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Talk Talk

산 용어 중에 링반데룽(Ringwande rung·환상(環狀)방황)이란 용어가 있다. 안개 폭우 폭설 피로 등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지역을 맴도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스스로는 목표물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큰 원을 그리며 움직이는데, 많게는 세 시간 이상 직선 이동을 했다고 생각하나 결국 도착한 곳은 출발 지점이다. 이 ‘링반데룽’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방향을 재확인함은 물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안개나 강설이 걷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뜬금없이 이 등산 용어를 언급하는 것은 올해 초 투자 전략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데 이보다 더 적합한 비유는 없을 듯해서다. 작년 초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파장이 최근까지도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마치 개인자산운용이라는 산을 오르고 있는 투자자가 빠져 있는 링반데룽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링반데룽을 벗어나기 위한 재점검의 의미로 현재의 투자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이슈들을 점검해 보고 투자 원칙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2008년 상반기 금융자산 운용 방안의 틀을 잡아보도록 하자.먼저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은 서브프라임 문제로부터 발생한 신용 경색 등의 공포에서 조금은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요 이슈들에 대한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대응 방안이 아직 정확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단기 전망을 예단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3년(추세 시작은 2001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가 상승 추세에 익숙한 일반 투자자 또한 투자 자산은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한다는 점과 그 위험이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원칙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그러나 많이 떨어진 것만큼 좋은 호재는 없다는 문구가 새롭게 다가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KOSPI의 경우 PER가 10~11배로, 다른 선진국 및 이머징 시장에 비해 많이 낮아져 있으므로 전에 없이 상승할 여력을 많이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 하락의 중압감에 섣부른 매도로 손실을 확정하거나 전체적인 재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추가적인 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권유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와 함께 단기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 시점을 통해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그렇다면 현재의 불확실성 하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더 나아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자산 운용방안은 없을까. 우리는 그 답을 투자의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시황에 따라 다양한 결과들이 나올 수 있지만 많은 연구 자료들을 보면 실현된 수익률의 90% 이상이 주어진 투자 환경 하에서 투자 기간과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일례로 일본 미국 한국의 금융자산 배분 현황을 분석해 보면 국가별로 운용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기대 수익과 위험에 대한 각국 국민들의 성향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2000년 초반까지는 현금 및 예금에 대한 투자 비율이 일본과 비슷했으나 지속적으로 투자 자산으로 옮겨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구성 내역과 같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한 가지 주의할 점은 조사된 자료는 각국 국민들의 일반적인 구성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일반 투자자들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위험을 고려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작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 금융권 내에서 종합자산관리를 위한 개인 재무 설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에 이런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투자자 개인별로 살펴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 여부에 따라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 비과세 상품(연금이나 주식형 펀드(주식))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3~6개월 단위의 단기 운용을 위한 현금성 자산은 CMA나 MMF 가입을 권유하고 싶다. MMF의 경우 작년 3월 이후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익일환매제로 변경됐다. 1년 단위로 운용할 자금은 시중특판 고금리상품 또는 예금자보호법을 고려해 상호저축은행으로의 가입을 권유한다.이와함께 채권형 펀드 가입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조치에 따른 각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리 동향을 주시하며 단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반면 주식형은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펀드) 방식으로 나눠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투자 방법이 서적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장기 투자와 정액분할 투자 방식의 활용이다.과거의 수익률과 시장 환경이 다른 상황 하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몇 가지 연구 자료와 투자 결과를 바탕으로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니다. MSCI WORLD 수익률의 결과치를 분석해 본 결과 단기간 내에는 수익률의 변동성이 매우 높게 나타나지만 10년 수익률은 손실이 없었다. 더불어 과거 미국의 대표적인 마젤란펀드가 1981년부터 1998년 말까지 2669%(BM : S&P500지수 1656%)에 달하는 놀라운 수익을 거둔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장기 투자는 차별화된 성과 창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펀드평가회사 중 하나인모닝스타코리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주식형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달러 기준)도 30.26%에 달한다. 장기 투자가 유리한 이유는 첫째 주가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고 둘째 단기 투자로는 큰 폭의 상승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으며, 셋째 좋은 기업은 시장 상황이 어려워도 꾸준히 성장하기 때문이다.1997년 태국 외환위기 시절 한 투자자의 매월 적립식 투자 사례를 통해 불확실한 투자 환경에서의 적립식 투자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1997년 6월부터 1999년 4월까지 매월 1000달러를 투자했다. 최초 기준가 10달러부터 시작하여 투자를 마쳤을 때에는 기준가가 4.19달러까지 낮아졌다. 환매 시 기준가격은 6.13달러, 23개월 동안 총투자 금액은 2만3000달러이었고 평균단가는 4.94달러였으며 총 매입좌수는 5305.32계좌였다. 투자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당연히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왔을 것이라고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투자 기간 동안의 누적수익률은 41.4%였다.여기에 정액 분할 투자의 매력이 있다. 정기적으로 정해진 금액을 투자했을 때 상승장에서는 투자금액당 좌수가 줄어들지만 하락장에서는 좌수가 급격히 증가해 하락 이후 일정 기간 상승 시 전체 투자수익률이 ‘ 플러스 ’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즉, 정액을 투자했을 때 매수 가능한 주식 수가 증가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게 되며 그 주식 수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더 늘어난다. 그래서 주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면 평균 단가 이상으로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전체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된다. 전환 시점은 독자들이 생각하는 시점보다 훨씬 빠르다. 2008년 상반기의 투자 환경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냉엄한 투자 시장에서 투자자는 결국 승자(Winner) 아니면 패배자(Loser)로 남는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원금을 잃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작 운용 기간과 과세 여부,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해 금융자산을 운용하기를 바란다.마지막으로 가치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의 투자 지침 중 하나를 소개한다. 투자의 제1원칙,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 투자의 제2원칙, 제1원칙을 절대 잊지 말라.정상곤 삼성생명FP센터 팀장 youngsu.jeo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