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의 상징’ 요트를 소유한 대기업 총수들도 꽤 있다. 특히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은 이름난 요트 마니아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들은 개인적인 취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법인 명의로 요트를 구입해 비즈니스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트 마니아들은 요트의 가장 큰 매력을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요트는 어느 정도의 호사스러움을 동반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스스로 요트 마니아라고 공언할 수 있는 애호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변호사와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건실한 중소, 중견 기업 오너들 정도나 ‘요트 사랑’을 말할 수 있다.물론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 수준’의 정치인들도 요트를 즐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개인 요트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30년 전에 구입했다는 요트는 아직까지 부산에서 거래되고 있다.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변호사 시절 부산요트협회 회장까지 지낸 마니아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일본 방문 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때”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즐기던 요트는 변호사 시절 구입한 1억 원 미만의 저가형 요트였다고 한다.또 은행 증권 등 금융사, 대형 리조트 등에서도 VVIP 고객을 모시기 위해 법인 명의로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국내 최대 요트는 현대차그룹이 갖고 있다. 이 요트의 이름은 ‘아지무트 85 울트라’. 2003년에 제작됐으며 우리나라에는 2005~06년께 수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모델은 단종된 상태로 가장 비슷한 모델인 ‘아지무트 85’는 길이가 85피트(약 27m), 폭 6.4m, 최대 승선 인원은 12명이다. 내부의 방만 5개, 욕실은 6개에 1825마력의 고출력 모터가 2개나 달려 있다. 새 배로 구입하려면 약 90억 원이 들고 중고도 50억~60억 원이나 되는 고급 요트다. 현대차 계열인 해비치리조트 소속의 이 배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그룹의 특급 VIP들을 맞이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정몽구 회장은 개인적으로 배를 타는 일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는 것.국내 최고가 요트는 대우조선해양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지무트와 함께 이탈리아 고급 요트의 대명사인 페레티사 제품으로 선명은 ‘써니’다. 가격은 60억 원 정도.이 밖에 오너의 의지에 의해 요트를 그룹의 사업 분야 중 하나로 키우고 있는 대기업들도 있다.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진해 마리나리조트,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 등을 운영하는 금호그룹은 이 분야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개장한 이곳은 ‘로맨티스트’였던 고 박성용 회장의 요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깃든 곳이다.현대산업개발도 최근 부산의 해운대 아이파크와 연계해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일대를 대대적인 마리나 리조트로 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은 국내 50피트급 대형 요트의 80%가 계류돼 있는 한국 요트 문화의 발상지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요트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부산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접수한 제안서에는 내년 상반기께 요트 계류장의 대폭 확대, 보관 및 수리 시설 등의 현대화, 숙박 전시 판매 시설 보강 등을 골자로 전체를 복합 재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전남 여수 지역 섬을 집중 매입한 바 있는 통일교 재단 역시 현재 여수 지역에 대규모 리조트와 골프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통일교 재단 계열사인 일성은 이곳을 요트와 윈드서핑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해양 레포츠센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2006년 문선명 총재가 당시 여수 시장 등과 함께 거문도 등 여수 지역 섬들을 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이 지역을 해상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이 밖에도 아주오토렌탈, 코오롱, CJ개발 등 국내 기업들이 요트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주오토렌탈은 페레티, 펄싱 등 세계적인 럭셔리 요트 브랜드와 총판 계약을 하고 수입 과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코오롱은 레저 사업과 수입차 판매 등으로 구축된 부유층 고객 군을 대상으로 요트 대여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CJ개발은 굴업도의 마리나 건설 계획을 토대로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현재 국내에서 요트를 탈 수 있는 곳은 한강, 부산 수영만, 경남 통영, 제주 중문단지, 거제, 울진 등지에 있다. 하지만 최근 요트 산업의 잠재력을 파악한 지자체들 사이에 마리나 개발 붐이 일면서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현재 마리나 개발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지자체는 경기도다. 경기도는 2009년 1월 전곡항에 113척의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계류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제부항에 500척 규모의 계류장을 짓고 2012년에는 구봉항에 100척, 2015년에는 흘곶항에 400척 규모의 계류장을 건설할 계획이다.경기도는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오는 6월 세계요트대회를 포함한 ‘경기 마린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하고 행사 성공을 위해 영국해양협회(BMF)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행사에는 선시커, 프린세스, 아지무트, 페레티 등 유명 요트 업체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한국의 요트 문화를 선도해 온 경상남도도 남해안 일대에 대규모 시설 확충을 계획 중이다. 전라남도 역시 여수 목포 일대에 대규모 마리나 시설 투자를 준비 중이다.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서울시도 요트 기반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태세다.이홍표 한경비즈니스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