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

리는 앞으로 경기와 증시를 읽을 때 환율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달러화는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달러 평가 지수로 본 달러 가치는 197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우리나라의 수출을 요인별로 보면 세계 경기가 70%, 환율이 30%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세계 경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미국 경기가 안정을 찾으면 우리 경기와 증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인과관계를 통해 달러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시차인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감안하면 올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과 세계 경기 안정에 점진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약세 속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대미 수출은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모기지 부실로 마진 콜(손실 투자 원금을 보전해 달라는 요구)이 발생한 미국 금융사들이 한국 등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디 레버리지’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상으로 올랐다. 환율 면에서도 대미 수출에 크게 불리하지 않음을 뜻한다.지금처럼 미국 이외의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많은 상황에서는 이종 통화의 환율 움직임도 중요하다. 이 점에 있어서는 결제 통화만 다변화돼 있으면 우리 수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원·엔 환율만 하더라도 1년 전에 비해 200원 이상 올랐다. 정도 차는 있지만 원·위안화, 원·유로화 환율도 마찬가지다. 달러 대비 경쟁국 통화가 강세를 보였어도 원화는 약세를 보이거나 상대적으로 강세 폭이 작았기 때문이다.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현 수준에서 크게 하락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 달러 가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갈수록 회복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대내적으로 달러화 공급이 늘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선물환을 통해 미리 달러화를 처분한 상태에서는 수출이 잘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달러화 공급으로 이어지기는 한계가 있다. 또 리보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의 해외 차입도 힘들어 신규로 달러화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다.더욱이 지금처럼 외환보유액을 한국은행과 한국투자공사가 이원적으로 관리하는 체제에서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 달러화를 쉽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여건도 못된다. 한국은행은 비상금 성격의 유동성 확보에, 한국투자공사는 설립 목적대로 수익성 제고에 우선적인 목적을 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반면 달러화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이에 따른 결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증권사를 비롯한 국내 금융사들이 마치 유행처럼 국내 자금을 일으켜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정책적으로도 성장 우위의 경제 정책을 운영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원화 약세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주요 예측 기관들은 달러화가 부족한 수급 사정이 앞으로도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현 수준에서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앞으로 원화 환율의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면 수출 업체들에는 일단 혜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수출은 이제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에서 품질 기술 디자인과 같은 비가격 경쟁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또 환율의 혜택을 받는 수출 업체들도 채산성 개선 정도가 종전에 비해 크게 약해졌다. 최근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원화까지 약세가 될 경우 비용 요건이 같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수출 업체마다 사정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이번에 환율이 10% 정도가 오르면 이 중 7% 정도가 비용 상승에 의해 상쇄되는 것으로 나온다.오히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가 상승하고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개발 시대와 같이 성장 목표치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 1년 전부터 인플레 안정과 늘어나는 국민들의 경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국 통화의 절상을 유도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는 1년 전에 비해 평균 10% 정도 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원화는 14% 절하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부작용이 많이 수반되는 원화 가치가치를 너무 절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워진 여건에 순응해 최소한 경쟁국 통화만큼 절상해야 과도한 원화 약세에 따른 부작용을 흡수할 수 있다. 대체로 원화 가치의 적정 수준으로 파악되는 1000원 내외까지는 절상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이와 별도로 국내 기업들은 이제부터 전사적인 차원에서 환위험 관리는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험했듯이 환율 예측과 환위험 관리에서 실패했을 경우 다른 수익원이나 비용 절감을 통해 반드시 보전한다는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환위험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율 예측을 잘하는 것이 기본이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환율 예측은 어려운 문제일지 모르지만 환율이란 ‘그 나라의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만큼 실로 많은 변수가 환율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우리 경제 입장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한 변수가 발생하면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된다고 보면 된다.동시에 외환 지식을 갖춘 외화 전문 부서는 국내 기업들이 선물환 계약에 의한 헤지나 통화 스와프 등 외부 관리 기법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나 기업 내부적으로 상계나 매칭, 자산 부채 종합 관리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리 기법을 충분하게 활용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일단 환위험이 발생하면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내부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 만약 환위험이 내부 관리 기법에 의해 제거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외부 관리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환위험 관리 기법이 결정되면 환위험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환위험을 최소화하는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환차익을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결정돼야 보다 적절한 관리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외부 관리 기법보다 내부 관리 기법은 중개 기관이 개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환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이므로 거래비용이 저렴하고 상황이 반전됐을 때 거래를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특성상 간헐적으로 수출이 이뤄지는 시기와 계속적으로 수출이 이뤄지는 시기 간의 환위험 관리 전략도 달리해야 한다. 만약 간헐적으로 수출이 이뤄지는 시기라면 수출과 동시에 선물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환율 변동과 관계없이 매출액을 일정 금액의 원화로 확정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반면 수출이 계속해서 이뤄지는 시기에는 현재 거래되는 선물 환율이 확정돼 있으나 미래 시점에 거래하게 될 선물 환율은 현물 환율과 마찬가지로 계속 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는 선물환 거래를 하더라도 미래 매출 이익의 변동 가능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수출이 계속 이뤄지는 시기에는 우선적으로 내부 관리 기법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미 달러화의 결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결제 통화를 적절히 선정함으로써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이 밖에 외부 관리 기법을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통화 스와프, 통화 선물, 옵션과 같은 파생 금융상품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외부 전문가와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환율 전문 인력을 기업 차원에서 내부화할 필요가 있다.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환율이 궁금할 때마다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도록 환율 전문가와 환율 예측 전문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반드시 구축해 놓아야 한다. 한 가지 제안한다면 이런 문제를 내부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자체적인 경영 혹은 경제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연구소 부소장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