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자금 운용을 위한

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미국 경기 둔화 등으로 주가의 조정 국면이 계속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LS란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특정 시점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ELS 펀드(ELF라고도 한다)도 있는데, ELS를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ELS나 ELS 펀드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면이 많다. 이 밖에 주가가 아닌 이자율이나 환율, 실물 등의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있다. 이들 상품은 공통적으로 원금 보존을 추구하거나 일정한 수준까지 손실이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주식 직접 투자를 겁내는 중간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대안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최근 ELS 관련 상품들의 발행 규모나 자산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ELS는 올 1월에만 1조9000억 원이 발행됐는데 이는 작년 10월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2003년 첫해 170건, 약 3조 원이 발행됐던 ELS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면서 2007년에는 총 4645건, 약 26조 원이 발행됐다. ELS 펀드 역시 지속적으로 늘었는데 펀드 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3월 10일 현재 총 808개 펀드에 설정액은 8조6828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연말 대비 펀드 수는 76개, 설정액 기준으로는 6391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도입 초기 ELS는 주가가 일정 범위에서 상승하면 수익이 나는 단순한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을 보기도 해 한때 외면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수익률은 좀 낮지만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해도 수익을 내는 ELS가 등장하면서 안정 성향 투자자들의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원금 보존형 ELS가 늘고 있다. ELS의 기초자산 역시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KOSPI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등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은 물론 주가 하락으로 반등 기대가 높아지자 조기 상환을 노린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금융 회사들도 ELS를 판매하면서 1개 상품만 내놓지 않고 2~3개 상품을 같이 내놓아 투자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KOSPI200에 연계한 상품은 물론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자산뿐만 아니라 해외 지수 또는 해외 종목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이처럼 ELS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ELS 상품에 대한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ELS는 첨단 금융공학을 활용하지만 그 기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즉, 투자 자금 중 80~90% 이상의 금액으로 채권을 매입해 만기 시 투자 원금을 확보한 후 나머지 자금으로 주식, 원자재(금, 은, 석유 등), 실물(부동산 등)과 같은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식이다.예를 들어 100원의 투자 자금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국채 1년물 이자율이 5%라고 가정하면 1년 후 원금 100원은 현재가치로 95.3원(=100원/(1+0.05))이 된다. 그러면 95.3원으로 1년물 국채를 매수하면 1년 후 정확하게 100원의 원리금이 들어오므로 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제 원금을 확보했으니 나머지 투자 자금 4.7원으로 위험한 자산에 투자해 만기 시 0원 이상의 가치를 얻으면 된다. 만약 이 위험 자산 투자 자금에서 (-)의 가치를 얻게 되면 곤란하다. 1년 후 만기가 됐다고 가정하면 국채 투자 자금에서 원리금 100원이 들어오고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 자금에서 0원 이상의 가치가 들어오므로 최소한 원금 이상의 수익률이 얻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원금을 확보하기 위한 ‘채권 투자 자금’과 원금 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얻기 위한 ‘위험 자산 투자 자금’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ELS 상품의 특징이다. ELS 상품은 대부분 일정한 기간 동안만 투자자를 모집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는 모집형이다. 또 투자 기간이 3개월, 6개월, 1년, 2년, 3년과 같이 일정한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 만약 투자 기간 도중에 환매한다면 환매 자금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물어야 하므로 투자에 앞서 유의해야 한다.둘째, ELS는 원금 보존이나 혹은 손실 제한을 추구하지만 결국 미래 주가 등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엄연한 투자 상품이다. 설사 원금 보존형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1~2년 후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투자 원금만 돌려받게 될 경우 정기예금 이자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주가 움직임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셋째, ELS 상품이 막상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원금 보존에다 추가 수익 확보는 굳이 첨단 운용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만약 개인 투자자가 본인 자금의 95%를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나머지 5%를 주식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다면 훌륭한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을 스스로 만든 셈이 된다. 만약 원금 보장에 필요한 손실 한도액을 관리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투자 자금의 절반 이상을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를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ETF에 투자하면 된다. 이렇듯 자산 배분을 통해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 상승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점에서 굳이 ELS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넷째, ELS 상품은 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40대의 투자자가 20년 후 은퇴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매달 본인 소득 중 100만 원을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매달 주식형 상품에 50%, 채권형 상품에 50%를 투자한다는 투자 설계가 수립된 경우 원금 보존보다는 장기 투자 펀드를 통해 기대 수익률을 달성하면 된다. 원금 보존에 매달리다 보면 극히 일부분만 주식에 투자하게 되므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대 수익률이 너무 낮으면 은퇴 자금 준비에 차질을 빚게 된다. 또 ELS는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만기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상품에 옮겨가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사실 ELS 투자에 있어 성공과 실패는 특정 ELS 상품의 기초자산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투자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ELS 상품에 투자하느니 차라리 개별 주식을 사는 편이 나을 것이다.결국 ELS는 여유 자금을 단기에 운용할 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에 앞서 은퇴 설계, 자녀 교육 자금 설계를 제대로 수립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자산 배분을 정하고 난후 투자 성격이 명확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자산 관리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단기적으로 투자 위험에 노출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자산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