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 주고 싶은 주식…신한지주

식의 내재 가치를 보고 장기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은행주는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과거 외환위기 때 불거졌던 부실 대출 문제에 대한 나쁜 기억이 생생한 데다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 구조도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펀드 판매로 예대마진 축소를 보전하고 있지만 이것도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선진국 투자은행들의 앞선 수익 구조에 비하면 국내 은행은 뒤처져도 한참 뒤처진 상황이다. 여기에다 가치주의 판단 지표인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5배 수준으로 고평가 상태였다. PBR가 1배 이상이란 얘기는 주가가 순자산 가치 대비 높은 가격대에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하지만 전 세계 금융 산업에 직격탄을 날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 이후 공교롭게도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오히려 부정적에서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다. 왜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첫째는 역발상 전략이다. 대중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컨트레리언(Contrarian) 투자자들이 즐기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서브프라임 위기 여파로 금융주들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상태이고 모두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얘기하는 지금 이 순간이 어찌 보면 바로 최고의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둘째는 저평가 논리다. 저간의 상황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내재 가치를 밑도는 수준까지 하락해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가격대에서 매수해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국내 은행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 상품 보유 규모)가 큰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가는 덩달아 급락해 PBR 기준 1배 미만으로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상당수 가치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과거와 다른 시각에서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은행주 가운데 매력적인 투자 대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여의도 주요 증권사 은행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 20명이 내놓은 업종 분석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은행주 톱픽(최우선 추천주) 중 하나는 바로 신한지주다. 왜 신한지주가 은행주 가운데 최고의 매력적인 투자 대상 중 하나로 거론되는 지는 주가 흐름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다.신한지주 주가는 최근 5년간 대세 상승 곡선을 보였다. 지난 2003년 초 대비 작년 말 최고가 기준으로 보면 이 기간 상승률은 무려 645.8%에 달한다. 5년 전 1만 원대를 밑돌던 주가가 작년 말 6만7000원선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은행 업종 지수 상승률은 295.2%에 머물렀다. 신한지주 주가가 업종 평균보다 2배 이상 더 상승한 것이다. 이는 또한 같은 기간 은행 업종 대표주였던 국민은행의 상승률(223.8%)보다 422.0%포인트 높은 성과다. 급기야는 올 들어 시가총액에서도 한때 국민은행을 추월해 명실 공히 은행 업종 대표주로 등극하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했다.주식으로서 신한지주는 어떤 매력을 갖고 있기에 이 같은 이변을 연출했을까. 애널리스트들은 무엇보다 신한지주의 독특한 무형 자산으로부터 경쟁력의 키워드를 찾아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만의 무형 자산은 바로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이는 태생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의 모태 격인 신한은행은 1982년 봄 재일교포들의 쌈짓돈으로 설립됐다. 이렇게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은 후발 주자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25년 만에 자산 규모 국내 2위권 은행으로 도약했다. 더구나 창업 첫해를 제외하고는 단 한 해도 적자가 없었다는 기록도 갖고 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다른 은행들이 정부의 관치에 시달리고 있을 때 신한은 강한 조직 문화의 근간인 ‘파이팅 스피릿’을 통해 후발 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고 대형 선도 은행으로 비상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신한지주가 변화와 변신에 빠르다는 것은 변화무쌍한 국내 금융 산업에서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 최근 금융 산업의 변화 방향에서 신한지주만큼 잘 적응하는 은행도 드물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다. 신한지주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금융업의 구조 재편 과정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금융 산업의 변화를 선도해 왔다. 굿모닝증권 M&A에 이어 국내 최고(最古) 은행이던 조흥은행 인수, LG카드 인수 등 굵직굵직한 금융사 인수를 통해 종합 금융 회사로서의 토대를 탄탄하게 쌓았다. 그 결과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은행 업종 가운데 가장 다원화된 모델을 갖추고 있다.다원화된 포트폴리오는 정부의 금융 산업 재편 방향에서 강력한 힘을 갖게 한다. 정부는 그동안 은행 위주로 과도하게 성장해 온 금융 산업을 재편해 비은행 부문 경쟁력 향상을 통한 선진국형 금융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상태다. 사실 과거 비즈니스 행태를 고수한다면 은행 자체도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국내 은행들의 전체 수익에서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미국 은행들의 경우 비이자 수익 비중이 48%에 달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16%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미국 은행들은 이미 단순 대출이자 기반의 낡은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돈 되는 분야에 직접 투자하는 앞선 형태의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들은 아직도 천수답식 사업 구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신한지주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일찌감치 M&A 등을 통해 은행 부문 외에도 증권 카드 부문을 전략적으로 강화해 왔다. 그 결과 2008년에는 신한지주 금융그룹의 전체 수익 중 비은행 부문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특히 강력한 캐시카우 능력을 자랑하는 LG카드의 기여가 결정적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에 대해 “은행 증권 보험 캐피털 등 모든 금융 부문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자본시장통합법의 대표적인 기대주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또 임일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2004년 5.2%에 불과했던 비은행 부문의 사업 비중이 2008년 40%로 확대되며 은행 지주사의 이상적인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수익성과 자산건전성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우선 신한지주는 은행주 가운데 이익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07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2조3964억 원(전년 대비 30.8% 증가)으로 증가율로는 업종 내 최고 수준이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8년에도 당기순이익은 2조6417억 원으로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두 자릿수 성장세는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는 이와 함께 2007년 하반기부터 자산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 2008년 경영 전략도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LG카드 인수를 통해 그룹 전체 NIM 수준이 3% 후반대까지 상승, 수익성이 다른 은행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9%로 높은 자산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익 증가세가 지속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LG카드 인수 효과 등으로 각각 1.73%와 22.9%로 높아졌다.대손충당금 전입액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산 증가가 꾸준히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산건전성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LG카드의 자회사 편입으로 인해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지난해 1분기 1.12%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돼 작년 말에는 1.00%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개선되는 가운데 대손 부담이 크지 않다면 전체적인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신한지주 주가는 작년 말 고점을 찍고 20% 가까이 조정을 받은 상태다. LG카드 편입 등을 통한 기업 가치 상승과 함께 상승했던 주가가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외부 요인을 만나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부담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 더구나 주가 조정으로 신한지주의 PBR는 1배 안팎으로 낮아진 상태다.최근 은행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출범을 앞두고 잇따라 비은행 부문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M&A를 통해 비은행권에 진출할 경우 영업권이나 인수 이자비용(기회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특히 최근 비은행권의 영업 환경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이미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은행이 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지주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신한지주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2008년에는 LG카드 편입 완료에 따른 강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1000만 명을 넘어서는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교차 판매를 통한 수익원 개선을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신한지주 측은 시너지 효과에 따른 영업 수익 목표치를 7100억 원으로 전망했다.전문가들도 신한지주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08년에도 신한지주가 은행 업종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신한지주 6개월 목표가는 7만~7만5000원선이다.신한지주는 은행주 가운데 이익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07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은 2조3964억 원(전년 대비 30.8% 증가)으로 증가율로는 업종 내 최고 수준이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