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테마상가
즘 부동산 시장에서 불황의 골이 가장 깊은 곳은 어디일까. 거의 전 분야가 불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곳은 상업용 시설일 것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데다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상가 시장 전체가 불황에 휩싸였다. 최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 제출된 논문인 ‘상가용 부동산의 분양률과 입점률 영향요인 분석(하권찬)’에 따르면 상가의 경우 분양 결과가 추후 입점률과 별다른 상관성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 대행 여부와 자금 관리, 중도금 무이자, 임대 보장 등 업체들이 내놓은 분양 구호들이 실제 운영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그렇다면 불황에 돈 되는 상가는 어떤 곳일까. 답은 입지 여건과 함께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춘 상가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존 상가와 얼마나 차별화됐느냐가 상가 투자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다. 그러기 위해선 고수익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안정성에 무게를 두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활황을 보이고 있는 틈새 상가를 소개한다.스트리트형 상가는 길을 따라 점포가 쭉 늘어서 있어 걸으면서 쇼핑을 하도록 설계된 저밀도형 거리 상가를 말한다. 접근성 면에서 일반 상가보다 편리하다는 이점 때문에 스트리트형 상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거리를 걷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바로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산 신도시에 건립된 라페스타, 웨스턴 돔이 대표적인 스트리트형 상가다. 상가가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일산 최대의 상권으로 떠올랐다. 현재 삼능건설이 부천 중동 위브 더 스테이트에 스트리트형 상가 ‘위브 더 스테이트몰’을 분양하고 있다. 이곳에는 현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의 금융회사와 스타벅스 세븐스프링스 파파이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점이 이미 들어서 있다. 서울시 SH공사는 오는 7월 입주에 들어가는 은평뉴타운 1지구에 북한산길을 따라 187개 점포로 구성된 스트리트형 상가를 조성할 계획이며 12월에 입주하는 2지구와 3지구에도 스트리트형 상가를 공급한다. 그러나 스트리트형 상가는 전면에 있느냐, 후면에 있느냐에 따라 투자 수익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점포 선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테라스형 상가는 상가 밖에 실내와 연계된 공간을 별도로 조성해 바깥 풍경을 즐기며 망중한을 즐기게끔 설계한 상가를 말한다. 오후 6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이면 분당 정자동 NHN 본사 주변은 주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야외 파라솔이 길가에 쭉 펼쳐져 있는 이곳은 연인들은 물론 분당 주민들에게 최고의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정자동 일대가 유명해진 것은 2년 전 테라스형 상가가 하나둘 들어서면서부터다.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평범한 동네였던 정자동을 분당의 청담동, 분당의 베벌리힐스로 바꾼 것도 테라스형 상가 덕분이라고 말한다. 3.3㎡당 2000만~3000만 원이었던 상가 매매가가 지금은 4500만~6500만 원으로까지 치솟았다.테라스형 상가는 전면부 3~6m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임차인에게도 인기다. 분양도 호조세여서 얼마 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분양한 테라스형 상가 동양파라곤은 지난해 9월부터 분양에 들어가 3월 말 현재 전체 90%가 분양 완료됐다. 송도신도시에 연면적 2만8717㎡ 규모로 건립되는 송도 테라스가든도 점포 전체를 거리에 배치하고 각 점포마다 테라스 공간을 제공했는데 3월 말 현재 전체 물량의 80%가 분양됐다. 분양가는 3.3㎡당(1층 기준) 평균 2000만~2500만 원선이다.최근 상가 시장은 공급 과잉 때문도 있지만 입주 후 관리가 어려워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개발 업체의 고수익 유혹에 현혹돼 덜컥 분양받았지만 완공 후 운영 주체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아 이도 저도 못하는 것.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분양이 아닌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는 상가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완전 임대형 상가의 효시는 2003년 8월 부천 중동신도시에 들어선 ‘디몰(The Mall)’로 네덜란드계 다국적 부동산 투자 회사인 ING 리얼 에스테이트가 100% 투자해 운영하고 있다.2호선 신림역 사거리에 들어서는 쇼핑몰 포도몰도 완전 임대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면적 3만7487㎡ 15층 규모로 올해 말 개장을 앞두고 있는 포도몰은 부동산 디벨로퍼 (주)한원이 설립한 한원에셋이 건립 후에도 소유권을 보유해 운영한다. 지하 1층 지상 15층으로 지어지며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교보문고와 고급 패션 잡화 브랜드 업체가, 지상 2~5층에는 패션 브랜드 아울렛이 들어설 계획이며 입점 업체와의 계약도 끝마쳤다.또 지상 10~15층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선다. 현재 지상 6~9층에 들어설 140여 개 점포의 임차인을 모집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인 와코비아 리얼 에스테이트 코리아(WREK)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건립 중이며 입주 관리는 다국적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가 맡는다. 김병석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투자자문 담당 부장은 “상가를 작게 쪼개어 소규모로 파는 기존 계좌 분양 방식은 시행사가 분양만 끝내고 나면 나 몰라라 하기 일쑤였기 때문에 상권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에 비해 완전 임대형은 시행사가 상권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이 밖에도 BHP코리아의 자회사 코리아에셋 어드바이저스(KAA)를 비롯한 상당수 외국계 부동산 개발 회사들도 완전 임대형 상가 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기고한국의 리테일은 전통적인 시장에서부터 길가의 상점들, 소규모 분양 상가, 그리고 세련된 백화점 등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쳤다. 이런 과정에서 분양 상가는 적절하지 않은 상가 설계와 콘셉트,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관리나 홍보의 부재로 많은 경우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이런 브랜드들이 외부에 점포를 열 경우 경쟁에 민감한 백화점들이 모든 백화점 지점에서 이 브랜드들이 나갈 것을 종용해 고객의 선택 기회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제품의 가격 상승까지도 초래한다. 보통 단독으로 위치하는 대형 할인점 역시 고객에게 엔터테인먼트 등의 즐거움을 제공하지 못하고 상품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이런 한국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세계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임대형 리테일 몰(Retail mall)은 부동산 투자에 있어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 여행을 해본 많은 한국인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쇼핑몰들을 접했으나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쇼핑몰들을 찾아보기가 힘든 형편이다. 한국 리테일 시장의 흐름을 이해한 해외 투자자들은 이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부동산 개발이 필요한 때가 됐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로 서울 곳곳에서 이런 임대형 쇼핑몰들을 준비 중이다.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여의도 IFC 몰이 대표적인 사례. IFC 몰은 세계적인 수준의 몰로 AIG가 개발 중이며 세빌스(Savills)에서 임대를 대행하고 있다. 또한 여의도 파크원, 송도에도 주목할 만한 리테일 시설이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이런 세계적 수준의 쇼핑몰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투자신탁사들의 소유가 돼 일반인들도 펀드를 통해 쇼핑몰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주택 시설보다 훨씬 유리한 소득세, 낮은 거래 수수료, 정기적인 배당 소득, 쉬운 매수 매도를 통한 투자 대상의 유동성, 통합된 관리 및 운용을 통한 투자 대상의 가치 보존 등 상당한 혜택을 주게 된다.이런 방식의 투자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며 현재와 같은 쇼핑몰에 대한 직접적인 소유권이나 분양 형태의 소유 방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리한 조건들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래이튼 헌치커 새빌스 BHP코리아 상무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