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형 모델을 수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2005년부터 40피트급 이상 대형 요트 수입이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산에 있는 H요트 관계자는 얼마 전 깜짝 놀랄 일을 경험했다. 상담 차 방문한 한 고객이 요트에 대해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45피트짜리 요트를 계약한 것. 예전 같으면 매장을 수십 차례 방문하고 수개월간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첫 방문에서 배를 구입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요즘 대한민국 부자들 사이에선 ‘골프는 가고 요트의 시대가 온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외신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던 요트가 국내 부유층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희소성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골프가 이미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나만의 특별한 레저를 즐기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 또 요트는 한정된 인원만이 승선할 수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 몇몇 대기업들은 요트를 비즈니스 용도로도 적극 사용하고 있다.국내에 요트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다. 당시 부산 수영만에 대규모 수상 레저 경기장이 조성되면서 부산과 대구 등 남부 지방에 사는 부자들이 하나둘 씩 구입하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됐다.초창기에 국내에서 요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일본에서 중고 요트를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요트 수선 업체들도 주로 부산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85피트(길이 26.8m, 폭 6.4m)로 현재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현대차그룹 소유의 아지무트 85울트라도 2003년에 제작된 중고 요트다.하지만 최근엔 요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형 모델을 수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2005년부터 40피트급 이상 대형 요트 수입이 가세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개인 구입자가 40% 정도이고 법인 구입자는 60%인데 절세 등의 이유로 최근 법인 구매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또 장기 할부(리스)로 구입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요트는 일반적으로 돛을 달고 바람을 이용해 달리는 세일 요트와 모터를 사용하는 파워 요트로 구분되며 20피트, 40피트를 기준으로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눠진다. 현재 50피트 이상급 요트는 40여 척이며 이 중 80% 이상이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정박돼 있다.요트는 아무나 즐길 수 있는 레포츠가 아니다. 일단 배 값만 해도 수억 원을 호가하지만 여기에 딸린 부품만 해도 수십 가지다. 예를 들어 GPS, 자동항법장치, 심해측정기구 등이 풀 옵션으로 설치되면 심할 경우 배 값을 넘어설 수도 있다.가격도 비싸지만 요트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매달 지출되는 관리비가 천차만별이다. 관리비 측면에서 보면 정작 배 값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화창상사가 수입 중인 미국 리갈사의 26피트 요트의 현재 판매가는 1억2800만 원으로 웬만한 수입 자동차 수준이다.그러나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용까지 더하면 유지비는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요트를 타기 위해서는 계류장이 필수다. 강이나 바다 바닥에 고정 핀을 박아 기둥을 세운 뒤 이 위에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발 디딤판을 놓아야 하기 때문에 설치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현재 국내에서 계류장을 운영하는 곳은 부산 수영만과 경남 통영 금호마리나 리조트 외에 진해 여수 목포 제주 등지에 있으며 한강에는 4~5곳 정도의 계류장이 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계류장은 부산 수영만과 한강 일부 지역이며 나머지는 모두 민간이 운영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리 금액은 운영 주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계류비는 일반적으로 배의 크기, 기간에 따라 금액이 결정되는데 부산 수영만의 경우 16피트 이하는 하루 6000원이고 16~23피트는 1만 원, 23~29피트는 1만6000원, 29피트 이상은 2만4000원이다. 대개 3개월 이용 계약이 보통인데 16피트 이하는 32만8000원, 16~23피트는 49만7340원, 23~29피트는 72만2940원, 29피트 이상은 106만1340원이다.요트는 바로 시동을 켠다고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승선 하루 전부터 엔진과 내·외부를 모두 점검해야 하고 운항 후 정리에만 6시간 이상 소요된다. 내부 마감재 상당 부분이 나무로 돼 있기 때문에 관리가 소홀하면 곰팡이가 피거나 나무가 썩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부산 수영만 경기장에서는 월 50만 원에 청소, 보관, 엔진 정비, 급유 대행 등의 관리 일체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요트는 사시사철 물 위에 띄워 놓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40피트 이상 대형 요트는 크레인을 통해 육상으로 올리는 비용이 별도로 부과된다. 참고로 국내에 수입된 신형 요트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페레티 780(대우조선 소유)은 육상으로 끌어올리는 비용이 100만 원이나 든다.요트는 연비가 낮은 것이 단점이다. 40피트 이상급 배는 시간당 연비가 120리터인데 2시간 정도 달리면 기름 값만 50만~6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물론 엔진 크기, 속도, 승선 인원, 기상 조건에 따라 소요되는 연료비는 천차만별이다.자동차를 타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듯 요트도 조종 면허 시험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최대 출력 5마력 이상의 동력 수상 레저 기구를 운항하려는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구분되는데 필기시험은 제한 시간 50분 내 선박, 법률, 항해와 관련해 50개 문제가 출제된다. 합격 점수는 수상 레저업을 전문적으로 하려는 1급 시험은 70점 이상, 일반 수상 레저 활동을 위한 2급 시험은 607점 이상이다. 일반 자동차 필기시험과 마찬가지로 합격률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정작 난관은 실기시험에 있다. 실기시험은 코스 운항 위주로 실시되는데 합격률이 50%를 채 넘지 못할 정도로 까다롭다. 요트 조종 면허 실기시험의 키포인트는 지형지물이 지그재그로 놓여 있는 S자 코스로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다. 부표 간 거리를 보며 적절하게 핸들을 돌리는 것이 관건이다. 40피트 이상은 직접 운항하지만 그 이상의 대형급 요트는 별도로 전문 항해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5마일 이상 해안까지 나갈 때는 관할 해경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정부는 최근 선박 등록 기준을 대폭 낮춰 요트 인구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선박법 적용에서 제외됐던 선외기 선박과 5톤 미만 기관을 설치한 범선도 등록 대상에 포함했으며 길이 12m 미만의 기선이나 범선도 일반 배치도만 제출하면 허가를 내주도록 기준을 대폭 낮췄다. 그러나 그동안 관련 업무를 관장해 오던 해양수산부가 정부 조직 개편으로 지방해양청과 국토해양부로 업무가 나눠지면서 관련 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최근 와서는 정기 검사와 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개인 보트 소유자 보험은 대인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자와 제3자 모두가 보험을 적용받는다. 기본 보상 한도액은 1인당 1억 원이며 자기 부담금은 10만 원이다. 자기 부담금이란 사고 발생 시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보험료는 4인승일 경우에는 16만987원, 5인승 이상이면 18만3582원이며 대부분 1년 단위로 가입한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