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신운용 ‘삼성이머징다이나믹주식’ 펀드

난해 10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인사이트 펀드’를 내놓은 이후 이머징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슈로더이머징위너스’ ‘봉쥬르그레이트이머징’ ‘알리안츠NACM글로벌이머징’ ‘JP모건글로벌이머징마켓’ 등이 모두 이런 유형의 펀드들이다. 한국투신운용이 5월에 선보인 ‘한국글로벌이머징’ 역시 이머징 증시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 ‘인사이트 펀드’는 4조 원이 넘는 판매액을 기록했고 ‘봉쥬르그레이트이머징’은 잔액이 4800억 원, ‘슈로더이머징위너스’는 2400억 원을 각각 넘어섰다.이머징 분산 펀드가 각광받고 있는 것은 성장성과 위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주요 이머징 시장의 고성장 수혜를 노리는 동시에 분산 투자로 위험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하지만 겉보기에 비슷한 글로벌 이머징 펀드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운용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인사이트 펀드’는 중국과 홍콩 비중이 40% 이상으로 중국 펀드들과 비슷한 수익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슈로더이머징위너스’는 브라질 러시아 한국 중국 태국 터키 등 6개국을 ‘베스트 국가’로 선정해 이 지역에 자산의 57%를 집중 투자하는 스타일이다. ‘봉쥬르그레이트이머징’은 중국 브라질 한국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 지역에만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삼성투신운용이 올해 1월 초 설정한 ‘삼성이머징다이나믹주식’은 글로벌 이머징 펀드이면서 차별화된 운용 전략을 구사해 주목받고 있다. 투자 대상 국가가 자주 바뀌지 않는 경쟁 상품들과 달리 이 펀드는 편입 국가를 상당히 탄력적으로 조절한다.펀드 운용팀은 각 국가별 거시 경제 상황과 기업 이익 추세 등을 점검한 후 편입 국가를 결정하는 ‘톱 다운(Top-down)’ 방식을 사용한다. 최근 3년간 증시 상승률이 상위 25% 안에 들고 인플레 통화 기업 이익 등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21개 국가가 기본 투자 대상이다. 펀드매니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계량화된 프로그램에 따라 국가를 골라낸다.운용팀은 21개 후보 국가를 대상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을 계산한 후 ‘매수’ 의견 11개국, ‘매도’ 의견 10개국으로 각각 분리한다. 각 국가별 편입 비중 기준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지수 내에서 신흥 국가별로 차지하는 비중을 사용한다. 여기서 매도 의견에 해당하는 국가는 MSCI 이머징지수 비중에서 최대 5%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 따라서 MSCI 이머징지수 비중이 5% 미만인 국가의 경우 매도 판정을 받으면 펀드 내 투자 비중이 0이 될 수도 있다. 국가 조정은 매월 한 차례씩 이뤄진다.특이한 것은 매도 국가에서 낮춘 비중 합계를 매수 국가 11개국에 균등하게 분배해 나누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기계적인 분배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위험을 처음부터 부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 매도 의견을 받은 국가 비중을 과감하게 줄인다는 점에서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인다.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삼성투신운용의 홍의석 수석매니저는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국가의 비중을 0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손절매 전략을 구사한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펀드 이름처럼 상당히 다이내믹한 투자 전략을 취하는 펀드”라고 소개했다.가령 3월 포트폴리오를 보면 투자 후보 국가 중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칠레 콜롬비아 체코 요르단 모로코 등은 투자 대상에서 빠졌다. 2월 비중이 2.95%였던 터키는 0.97%로, 인도는 2.21%에서 1.52%로, 대만은 11.64%에서 7.54%로 각각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러시아는 9.89%에서 11.15%로, 멕시코는 0%에서 5.97%로 비중이 올랐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16.60%로 가장 높았고 브라질(14.22%) 러시아(11.15%) 대만(7.54%) 중국(7.15%) 등의 순서로 짜여졌다.MSCI 이머징지수 내 국가별 비중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2.5%포인트 비중을 높여 놓은 상태다. 반면 중국은 MSCI 이머징지수에서 14.3%로 비중이 가장 높지만 이 펀드에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밸류에이션 매력과 향후 성장성은 돋보이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펀드 운용팀의 판단이다.국가별 비중이 결정되면 운용팀은 구체적인 종목 선정에 들어간다. 국가별로 10개 안팎의 가장 유망한 종목만을 골라내기 때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우량주들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3월 말 기준으로 브라질의 에너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 러시아의 가즈프롬, 인도의 정유사로 자국 내 시가총액 1위인 릴라이언스 등이 편입 비중 ‘빅3’ 종목들이다. 자원이 풍부한 이머징 국가들의 특징을 반영해 대형 에너지주들이 편입 비중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펀드 운용은 해외와 국내로 이원화돼 있다. 해외 주식 투자는 독일계 운용사인 웨스트LB멜론자산운용이 맡고 있다. 이 운용사의 글로벌이머징마켓팀이 런던에서 운용 중이다. 국내 주식은 삼성투신운용의 LT(롱텀)주식운용본부가 담당한다.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약 5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해 놓고 있다.홍 매니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성장이 글로벌 경제 성장 기여도의 47%를 차지할 정도로 이머징 국가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계량적인 방법으로 성장성이 높고 안정적인 국가를 골라내 이머징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이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운용팀은 매월 국가별 비중 변동 내역과 글로벌 증시 전망을 담은 리포트를 투자자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경쟁 펀드들과 차별화되는 서비스다. 5월 9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클래스A 기준으로 16.44%다. 이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2.94%)을 크게 앞서는 성적이다. 삼성증권 동양종금증권 기업은행 삼성생명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편입대상 21개국 중 거시경제와 기업이익 추세 감안한 탄력적 운용으로 고수익률 실현”글 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