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메가 딜러 박재찬 사장

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에는 항상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1987년 7월 수입차 시장 개막과 함께 국내 ‘최초’로 수입차 판매를 시작한 것은 물론 신사동에 전시장을 오픈한 것도 한성자동차다. 법인 설립은 수입 자유화 조치 이전인 1985년 10월이다. 또 1988년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용답동에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개설했다. 당시 한성자동차가 처음 들여온 자동차는 지금의 S600에 해당하는 6985만 원짜리 560SEL이었다. 이 차에는 최고 시속 231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5600cc 엔진이 탑재돼 있었고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운전석 에어백과 사이드 에어백, ABS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돼 있었다.‘최대’ 관련 기록도 여러 개다. 한성자동차는 현재 전국에 7개 전시장과 6개 서비스센터, 1개의 익스프레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등 규모 면에서 수입차 업체 중 최대를 자랑한다. 전국에 문을 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산하 매장은 총 15개다.지난해 총 3077대를 판매해 매출액도 가장 많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전체 매출의 56%가 한성자동차 몫이다. 이 때문에 한성자동차가 걸어 온 길이 곧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의 역사라고 할 만하다.“리딩 컴퍼니로서 왜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우리만 쳐다보고 있으니 부담감이야 이루 말할 수 없죠. 하지만 지난 23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비스한 것이 지금의 한성 신화를 만든 비결이었습니다. 상투적인 말 같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임을 새삼 느낍니다.”수입차 메가 딜러로서의 역할에 대해 묻자 한성자동차 박재찬(55) 사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2006년 7월 한성자동차 사장에 취임한 박 사장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CEO’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원래 외교관의 길을 꿈꿨다. 하지만 당시 사회 전반에 불던 민주화의 바람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유신 반대 시위에 참가하면서 그는 공직보다는 민간 기업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주)대우였다. 입사 이후 그가 기다리고 있는 곳은 차가운 ‘야전’이었다. 주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글로벌 경제의 위력을 톡톡히 맛봐야 했다. 경험 미숙 탓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부지기수. 급기야 그는 2000년 11월 대우자동차 네덜란드 지사장으로 발령받은 뒤 한 달 후에 대우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비운을 맛본다.“급변하는 서울 소식을 듣고는 있었지만 사태가 그토록 급박하게 돌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죠. 재고 차량을 판매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랬던 대우차가 지금 GM(제너럴모터스)의 효자 기업으로 변신한 걸 보면 참 아쉽습니다.”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황무지를 개간해 옥토로 변신한 네덜란드에서의 생활은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글로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척박한 땅을 세계 무역 중심지로 바꾼 네덜란드 사람들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그때죠. 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포용력으로 승화한 열정이 부러웠습니다. 실제로 암스테르담은 지금도 외국인의 거주 비율이 전체 50%를 넘습니다.”지금도 그의 사무실 한쪽에는 당시 잘 알고 지내던 네덜란드 화가가 2002 월드컵 영웅 안정환을 생각하며 그린 ‘추상화’가 걸려 있다.2006년 한성자동차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그가 강조한 것은 ‘역사’와 ‘혁신’이다. 32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초의 딜러인 한성자동차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혁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2만3000여 명의 고객 명단에 안주하기에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직은 고객들이 ‘한성은 믿을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일선 딜러 스스로가 ‘현실 안주’라는 덫에 사로잡히면 그걸로 끝입니다. 네덜란드가 부국이 된데서 힌트를 얻었죠.”멤버십 매거진을 창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호도 고객과 늘 함께하는 딜러가 되겠다는 뜻으로 ‘위드(With) 한성’으로 정했고 내용도 한성자동차보다는 일선 고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위드 한성은 메르세데스벤츠를 구입한 고객들의 입을 통해 벤츠의 매력을 가감 없이 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생산성에 효율성을 가미한 그의 강공 드라이브 덕택에 1인당 판매지수와 고객만족지수, 영업만족지수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판매 대수도 지난해 26.1%나 늘어나 메르세데스벤츠 전체 매출 상승률(10.1%)을 두 배나 초과해 달성했다.최근에는 서초구 방배동에 지상 10층 규모의 전용 쇼룸을 건립했다. 지하 1~2층은 익스프레스 서비스, 지상 1~3층은 전시장으로 운영되는 한성모터타워는 15대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동시에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용 쇼룸이다. 1층에 ‘메르세데스벤츠 아트관’을 별도로 둬 문화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2층에는 S-클래스, E-클래스, C-클래스, SLK-클래스, 마이(MY)-B 등을 전시하며 3층은 ML 63 AMG, CL 63 AMG, CLS 63 AMG 등 국내 판매되는 모든 AMG 모델이 전시된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그는 “우리의 마케팅 포인트는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차를 타고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느냐에 있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 속의 메르세데스벤츠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사실 요즘 자동차가 워낙 발달하다 보니 거의 모든 브랜드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뿐이죠. 어떻게 보면 차 팔기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고객과 함께 늘 호흡하기 위해 문화 마케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회 공헌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볼쇼이 아이스쇼와 유명 프로골퍼 초청 원포인트 레슨 행사, 뷰티 클래스 등의 행사를 기획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입니다.”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의 화두는 도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메이커들의 거센 도전이다. 또한 SK네트웍스로 대표되는 병행 수입 업체와의 경쟁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주변에서 도요타의 국내 진출에 많이 걱정하는데 사실 우리와 겹치는 고객층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야 영향이 있겠지만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앞으로 수입차 시장은 30대, 중저가 차량의 돌풍이 예상됩니다. 사실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라고 하면 연세 지긋한 상류층이 타는 차량으로 많이 생각하는데 이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입니다. 다행히 E-클래스와 C-클래스 등 우리 라인업 차량 중 저렴한 가격대의 차량들이 선전을 거두고 있어 다행입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시된 C-클래스는 지금 주문해도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판매 실적이 급성장 중입니다.”고유가 시대를 맞아 디젤 차량에 대한 홍보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고유가 시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가솔린 차량의 판매가 줄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앞으로의 대세가 디젤인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 출시된 S 320의 디젤 모델인 S 320 CDI가 좋은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쪽에 디젤 차량을 늘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올 한성자동차의 목표는 연간 3700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세단 일변도에서 탈피, 해치백과 쿠페 등 실용성을 강조하는 라인업의 수입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쪽에 적극적으로 주문하는 한편 애프터서비스망 확충에도 더욱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박재찬한성자동차 사장서울대 외교학과미국 노스웨스턴대 LLM과정 졸업(법학석사)대우자동차 베네룩스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법인장GM대우 마케팅담당 상무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