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종족과 민족은 그들의 자연 여건에 맞춰 오랜 세월 동안 형성한 독특한 생존 방식과 의식주 문화를 갖고 있다. 그러한 의식주 중 주에 해당하는 중요한 실내 난방으로 우리 민족은 바닥 난방법 기술인 구들(온돌)을 계승해 왔다. 구들 난방은 아궁이에 열을 가하면 방바닥 아래의 고래(공간)를 따라 열이 이동하면서 바닥에 열에너지가 저장되고 이 축열된 에너지가 서서히 방열(放熱)하면서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다. 이는 바로 복사와 전도, 대류라는 열전달의 3요소를 모두 갖춘 독특한 방법으로, 인류 역사와 첨단 과학을 걷는 현대 사회를 통틀어 우리 민족만의 독창적이면서도 독자적인 난방 방법이다.구들은 기원전 5000년쯤의 신석기 유적에서 볼 수 있으며 4세기께의 황해도 안악 3호분의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그려져 있다. 중국의 ‘구당서(舊唐書)’ 고구려편에 의하면 ‘긴 겨울을 나기 위해 기다란 갱(坑)을 만들어 따뜻하게 난방한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말의 통구들(통자의 큰돌)의 형태는 그 만드는 어려움과 연료 소모 등으로 보아 부유층이 사용하던 것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 백성의 집에까지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우리의 한옥은 구들을 빼어 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한옥이 지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008년 3월 14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가 제안한 7건의 온돌 관련 신규 국제표준안이 기술위원회(ISO/TC) 회원국 투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 국제표준안으로 채택됐다. 작년에는 온돌 파이프 관련 4건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바 있다. 우리 구들의 우수성을 일찍 깨달은 서유럽과 상하이에서는 50% 이상의 신축 주택에 구들이 설치되고 있으며 미국 구들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동서양의 열기가 한결같고, 이들은 주택 난방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모든 삶의 영역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구들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는 전통 한국의 자랑들이 속속 세계화되고 있다.우리와 같은 구들 구조를 들인 민족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구들은 ‘구운 돌’이라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며 구들을 온돌이라고도 말하는데 온돌(溫突)은 한자식 표현이다. 비슷한 구조가 중국의 동북부와 몽골(蒙古)의 일부 지방, 로마 등에서 보인다지만 중국 동북부에서는 방의 일부 잠자는 곳에만 설치했고 로마시대의 난방(Hypocaust·하이퍼코스트)은 마룻바닥에 수로를 설비해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는 시설로 구들처럼 축열과 취사 등 복합적 구조가 아니었다. 우리의 구들과 비교가 안 된다. 구들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 문화의 근간이며 축열·취사뿐만 아니라 한옥의 아랫목은 밥을 보관하는 온장고며 감기라도 걸리면 찜질방도 되었다. 구들은 소각로며, 연기는 살충제 구실과 모기를 쫓는 방충제 기능도 했으니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지혜가 무궁무진하다.예로부터 한국 사람은 방구들 아랫목에서 태어나 그 자리에서 자라며 늙고 병들었을 때도 역시 아랫목에서 치료받았다. 죽은 뒤에도 제사상을 받을 때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는, 아랫목과 밀착된 생활이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구들은 열전달의 3요소를 다 갖춘 우리만의 과학적 난방법이다. 서양의 벽난로는 공기를 데우는 일시적 직열식이나 우리 구들은 열을 가두는 축열식이다. 서양의 난방은 옆이나 위쪽을 덥게 하나 구들은 아래부터 덥히는 두한족열(頭寒足熱)로 현대 의학에서도 놀라는 건강법이다. 구들은 영국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우리말인 온돌(ondol)로 올라 있다. 이처럼 숨어 있는 전통과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참으로 자랑스럽다.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http://cafe.daum.net/yejeol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