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력으로 유명한 뉴턴의 운동 법칙은 투자의 세계에서도 가끔 인용되곤 한다. 특히 뉴턴의 제1 법칙인 ‘관성의 법칙’은 시장의 속성을 설명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운동을 하는 모든 물체가 그렇듯이 시장에도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년에 걸친 부동산 가격 상승도 그랬고 정보기술(IT) 버블 때도 그랬다.주식시장의 예를 들면 상승하는 주가는 긍정적인 편견에 의해 강화되고 하락장은 부정적인 편견에 의해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본질가치보다 과대 평가되기도 하고 아무리 싸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게 되기도 한다.주식 투자는 흔히 ‘2×2=5―1’의 산식으로 비유되곤 한다. 2×2는 4이고 위 식의 결론 또한 그렇지만 이 결론이 직선적으로 나오지 않고 우회로를 거쳐 도출되는 것이다. 때로 그것은 2×2=3+1일 수도 있다. 도종환의 시에서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만 주식 투자야말로 이런 흔들림의 과정이 없이는 성취에 이를 수가 없다(주식만이 아니다. 모든 투자에는 ‘흔들림’이 있다).뉴턴의 제2법칙도 투자의 세계를 설명하는 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뉴턴은 물체의 가속도가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에 비례함을 밝혀냈다. 힘의 크기가 가속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속도는 투자금의 규모에 비례한다.겨울날 눈사람을 만드는 과정을 보자. 처음엔 언 손을 호호 입김으로 녹여 가며 눈뭉치를 만들어도 진도가 한없이 더디지만 눈덩이가 웬만큼 뭉쳐지면 발로 한 번씩 뻥뻥 찰 때마다 눈에 눈이 붙으면서 금방 커진다. 이게 바로 ‘눈덩이 효과(snow effect)’다.투자의 세계에서도 이처럼 종자돈의 규모가 투자의 성과를 좌우한다. 투자 원금이 적은 초기엔 한 단위의 시간이 경과해도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단위시간당 수익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젊은 시절 하루라도 빨리 재테크를 시작하라는 권유도 이 때문이며 ‘복리의 마술’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뉴턴의 제3법칙은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다. 망치가 땅 속에 쐐기를 박을 때 일차적으로는 망치가 쐐기에 힘을 가하지만 쐐기 또한 망치에 힘을 가한다는 것이다. 같은 크기의 이 두 힘은 정확히 반대 방향이며 쐐기에 가하는 망치의 힘이 커질 때 쐐기의 ‘반작용’도 그에 비례해 커진다.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주식을 살 때 반대편에서 그 주식을 파는 사람이나 내가 팔 때 그 주식을 사 주는 사람과 나와의 관계는 바로 ‘망치와 쐐기의 관계’이다. 같은 크기이며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어떤 이가 주식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결과 가격이 상승할수록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의 차익 실현 욕구도 커지고, 따라서 매도 압력 또한 높아진다. ‘나’의 작용에 대해 시장의 반작용이 커지는 것이다.주가의 하락 또한 그렇다. 매도 압력에 의해 주가가 내려가면 그 반작용으로 매수 세력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의 하락보다 더 큰 호재는 없고 주가의 상승이야말로 가장 큰 악재다.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사태가 가져 올 파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그렇다면 기간과 가격에서 시장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점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시각도 가능하다. 길게 보면 시장은 언제나 ‘2×2=4’로 가게 돼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상윤하나은행 목동역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