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초기 충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파장을 일으키며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주택 시장의 대출 문제가 이제 전 세계경제의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불확실성이 큰 것은 개별 금융사의 대출이 수차례의 유동화(securitization) 과정을 거쳐 파생상품화되고, 이로 인해 최종 손실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파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미국에서 주택 대출의 유동화가 시작된 것은 1차 대출 시장이 갖는 경직성으로 인해 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되지 못하는 폐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1920년대 대공황 시기에 대출 상환의 중단으로 인해 서민의 주거 문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이후 주택 담보대출을 유동화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설립한 모기지 보증회사에 의해 제공되는 대출 풀링(pooling) 상품인 주택담보증권(MBS)은 사실상 재무성 채권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됐다.특히 1980년대 주택 대출 기관이었던 저축대부조합(S&L)이 단기 조달 자금으로 장기 주택 대출을 하는 자금의 불일치(mismatch) 현상으로 금융 위기에 처했을 때 유동화는 금융 위기의 해결책으로 각광받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동화에 의한 저리의 대출자금 조성이 가능하게 시스템이 정비됐다. 그리고 이후 주택 경기 호황과 맞물리면서 1차 대출과 2차 유동화상품이 급격히 늘어났다. 여기에 파생상품의 기법들이 결합되면서 전 세계 은행이나 헤지 펀드들이 주택 대출을 기초 상품으로 하는 투자 자산을 대량으로 가지게 된 것이다.결국 이 과정에서 투자 기관 스스로 자신이 가진 상품의 성격이나 위험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게 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고금리의 주택 대출이기 때문에 주택 경기가 호황일 때는 주택 가격 자체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상환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불경기가 되면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저소득층으로서는 원리금을 상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연체나 압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따라서 향후 주택 경기가 계속적으로 침체되면 주택 대출의 부실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새로운 금융 기법에 의한 유동화라는 증폭기 안에서 상당 기간 문제를 확대시키게 될 것이다. 여기에 투자의 세계화로 인해 이러한 상품에 투자한 각국의 금융사들의 부실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1990년대 말 외환 위기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와 대출 부실로 이어져 2차 금융 위기를 일으키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부동산 분야의 부실 대출이 금융 위기를 일으키고, 이것이 전체 금융계와 전 세계적 규모로 파장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 시절 상대적으로 부동산 대출 부실의 문제가 적었던 것은 1990년대 부동산 대출 규제가 대단히 엄격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세계적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당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부동산 위기가 금융 위기로 전환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의 경우도 1순위 대출 이외에 추가 대출을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부터 높은 금리로 받은 경우는 부분적으로 이러한 위험을 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비자 금융시장보다는 불안정성이 높은 공급자 금융시장에 새로운 개선책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분양 시장에서 대량 미분양 사태로 인해 건설 자금의 부족과 이로 인한 건설 업체의 부도가 이어질 경우 미국과는 전혀 다르게 공급자 시장의 붕괴에서 금융 위기가 초래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이상영부동산114 대표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