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 곡물 가격의 끝 모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선물지수와 연계한 ‘커머더티(commodity) 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들어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가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원자재 인덱스 펀드 상품들은 나 홀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일부 원자재 펀드는 3월 중순 현재 연초 대비 20%라는 고수익률로 마이너스 투성이인 주식형 펀드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주식형 펀드의 인기에 밀려 수탁액이 쪼그라들던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하루아침에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여준 효자로 거듭난 셈이다.이 같은 시장 관심에 힘입어 일반 원자재 인덱스 선물지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농수산물 및 곡물 중심으로 특화된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HSBC은행이 이달 우리CS운용과 손잡고 전용 곡물 펀드를 선보인 가운데 하나IB증권도 USB블룸버그 농수산물지수를 기준으로 한 원자재 펀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고 있어 당분간 관련 펀드 상품의 인기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원자재 인덱스 펀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펀드 투자 시 반드시 2가지 전제 조건에 충실할 것을 권하고 있다. △분산 투자 차원에서 실시할 것 △투자 금액이 전제 금융자산의 10% 이상을 넘기지 말 것 등이다. 이는 국내에서 원자재 인덱스 펀드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이구동성으로 조언하는 투자 원칙이다. 권정훈 미래에셋맵스자운용 매니저는 “원자재 인덱스 펀드는 주식 하락 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분산 투자 차원에서 반드시 하나 정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하는 상품”이라며 “단 선물지수를 기준으로 한 인덱스인 관계로 변동성이 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한 펀드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펀드의 기준인 선물지수가 시장의 미래 수요를 예측, 반영하고 있어 전망이 자칫 빗나갈 경우 실물 시장보다 훨씬 큰 폭의 베타(β, 시장민감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선물 시장의 특성상 실수요가 감소로 돌아설 조짐을 보일 경우 실거래가 하락보다 훨씬 큰 폭의 조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 전조가 보이는 시점에는 어김없이 실물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다는 점은 투자 역사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따라서 주식형 펀드 중심인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원자재 인덱스 펀드가 유용한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변동성을 감안해 절대 ‘몰빵 투자’는 금물이다.그렇다면 국내에 수많은 원자재 관련 펀드 상품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원자재 펀드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우선 실제 원자재 관련 인덱스에 투자하는 상품과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 펀드를 구분하는 것이다. 현재 원자재 관련 펀드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원자재 관련주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이며 또 다른 하나는 원자재 관련 파생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 투자 상품이다. 원자재 ELS투자 펀드는 정해진 손익 구조가 다르고 수익률이 조기 상환 조건 충족 또는 만기에 따라 결정되는 관계로 사실상 중간 수익률의 의미가 없다. 또 원자재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원자재 가격 반영률이 낮은데다 원자재보다 주식 시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실상 ‘무늬만 원자재 펀드’로 볼 수 있다.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펀드는 원자재 관련 선물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민감한 가격 움직임을 가장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원자재 선물 인덱스는 로저스 인터내셔널상품지수(RICI), 골드만삭스 상품지수(S&P GSCI) 로이터-제프리 CRB, USB 블룸버그 CMCI 지수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이들 선물지수와 연계한 펀드상품은 ‘미래에셋맵스 로저스 농산물인덱스펀드’ ‘미래에셋맵스 로저스 Commodity 인덱스’ ‘우리 Commodity 인덱스’ (CRB지수) ‘하나UBS 옥수수설탕’ ‘산은 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 원자재 펀드는 기준 인덱스에 따라 에너지 곡물 천연자원 등의 편입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펀드 선정에 앞서 어떤 선물지수를 기준으로 삼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맵스 로저스 Commodity 인덱스’가 기준으로 삼는 ‘로저스 인터내셔널 상품지수’의 경우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많은 36개 상품으로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에너지 비중이 44%로 가장 높고 다음이 21%인 곡물이 차지하고 있으며 금 은 등의 귀금속 비중은 7%로 가장 낮다. 반면 1957년 발표 이후 커머더티지수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로이터-제프리 CRB는 에너지 비중이 39%로 비중이 가장 높지만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분야는 21%인 기호 식품이다. 골드만삭스 상품지수는 타 지수에 비해 에너지 관련 상품 비중이 67%로 압도적으로 높고 다우존스 지수(DJ-AIG)는 개별 업종별 비중이 33%를 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는 등 각 지수마다 에너지 곡물 금속 기호 식품에 대한 비중 차이가 있다.곡물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곡물 등 농산물로만 구성된 전용 펀드 상품도 늘고 있는 추세다. 미래에셋이 2006년 11월 선보인 ‘미래에셋맵스 로저스 농산물인덱스펀드’는 밀 옥수수 대두 설탕 코코아 등 21개 농산물로 구성된 로저스 인터내셔널 애그리컬처(RICIA)지수에 연동된 상품이다. 밀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비중을 4%에서 최대 35%까지 편입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나USB자산운용도 3월 중 농산물 위주의 곡물 펀드 상품을 별도로 내놓을 예정이다.올 들어 원자재 인덱스 펀드는 일부 특정 상품에 편향된 지수를 제외하고는 19%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3월 14일 현재 ‘미래에셋맵스로저스 Commodity’가 20%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맵스로저스 농산물’ 펀드가 19.5%로 바짝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 Commodity 인덱스’ 펀드도 연초 대비 17%대의 수익률로 선전하고 있다. 반면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아시아퍼시픽 천연자원주식형’은 연초 대비 마이너스 6%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대조적이다.김승욱 우리CS자산운용 매니저는 “지난 2006년 1월 인덱스 펀스 출시 당시 시장 관심을 끌며 800억 원까지 수탁액이 증가했으나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인 지난해 연말에는 190억 원까지 급감했다”며 “하지만 글로벌 변동성이 커진 올 들어 자산 분산 효과를 노린 투자가 늘면서 3월 초 수탁액이 270억 원 규모로 다시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