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 뉴칼레도니아

뉴칼레도니아라는 섬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던 것은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던 중 우연히 손에 든 책에서 뉴칼레도니아에 대한 글을 읽고 당장 결심했다. 태고적 자연이 보존돼 있는 그곳으로 떠나기로. 그렇게 필자의 여행은 단 몇 초 만에 결정됐고 천국을 직접 느껴보겠다는 설렘에 하루하루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뉴칼레도니아에 대한 책자를 구입해 정보 수집에 나섰다.칼레도니아는 아직 한국인 관광객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옆 나라 일본인에게는 이미 많이 알려진 유명한 허니문 지역으로 해마다 3만 명에 가까운 일본인들이 찾는 곳이라고 했다. ‘역시 일본인들은 지구 곳곳을 누비며 많은 세상을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부러움을 느꼈다. 사실 일본인들이 한 해 해외여행으로 나가는 수는 작년에 약 1700만 명이고 한국은 1400만 명이라는 통계가 있다. 통계대로라면 인구 대비로는 일본보다 한국이 해외여행 인구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해외여행 역사가 일본이 한국보다 오래 되다 보니 일본은 다양한 지역에 여행자가 분포돼 있고 한국은 아직까지 동남아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만 쏠림 현상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일본인들에게 뉴칼레도니아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모리무라 가쓰라의 소설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 히트하면서였다. 이 소설은 뉴칼레도니아를 배경으로 한 여행기로 후에 영화로까지 제작되는 등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뉴칼레도니아를 찾는 계기가 됐다. 그게 1960대 중반부터라고 하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한국에서도 요사이 드라마 ‘온에어’가 뜨면서 드라마 속에 소개된 대만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린다고 들었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해외여행 역사가 빠르긴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마케팅에 의해 여행지의 유명세가 달라질 수 있구나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어느새 비행기는 서울에서 10시간 남짓 거리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에 도착함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바쁜 도시 생활에 지쳐 있던 심신을 맡기고 싶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온 뉴칼레도니아. 평화로운 안식처, 원초적인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100% 순수 청정 지대인 뉴칼레도니아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뉴칼레도니아는 현재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 있듯 한국과는 정반대 기후를 가지고 있는 뉴칼레도니아는 가을이 되면서 우기로 들어간다. 하지만 공항을 나오자 우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티 없이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온 몸을 정화시키며 우리 일행을 반기듯 밝은 미소로 맞이해 주었다.누메아 시내로 향하는 버스에서 가이드가 뉴칼레도니아에 대해 설명했다. 뉴칼레도니아는 1774년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항해하던 중 발견한 거대한 섬으로 스코틀랜드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스코틀랜드의 칼레도니아라는 지역 이름을 따 명명했다. 현재는 프랑스령으로 ‘남태평양의 작은 프랑스’로 불리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로부터 1500km 떨어진 남태평양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크기는 남한의 3분의 1 정도다.설명을 들으며 창밖으로 본 누메아의 첫인상은 프랑스의 소도시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곳곳에 보이는 원주민들이 낯선 이방인인 우리에게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에서 프랑스가 아닌 뉴칼레도니아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누메아는 프랑스의 문화와 이곳 원주민인 멜라네시아의 문화, 그리고 남태평양의 열대 풍경이 조화된 특별하고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그런 도시였다.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지구상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한 중심에 필자는 서 있었다.뉴칼레도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인 우베아 섬은 모리무라 가쓰라가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섬’이라고 표현하면서 일본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섬이 되었다. 본섬에서 비행기로 30분 거리로, 공항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아기자기한 시골의 작은 버스 터미널과 같은 곳을 통과해 섬 투어에 나섰다. 크지 않은 섬이었기에 섬 구석구석을 만끽하기 위해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5분 정도 달렸을까. 에메랄드빛의 눈부신 비치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이 황홀한 바다에 유일하게 있는 사람들이라곤 우리 일행 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 아름다운 바다에 아무도 없을 수 있을까. 여기가 무인도인가 하는 착각에 빠질 즈음 어디선가 나타난 현지 원주민이 하얀 이를 보이며 우리를 반기면서 손을 흔든다. 낯설 법도 한 이방인인 우리에게 전혀 거부 반응도 없이 다가온 이들이 건네는 말 “봉주르~~”가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일본 관광객이 온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곳이 21세기가 맞을까 할 정도로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현지 원주민들과의 만남. 늘 활기에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이런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는 속세의 때가 끼어들 자리가 없는 듯하다.섬 주변에 지은 전통 양식의 예쁜 초가집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고 있자니 세상사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사방을 둘러싸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맴돌면서 내 몸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풍경과 하나가 되었다. 그리곤 그들에게 응답했다.“봉주르~~.”● 수도 : 누메아(Noumea)● 인종 : 멜라네시안 44%. 프랑스인을 중심으로 한 유럽인 34%● 정치 : 공화제● 종교 : 가톨릭(국교) 90%, 프로테스탄트 2%● 화폐 : 퍼시픽프랑(1CPF= 약 100원, 2008년 4월 기준)● 시차 : 우리나라보다 2시간 빠르다● 공용어 : 프랑스어● 기후 : 영원한 봄의 나라 ‘뉴 칼레도니아. 1년 내내 온화하고 기분 좋은 초여름의 날씨를 보이며 연평균 기온은 섭씨 20~25로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의 여름이 계속된다. 계절로 보면 보통 9~11월이 봄, 12~3월이 여름, 4~5월이 가을, 6~8월이 겨울에 해당된다. 겨울이라고 해도 연평균 기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아침저녁에만 약간 쌀쌀할 뿐이다. 최적의 여행 시즌으로는 보통 건기에 해당하는 9~11월 하순이 꼽힌다. 한 여름에 해당하는 12~2월에는 적도의 작열하는 자외선으로 인해 선글라스와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다.글·사진 전광용 이오스 여행사(www.ios.co.kr)대표·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