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rid Car

하이브리드 차량은 이제 가솔린, 디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델로 우뚝 섰다. 현재 하이브리드 시장은 일본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도요타에 이어 혼다도 하이브리드 개발에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며 닛산도 지난해 말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골자로 한 ‘그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기는 기회 뒤에 바로 찾아오는 법이다. 성공하는 경영자일수록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페달을 멈추면 자전거가 쓰러지듯 기업도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도요타의 미래 기술로 시작해 이제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나가야 할 방향으로 발돋움한 하이브리드가 탄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도요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요타 경영진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차를 계속 생산해야 하는가. 지금의 호경기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의문”이라며 신개념 자동차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도요타자동차는 제작 방식과 개발 방식의 혁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개발과 제작이라는 방식이 언뜻 보면 비슷한 말 같지만 도요타는 개발의 의미를 ‘기획’, 제작의 의미를 ‘공정의 혁신’으로 한정했다.도요타 중역회의에서는 △차축 거리를 최대화해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승하차가 쉽게 좌석이 높아야 하며 △미니 밴보다 약간 낮은 1500mm 이내의 높이를 가진 공기역학적 외관으로 설계할 것을 실무진에게 주문했다. 또 지속적으로 연료 효율성이 개선된 자동 변속장치를 장착하고 리터당 20km의 연료 효율성을 갖추도록 태스크포스팀에 당부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하이브리드의 효시인 프리우스다. 1997년 10월 첫선을 보인 프리우스는 정작 일본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는데 그 비결은 놀라운 가격 경쟁력에 있었다. 도요타 코롤라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면서 ‘고연비 차량이어서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 것’이라는 논란을 일거에 불식시켰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이제 가솔린, 디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델로 우뚝 섰다.현재 하이브리드 시장은 일본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도요타에 이어 혼다도 하이브리드 개발에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며 닛산도 지난해 말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골자로 한 ‘그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도요타와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 차이는 전기모터가 몇 개나 장착돼 있느냐에 따라 나눠진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엔진인 시리즈 패러렐 방식은 2개의 모터가 엔진을 보조해 저속에서는 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하고 고속에서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작동한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고 연료 효율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혼다의 IMA 시스템은 모터와 엔진이 각각 1개씩 부착돼 연료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발진과 가속 시에 모터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제작비용이 싸고 차량의 무게가 덜 나가 고속 주행에 유리하다.최근 와서는 미국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어 제너럴모터스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으며 포드자동차는 도요타와의 기술 제휴를 모색 중이다.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현대차가 베르나, 클릭 등 몇몇 모델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작 판매 중이나 기술력, 판매 실적은 아직 미비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준중형급인 아반떼와 중형차 모델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할 예정이어서 하이브리드 엔진을 놓고 업체 간 경쟁이 불가피하다.유가가 치솟으면서 하이브리드카의 매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내 시판 중인 혼다 시빅의 일반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비교해 보자.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 차이는 약 400만 원이고 연비는 가솔린이 리터당 11.5km를 주행할 수 있는데 비해 하이브리드는 23.2km까지 가능하다.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658원54전(3월 둘째 주 기준)으로 잡으면 30만원어치의 휘발유로 일반 가솔린 모델로는 2300km, 하이브리드로는 464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역으로 생각해 이 휘발유 값을 기준으로 한 달에 2300km를 주행한다면 일반 가솔린 모델에 들어가는 기름 값은 33만 원이지만 하이브리드는 16만4424원으로 연료비 차이는 20만 원이나 된다. 이를 1년으로 계산하면 240만 원으로 벌어지는데 결국 1년 8개월이면 차값 차이만큼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원유 가격이 더 오른다면 하이브리드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렉서스 LS600hL과 RX400h, 시빅 하이브리드 등 3가지다. 혼다는 지난 1999년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인사이트를 출시한데 이어 현재 시빅, 어코드 등 3가지 모델에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해 판매 중이다. 이중 국내에 판매 중인 시빅 하이브리드는 지난 2005년 개발된 제품으로 3스테이지i-VTEC+IMA 엔진이 탑재돼 있으며 연비는 리터당 23.2km까지 나온다.렉서스의 최고급 모델인 LS600hL은 V8 하이브리드 풀타임 AWD 세단으로, 445마력(시스템 출력 기준)까지 출력을 높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돼 있다. 차 값은 1억9700만 원이다. RX400h에는 최첨단 하이브리드 엔진 외에 풀터치 스크린 방식의 7인치 내비게이션과 후진 시 안전 운전을 도와주는 리어 뷰 카메라가 장착됐으며 차 값은 8000만 원이다.판매 실적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지난 2월에만 15대나 팔렸고 렉서스의 LS600hL과 RX400h는 12대, 8대씩 판매됐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2월 26일 국내 발매를 시작한 이후 3개월 만에 목표치인 60대를 돌파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앞으로 시장 상황을 봐가며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경쟁사인 도요타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통한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지난 3월 도요타 브랜드를 국내에서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출시 모델 4가지 중 캠리와 프리우스를 하이브리드 버전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캠리는 지난 1980년 후륜구동 ‘셀리카 캠리(Celica Camry)’로 처음 소개됐으며 2년 뒤인 1982년, 도요타의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서 ‘고급 전륜구동 세단’으로 자리 매김하며 수출되기 시작한 도요타의 주력 차종이다.세계 최초의 대량 생산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도 본격 시판된다. 1997년 출시 이후 올 1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94만 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한 프리우스는 높은 연비(일본 모드 리터당 35.5 km, 미국 모드 리터당 25.5km)가 최고 장점이다.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4년 연속 톱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닛산도 올 하반기 알티마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엔진을 동시에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