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이영수 상무
든 소매 상품이 그렇지만 국내 와인 시장의 가장 큰손은 대형 할인점 이마트다. 백화점, 호텔, 도매시장을 다 합쳐 전체 소비시장의 12%가 이마트를 통해 팔려나간다. 단순 소매시장만 놓고 계산하면 30%에 육박한다. 이 정도면 국내 와인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큰손임에 틀림없다. 와인 산업이 매년 50% 이상씩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마트가 다루는 와인 유통량은 어마어마하다.이마트에서 와인을 비롯한 소비재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이영수 상무는 요즘 지인들로부터‘어떤 와인을 고르는 게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와인 유통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역시 와인에 있어선 아직 초보자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와인 산업이 큰 폭의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그도 지난해부터 와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요즘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와인을 너무 어렵게 접근해서 그렇습니다. 와인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이기 때문에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국내 와인 산업의 성장에 맞춰 이마트는 자체 와인 매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 자양동점은 웬만한 호텔 와인 숍 수준으로 꾸며 놨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오픈하는 지역 점포마다 와인 숍을 세련되게 꾸미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이마트 자양동점 와인 숍은 초보자에 적합한 와인, 부부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와인 등 테마 형태로 꾸며져 있다. 매장 인테리어도 유럽 정통 스타일로 설계됐다.“지역 점포를 오픈할 때 주변 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이 와인 숍을 멋지게 꾸며달라는 것입니다. 와인 소비층이 넓어지다 보니 할인점도 숍이 볼품없으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마련입니다.”이마트는 할인점답게 중저가 와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50%나 매출이 성장했다. 단일 매장으로는 식품 매장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와인은 1만~1만5000원선. 중산층이 밀집한 양재동, 역삼동, 분당은 2만~3만 원대 와인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이 때문에 이 상무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질 좋은 와인을 저렴하게 소비자에 공급할 것인가’로 가득 차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되는 와인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입업자가 폭리를 챙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입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 중국과 비교해서는 아직도 미미한데다 비합리적인 세금 구조도 와인 값을 높이는 이유다.이 상무는 와인에도 PL(자체 브랜드 상품) 방식을 도입했다. 일반 공산품처럼 이마트에 맞는 와인을 현지에서 생산해 국내로 직접 들여오면 대량생산에 따른 가격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난 2년간 판매 실적 1위를 기록한 칠레산 와인 조세피나는 PL 방식을 통해 생산된 대표적인 상품이다. 국내 대표적인 와인 수입 업체인 금양인터내셔널과 함께 수차례 칠레 현지를 방문해 찾아낸 조세피나는 한 병에 7900원이지만 풍부한 아로마향과 달콤한 맛 때문에 초보 와인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이 상무의 지시를 받아 칠레 현지를 방문한 이마트 와인 담당 신근중 대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5년 4월 수십 군데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와인을 찾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와인 애호가들은 알코올 도수가 너무 높지 않아야 하고 신맛보다는 단맛이 강한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 때문에 정통보다는 약간 가당을 해 단맛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단맛이 강한 와인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연 발효가 아닌 포도즙에 설탕을 집어넣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탄생한 조세피나는 2006년 15억 원어치나 팔려나갔다.조세피나의 성공은 이 상무에게 PL 방식을 통한 와인 생산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지난해 PL 방식 제2호 와인인 오비쿠아를 선보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된 오비쿠아는 카베르네 소비뇽, 멜롯, 시라즈로 레드와인을, 샤르도네로는 화이트와인을 만들고 있다. 타조를 형상화한 병 라벨 디자인도 이마트가 직접 맡았다. 오비쿠아는 남아공 토착 부족 말로 타조라는 뜻이다. 이 상무의 권유로 오비쿠아 시리즈 2007년산을 마셔봤다. 시라즈 특유의 진한 향에 달콤 쌉싸래한 맛이 혀를 감돌게 했다. 6900원짜리라고 믿기 어려운 향미를 풍겨낸다.이와 함께 이마트는 최근 키오스크 시스템을 개발해 매장 내에 설치했다. 무인 와인 정보 제공 시스템인 키오스크 시스템은 매장 한쪽에 설치된 단말기에서 해당 와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는 무인 와인 정보 제공 프로그램이다. 그는 매장 내 문화 교실에서 와인 강좌를 열 계획도 갖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에 와인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를 개설해 판매중인 와인 정보와 구입 요령 등을 자세하게 설명할 생각이다.그는 얼마 전 주한 칠레 대사와 함께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칠레 와인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는 중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불고기를 먹어봤다.“저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국 음식과 레드와인이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지 모르겠다며 국경을 뛰어넘는 음식 맛을 칭찬하더군요. 결국 우리 것을 어떻게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