와인, 혹은 판매하지 못해 오랜 기간 재고로 있어 생명력을 다한 와인들을 빨리 처리하고자 하는 것이다. 와인은 살아 있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위스키나 소주처럼 무한정 보관할 수 있는 술이 아니다. 그래서 유통 과정에서 잘못 보관했거나 생명력이 떨어진 와인들은 빨리 팔기 위한 것이다.또는 와인의 상태는 훌륭한데 인기가 없거나 수입 업체의 개별적 사정으로 인해 조속히 처분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분명 소비자는 “횡재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석 같은 와인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본인이 와인 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와인을 아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이렇게 와인 창고가 정리되면 와인 업체들은 가을에 들여 올 새로운 와인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되고 7~8월 비수기인 한여름에 와인을 서늘하게 보관하느라 들어가는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픈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 와인이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와인 행사에서 좋은 품질의 와인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일단 50~90% 이상 할인되는 와인들은 정가에 판매되는 정상적인 와인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행사장에서 좋은 와인을 고르는 것은 보물찾기와 비슷하다. 할인 행사장에서 판매된 와인들은 잘 고르면 횡재이지만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으므로 모험을 걸어야 한다. 좋은 와인 구매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우선 외관상 와인이 밖으로 흘러내린 자국이 있는 제품은 조심해야 한다. 와인이 밖으로 흘렀다면 와인이 높은 온도에 노출돼 끓어 넘친 경우다. 와인이 와인 병의 어깨까지만 있는 경우에도 밖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있다. 외관상 와인의 코르크 마개가 밖으로 빠져 있거나 코르크 마개 전체가 젖어 있는 와인도 조심해야 한다.또 80~90% 혹은 그 이상 할인된 와인들은 주로 식재료나 족욕에 사용하기 좋을 것이다. 신맛이 강할 가능성이 높은데 평소 신맛을 즐긴다면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원래 소비자가격이 10만 원 미만인 와인 빈티지가 10년도 넘었다면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맛있게 익은 와인들도 있으리라. 와인 병에 표기된 빈티지로부터 3~4년 미만이 가장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주변 전문가나 애호가들의 조언에도 귀 기울여 보라. 횡재할 만한 보석 같은 와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와인을 구매하고 나서 유의해야 할 점은 할인 행사를 통해 구매한 와인들은 가능한 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와인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가능한 한 1년 이상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와인은 김치와 유사한 살아 있는 유기물이다. 김치가 시어지듯 와인도 시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신맛을 즐긴다면 그대로 음식과 함께 즐기면 된다. 오히려 이런 와인들이 우리가 평소에 즐기는 불고기나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혹은 고기를 쟁일 때 와인을 이용해 보라.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육즙이 풍부하고 향기로워진다.가끔씩 이러한 행사를 보면서 와인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10만 원 짜리 와인을 3만 원에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그 와인에 대한 가격이 3만 원으로 고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와인 수입 업체이든 판매상이든 와인 장터와 같은 특별 할인 행사가 지니는 본연의 목적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영향력 있는 와인 판매 업체들이 멀쩡한 와인들도 행사에 내놓으라는 압력으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와인의 상품 이미지가 떨어지게 마련이며 의도하지 않은 와인 가격에 대해 불신이 생기게 될 것이다.와인 장터와 같은 할인 행사가 판매자의 이익 창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와인 유통에서 오는 손실의 축소를 통해 좀 더 양질의 와인들이 저렴하게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좋은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최성순 와인21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