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제일의 장사꾼으로는 유대인과 중국인을 들 수 있다. 그중에도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거부를 배출한 유대인을 단연 으뜸으로 칠 수밖에 없다. 멀리는 솔로몬 왕에서부터 로스차일드, 모건, 록펠러,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등과 같이 유대인 출신의 거부들은 셀 수 없이 많다.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나라를 잃고 떠돌던 그들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의 특수성 때문에 돈에 대해 독특한 생각을 갖게 됐다. 예부터 유대인들은 돈을 세속의 하나님으로 생각해 왔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제외하고는 오직 돈만이 존경하고 중시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나라 없는 유대인들은 남의 나라에서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 그들이 처한 불리한 여건을 커버하기 위해 무엇보다 약속을 존중했다. 비록 적이라고 할지라도 한 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만족을 가져온다는 신뢰가 유대인과의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그들은 계약을 중시하기 때문에 일단 계약관계가 성립되면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지켜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과도 계약으로 맺어져 있다고 믿는 ‘계약의 민족’으로서 계약이야말로 사업의 핵심이며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보고 계약을 위반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으로, 신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고 확고하게 믿는다.이러한 유대인이 현금과 보석을 많이 다루고 정보를 중시하는 것은 나라 없는 민족이 생존하기 위한 본능적 비결이다.재산을 축적하고 이동하기에 가장 편리한 현금과 보석을 다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들은 남들이 기피하는 대금업을 기꺼이 하였고 재산을 압축, 보관하고 이동할 수 있는 보석상이 된 것이다.낯선 곳에 던져지더라도 보석 몇 개만 가지고 있으면 다시 사업을 할 수 있고 중요한 정보 하나가 생사존망을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대인들은 보석과 정보를 극도로 중시할 뿐만 아니라 정보에 극도로 민감하다.로스차일드가 빌헬름 백작의 재산 관리인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도 전설적인 약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나폴레옹의 반대편에 섰던 빌헬름은 프랑스군이 프랑크푸르트로 진격해 올 때 중요한 서류와 재물을 마이어 로스차일드에게 맡겼다. 로스차일드는 이 재물을 그의 정원 한구석에 파묻고 나서 4만 탈레르쯤 되는 엄청난 자신의 상품과 재물은 숨기지 않았다. 만약 자신의 재산까지 다 숨겼다면 엄격한 수색으로 발각됐을 것이고 끝내는 빌헬름 백작의 재물도 빼앗겼을 것이다. 프랑스군이 떠난 뒤 로스차일드는 숨겨 놓은 빌헬름의 돈으로 소규모 금융업을 시작해 다시 일어났다. 전쟁 후 빌헬름 백작이 돌아왔을 때 마이어는 그의 재산에다 이자를 더해 돌려주려고 하자 빌헬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대가 정직하게 얹어 주는 이자도, 아니 원금도 되돌려 받을 생각이 없다. 내 돈은 앞으로 20년 동안 2% 이하의 이자로 그대에게 맡기겠다.”이것이 로스차일드 가문이 금융업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 계기로, 약속을 철저히 지킨 결과인 것이다. 또 다른 약속의 사례로서 J P 모건의 약속을 들 수 있다.J P 모건의 할아버지 조지프 모건은 600여 채의 건물을 잿더미로 만든 1835년의 월스트리트 대화재 덕분에 성장의 계기를 잡았다. 조지프는 현금을 바로 낼 필요가 없이 주주 명단에 서명만 하면 주주가 될 수 있는 애트나(Aetna)라는 작은 보험회사의 주주였다. 그런데 이때 대화재가 발생했다. 약관에 따라 배상금을 모두 지불하면 보험회사는 망하게 되어 있었다. 놀란 다른 주주들은 하나 둘씩 주식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심사숙고한 모건은 자신의 신용과 명예가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집까지 팔아 다른 주주들이 내놓은 모든 주식들을 저가에 인수했다. 그리고 배상금 전액도 지불했다. 그러자 애트나의 명성이 높아져 월스트리트에서 신뢰받는 보험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때 확보한 지분의 가치는 세 배 이상 높아졌다.1880년대 J P 모건은 100여 개가 난립한 미국의 철도회사를 6개의 대기업으로 합병해 파국을 면하게 했고 1901년에는 카네기 철강회사를 사서 가장 강력한 US스틸 콘체른을 만들었다. 죽기 1년 전인 1912년 75세의 모건이 국회 청문회에 출두해 진술한 대화 한 토막을 보면 할아버지 때부터 신용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긴 모건 가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언터마이어: 빌리는 사람의 자금이나 재산을 바탕으로 여신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모건: 그렇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격입니다.언터마이어: 자금이나 재산 이전에 말이지요?모건: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합니다. 돈으로 인격을 살 수는 없습니다. … 제가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의 채권을 가지고도 저한테서 돈을 빌릴 수 없습니다.”‘모건 하우스(The House Of Morgan)’란 책을 쓴 론 처노의 말을 인용하면 “J P 모건 1세와 2세 두 사람은 모습도 닮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은행가였으며 그들의 말이 곧 초우량 채권이었고 악수 하나로 모든 거래가 종료될 정도로 금융시장의 신용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반면 비판자의 입장에서 보면 “적대적 인수·합병의 무서운 경쟁자였고 외세를 이용해 음모를 꾸미고 전쟁 기간 동안 미국을 협박해 주머니를 불린 악덕 모리배였다”고 처노는 기술하고 있다.유대인들은 탈세를 하지 않는다. 세금은 국가와의 약속이므로 국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결코 탈세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익을 항상 ‘납세 후 이익’으로 생각하고 있다.유대인에게는 “아내와 아이를 빼고는 다 상품으로 팔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 사업 밑천이 전혀 없는 한 유대인이 있다고 하자. 그는 어디를 가든 유대인 단체를 찾을 수 있고 자기가 관심 있는 영역의 사업가를 추천받을 수 있다. 유대인들은 동포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동부에서 옷가게를 하는 사람이라면 옷가게가 없는 서부지역에 작은 가게를 내도록 도와주고 물건도 대 줘 돈을 벌면 본전에 이자까지 쳐서 갚도록 한다. 그렇게 하여 공급해 준 사람은 더 큰 상인이 되어 가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결국에는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되도록 만든다.그러나 이렇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준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유대인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되고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은 작은 약속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약속 하나로 인생을 망쳐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작은 약속이나 계약을 할 때도 철저히 정보를 수집한다. 유대인들의 정보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로스차일드 가문의 정보 수집 능력은 가히 놀랄만했다.19세기 초. 나폴레옹과 유럽 연합군이 전쟁을 벌이고 있을 당시 전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런던의 네이선 로스차일드는 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프랑스로 갔다. 전쟁이 역전되면서 프랑스군의 패색이 짙어졌을 무렵 네이선은 바로 워털루 전쟁터 현장에 있었다. 정확한 소식을 얻은 그는 정부의 긴급 정보 전송원보다 몇 시간 앞서 런던으로 돌아갔다. 로스차일드는 엄청난 자금을 움직여 영국 주식이 오르기 전에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후 정부의 정식 발표가 나자 주가는 급등했고 로스차일드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유대인들은 철저히 계약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지켜나간다. 그들은 한 번 약속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지킨다. 약속을 신중히 하기 위해서 그들은 정보라는 망원경과 돋보기를 활용한다. 유대인들은 온 힘을 다 바치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돈을 벌지만 일단 돈이 손안에 들어오면 재물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선사한다. 유대인들에게 돈이란 가장 말 잘 듣는 노예처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만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전진문 영남대 경영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