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아기곰’은 최고의 재야 고수로 통한다. 적절한 비유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그는 인터넷이 낳은 최고의 부동산 칼럼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4권의 책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신상과 관련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나이가 몇이며 본업이 무엇인지 모두가 베일에 싸여 있다. 그동안 국내 수많은 언론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하나같이 극구 사양했다. e메일 인터뷰로 대신한 것이 전부다.직접 만난 후 알게 됐지만 그가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이유는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2001년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떠난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한 외국계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재무담당임원(CFO)으로 근무하고 있다.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4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였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기획담당자로 근무하던 그가 부동산 투자 재야 고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2001년 1월 한 부동산 포털 사이트를 둘러보던 그는 집값 전망을 둘러싼 네티즌 간의 논쟁에 눈길이 갔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신문, 전문 서적을 읽으며 내공을 쌓은 그에게 집값 논쟁은 ‘정말 쓸데없는 짓’처럼 느껴졌다. 이때 그가 쓴 글이 바로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비유한 ‘원숭이 나라 이야기’다. 원숭이 나라에 공급되는 망고 수가 몇 개며 대장 원숭이가 망고를 독차지할 경우에 발생하는 시장의 왜곡을 주택 시장에 빗대어 풀이한 이 글로 아기곰은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또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당일 그가 쓴 ‘새 정부 하에서의 부동산정책 방향과 그 대응전략’은 5년이 지난 지금 읽어봐도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 리포트에서 그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1가구 다주택자에 불리한 정책 시행 △금리 상승 요인 거의 없음 △행정수도의 대규모 축소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은 한강 이북 지역에 불리함 △아파트 인기 지속 등을 예견했다. 시장을 예측하는 그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글을 올려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아기곰 동호회를 결성했으며 이 동호회는 1주일 만에 수천 명의 실명 회원이 몰리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 현재 아기곰 동호회는 실명 회원만 3만60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부동산 투자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그는 최근 알토란같은 투자 노하우를 담은 신간 ‘아기곰의 10년 동안 써먹을 부동산 비타민’을 펴냈다.아기곰의 투자 대원칙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도 시장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제 문제는 경제로 풀어야 하는데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풀려다보니 가뜩이나 복잡한 주택 시장이 더욱 꼬였다는 얘기다. 강남 문제만 해도 마찬가지다. 그는 좋은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주면 된다고 말한다.“강남의 오래된 아파트를 재건축하지 못하게 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되레 강남의 신규 아파트 값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었죠. 그럴 바에야 건축 규제를 다소 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게 더 현실적이고 시장에 주는 충격이 덜하죠.”강남 아파트 투자에 대해서 그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는 수요가 있으면 반드시 집값은 상승하는 법이라며 “실수요층의 연령과 소득, 노동의 안정성으로 볼 때 강남 주변 아파트 값은 여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내다본다.“교육발(發) 집값 상승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교육 환경에 따라 지역별로 집값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정부가 광역학군제를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교육 문제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 오는 수요는 다소 줄어들 공산이 큽니다.”그는 특히 희소성 있는 특정 지역의 새 아파트를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수년간 아파트 공급이 줄면 강남 지역의 새 아파트는 희소성이 더 커질 거라는 생각에서다. 길이 새롭게 뚫리고 대중교통이 발달된 지역은 앞으로도 집값 상승이 계속되며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환경을 강조하는 경향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앞으로 유가 상승이 계속되면 교통 여건은 집값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그렇다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앞으로 5년간 주택 시장은 어떤 궤적을 그릴까. 이에 대해 그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고유가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세계 경기가 불황에 휩싸인 지금 5년 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보합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서브프라임 사태는 ‘쓰나미’와 같습니다. 지금은 밀물이 크게 한차례 밀려든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 이럴 때는 큰 나무 하나만 잡고 있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몰아칠 엄청난 파고죠. 세계 경기가 심각한 불황에 놓일 경우 차기 정부는 경기 불황 타개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다소 풀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집값은 상승 곡선을 그리게 마련입니다.” 그는 올 하반기를 서울, 수도권 집값의 변곡점으로 꼽았다.그는 올 유망 지역으로 서울과 5대 신도시를 꼽는다. 이명박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도심재개발에 대해서도 투자 유망에 무게중심을 놓는다. 다만 재개발 투자는 위험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만큼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라고 주문한다.네티즌이 열광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상업적 목적이 아닌 순수한 비영리로 활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글을 쓴 적이 없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령 그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비관적이다.“전 미분양 시장을 4개의 구조로 봅니다. 주택 보급률과 미분양 가구를 각각 X과 Y축으로 놓고 보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먼저 주택 보급률이 낮은데도 미분양이 높아진다면 그건 분양가가 비싸다는 얘깁니다. 주택 보급률이 높고 미분양이 많다면 수요가 없다는 얘기죠. 반대로 주택 보급률이 낮으면서 미분양이 적다면 이런 곳에서 나오는 미분양은 무조건 사야 합니다. 주택 보급률이 높으면서 미분양이 낮은 곳은 사실상 없고요. 미분양 투자는 이렇게 시장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미국에 사는 그는 매일 4시간 이상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구한다. 정부, 민간 연구기관이 내놓는 통계와 아기곰 동호회 회원들의 상담 내용이 모두 그의 분석 자료다. 그는 부동산 투자의 시각을 넓히기 위해선 부동산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로 관심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지금은 단기적인 효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큰 밑그림부터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 “4월 총선 전까지는 시장의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되 소문에 휩쓸리기보다는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차기 정부는 시장 안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절대로 시장 변화에 휩쓸려선 안 됩니다. 또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죠. 저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지가 벌서 15년째입니다.”Box in Box▶ 신혼집을 구할 때는 미래의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둬라▶ 본인만의 취향으로 투자한 곳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보라는 허상만을 쫓아다니다가는 거짓 정보에 휘둘릴 수 있다▶ 재개발 지분 투자는 분산 투자가 가능한 상품이다▶ 장기 수요가 적지만 단기 호재가 있는 곳에 투자할 때는 오버슈팅 여부를 따져보라▶ 각종 재료 중에서도 인구 집중 유발 효과가 가장 큰 호재다▶ 리모델링 사업은 소형 평형이 많은 곳과 땅값이 비싼 곳일수록 유리하다▶ 구매력이 낮은 인구 유입도 임대료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이라는 간접 원인이 된다▶ 소형 평형의 강세는 일시적 현상일 뿐 중대형 평형에 대한 선호도가 변한 것은 아니다▶ 하락기나 바닥을 다지는 시기에 매수해야 가격 주도권을 갖게 된다▶ 조급함은 가격 협상의 최대 적이다▶ 1가구 다주택자는 주택 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 신규 아파트는 매물이 많이 나오는 시기에 사는 것이 유리하다▶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현재는 상승장이 와도 미분양 아파트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동성이 증가되면 입지가 좋아 수요가 많은 곳부터 오르게 마련이다▶ 증시는 단기적으로,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반응한다는 차이는 있어도 공동운명체다▶ 자산 형성이 덜된 사람은 부동산 거래를 자주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어느 정도 자산이 형성된 사람이라면 장기적 ‘가치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상승기에는 새집을 먼저 사고, 기존 집을 나중에 파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전략이 좋다▶ 투자에서 수익률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환금성(換金性)이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