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의 동·서·남해안을 연결하는 U자형 연안벨트는 21세기 국제화 시대에 한국의 미래 지역 성장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을 놓고 보면 우리의 이상과는 큰 거리감이 느껴진다. 부산과 인천 등 대도시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토 연안축은 지난 40년간 해상국립공원, 수자원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 개발보다 보전에 정책 기조를 두고 관리해 왔으며 이러한 정책의 틀을 바꾸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다행히 작년 말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동·서·남해안발전특별법은 국토 연안축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의 불필요한 토지 이용 규제를 완화하고, 보전해야 할 지역과 개발 가능한 지역을 구분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프로젝트 추진을 지원한다. 국토 연안은 기초적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지역이다. 특별법은 이러한 지역 개발을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고 민자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러한 제도적 지원을 기초로 남해안권이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몇 가지 계획 구상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남해안권을 미래 유망 산업의 광역 클러스터로 육성해야 한다. 남해안 전역을 지식기반형 첨단기계 및 조선 산업의 광역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세계적 기술연구소 유치, 산학협력대학 육성 및 대학 간 교류 강화, 공동 인력 양성 사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국의 지역개발공사(RDA)와 같은 남해안권개발공사 설립도 요구된다.이와 더불어 지역에 특화된 항만·물류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항, 신항, 광양항 등 남해안 주요 항만의 인프라, 운영 체계, 지원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개선해 가야 한다. 항만 배후에 입지한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의 주거·비즈니스·레저 기능을 강화해 국제교역도시로 발전시켜 가고 궁극적으로는 남해안벨트 전역을 중국의 동해안권과 같은 개방경제벨트로 조성해야 한다.남해안이 갖고 있는 천혜의 지역 환경을 재정비함으로써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환경과 역사문화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생활 문화형 관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남해안 도서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륙·연도교 건설로 접근성을 개선하고 인접 섬들의 관광 자원화도 필요하다.이들 사업 추진의 장기적 기대 효과는 첫째, 남해안권이 수도권과 함께 동북아의 지역 경제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남해안벨트의 육성으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비해 일본과의 상생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해안권과 마주보고 있는 일본의 규슈 지역은 첨단 기술과 함께 금융 자본 및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 남해안권이 동북아의 지역거점 경제권으로 성장하는 2020년에는 지역총생산이 227조 원으로 1인당 GRDP가 3만5000달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러한 기회가 장밋빛 청사진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법안 통과 이후의 후속 조치와 신중한 사업 추진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률이 구체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시행령이 만들어져야 하며 세부적 규제 완화 방안과 예산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연안역에 걸친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초광역적 지역 개발은 정부 주도만으로 추진해 갈 수 없다고 분석된다.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 단체, 기업, 그리고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광역 거버넌스의 성공적 구축이 요구되며 권역에서 제외된 내륙지방으로 지역 개발의 파급효과가 점차 확산해 갈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우배 인제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