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박람회 ‘바젤 월드’와 ‘SIHH’ 현지 취재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와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 가보니 ‘모든 시계는 스위스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시계 브랜드 관계자와 딜러, 언론 매체가 한데 모이는 스위스 시계 박람회 현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바젤과 제네바 두 도시는 열흘간 오직 시계만을 위해 돌아갔다. 그리고 이 열흘간 전 세계 시계산업의 향방이 결정된다. MONEY 독자를 위해 잰걸음, 촉박한 스케줄로 취재한 2008 시계 트렌드에 관한 프리미엄 리포트.1917년 시계와 보석의 샘플 박람회인 ‘MUBA’가 시초였다. 올해로 91년째. 역사가 깊다. 2003년부터 바젤월드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내년부터 2012년까지 스케줄이 이미 확정돼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다. ‘Basel World 2008’은 지난 4월 3일 8일간의 일정으로 스위스 바젤에서 개막했다. 한국을 포함한 45개국 2087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전 세계에서 날아온 2500여 명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 행사가 개최지 바젤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지난해 집계된 매출만 12억 프랑(약 1조1830억 원)에 이르며 관련 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모두 합치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산출된다.대중을 대상으로 한 바젤월드와 달리 ‘SIHH(The 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는 극소수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1991년 시작돼 올해로 18년째를 맞는 SIHH는 고급시계재단이 주최하고 고급 시계 브랜드 단 16개사만이 출품한다. 각 브랜드에서 미리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프라이빗한 전시회인 만큼 내부 분위기나 서비스 등이 바젤월드보다 고급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1. 고전의 재해석, 레플리카·레트로역사나 사연이 담긴 원본 시계를 완벽하게 복원해 내거나(레플리카), 원본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재현하는(레트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졌다.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제품인 ‘시그니처 라인’을 변형한 시계들도 많았다. 따라서 시계 이름에 원본의 연도를 나타내는 숫자를 붙이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었다.2. 로즈 골드 소재 여전히 강세과거 기피되던 로즈 골드가 바야흐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같은 시계도 로즈 골드로 만든 제품만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따뜻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는 이유를 등에 업고 인기 상한가다.3. 큼직한 다이얼, 오버사이즈가 대세다이얼이 크면 남자용, 작으면 여자용이었던 때가 있었다. 이젠 옛말이 됐다. 남녀용의 구분이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기존의 남성 워치는 보다 큰 사이즈로 확대됐다. 평균 다이얼 지름은 5cm 이상으로 종전의 3.5cm 내외에 비해 훨씬 커졌다.4. 세라믹 신소재 각광세라믹(산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시계가 대거 등장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경우 시계를 찬 손목 주변에 물집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남기지만 세라믹은 부작용이 없다. 다이아몬드만큼 견고하고 튼튼하며 영속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신소재다.5.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 컴플리케이션 붐가제트 형사의 만능 시계가 연상될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시계 하나에 담느라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신기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뉴워치를 자랑했다. 방수는 기본이고 기상 변화 예측, 나침반, 온도 측정, 스톱워치, 고도 측정이 모두 가능한 시계가 등장했다. 주식 마니아들을 위해 세계 주요 장이 서는 도시의 시간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시계, 쇼핑 마니아를 위해 세계 주요 쇼핑지의 시간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콘셉트 시계도 선보였다.6. 자사 무브먼트를 장착하다그동안 많은 워치 브랜드에 시계 부품을 제공해 오던 스와치그룹의 에타 공장에서 그 양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하자, 각 브랜드들은 자사 무브먼트를 장착하는 자급자족 시스템에 속도를 냈다. 올해부터 자사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