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의 리스크 관리
떤 운동이든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영을 하다가도 익사할 위험이 있으며 축구를 하다가도 허리나 다리를 다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위험들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펀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펀드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펀드 투자에도 위험이 존재한다. 다만 투자하기에 앞서 이러한 위험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성공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많은 사람들은 위험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이라면 마치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특히 요즘처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기록할 때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생활 자체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 위험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매운 고추를 먹어 입안이 얼얼해진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모든 위험을 무조건 피하다 보면 결코 수익과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없다. 다만 위험이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투자에서 위험이란 수익률의 변화 정도를 말한다. 수익률의 변화가 크면 위험이 크고, 변화가 작으면 위험이 작다고 말한다. 약간 복잡하게 말하면 수익률의 변화란 투자자가 예상했던 결과가 잘 실현되지 않는 불확실성과 같은 말이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연 7%의 수익을 기대했는데 수익률이 7% 미만이 될 가능성을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 위험은 투자 행위에 기본적으로 수반된다. 정기예금과 같이 확정 금리형 상품은 투자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이 거의 없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펀드는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달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를 시작하지만 결과는 나중에 가봐야 알 수 있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이 비교적 크다. 물론 위험이 큰 대신 기대할 수 있는 수익 역시 크다.펀드의 투자 위험은 대략 네 가지로 구분해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위험은 수익률의 변동성이다. 펀드의 수익률은 ‘고속도로’처럼 정해진 방향으로 쭉 이어지는 모습이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시장의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국도’와 같다. 어떤 때는 수십, 수백%까지 고수익 행진을 하다가도 어떤 때는 마이너스 수십%까지 수익률이 폭락하기도 한다.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듯 수익률의 변동성이 높을 때는 투자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또 같은 종류의 주식 펀드라면 변동성이 낮고 수익률이 높은 펀드일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한 펀드라고 할 수 있다.펀드 투자의 두 번째 위험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다. 은행 예금 등은 법에 의해 투자 원금이 보장되거나 보호를 받지만 펀드는 기본적으로 원금이 보장되거나 보호받지 않는다. 따라서 주식이나 채권시장의 상황에 따라 투자 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잃을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자산운용회사나 펀드판매회사 등 어떤 관련 회사도 원금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며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원금 보장과 관련해서 많은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나 펀드판매사가 망하면 어떻게 되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은행 예금의 경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사가 망하더라도 원리금 기준 5000만 원까지 보호받지만 펀드의 경우 이 같은 보호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의 자금은 입금과 동시에 수탁회사라고도 하는 은행에 예치되며 자산운용사나 펀드판매사와는 전적으로 무관하다. 만일 자산운용사나 펀드판매사가 망할 경우 펀드 가입자는 모두 모여서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다른 자산운용사나 펀드판매사와 계약을 하고 은행에 예치된 자산의 운용이나 판매를 다시 맡기거나 혹은 자산을 모두 현금화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도록 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사나 펀드판매사가 망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거의 없는 셈이다.세 번째 위험은 펀드의 자산을 제때 매각하지 못해 생기는 유동성 위험이다. 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는 자산 중 시장에서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자산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상장 주식이나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채권, 특수한 이해관계자들이 보유 중인 우선주, 부동산 등은 시장에서 매매가 많지 않아 유동성이 비교적 떨어지는 자산이다. 이같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 중에는 가격 형성이 지연되다 보니 투자하기 좋은 저평가된 자산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이들 자산에 투자하면 펀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환매를 청구하면 제때에 자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결국 이런 자산들은 수시로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로 만들 수밖에 없다. 선박 펀드나 부동산 펀드, 벤처 펀드 등이 대표적으로 폐쇄형으로 만들어지는 펀드다. 폐쇄형 펀드는 이러한 환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증권시장에 상장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급히 자금이 필요한 투자자의 경우 증권시장에서 펀드의 증권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소수의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펀드이므로 시장에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데다 거래가 체결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손실을 무릅쓰고 가격을 낮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 폐쇄형 펀드는 유동성 위험이 크기 때문에 투자 시 자신의 투자 목적이나 기간에 적합한가를 반드시 따져보고 나서 투자해야 한다. 다음으로 네 번째 위험은 펀드매니저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이다.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맡긴 자산을 약관이나 투자계획서에 정해진 대로 운용해야 한다. 만약 약관을 위배하고 비정상적인 자산에 투자한 경우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나 자산운용회사를 법에 따라 고발하고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복잡하게 이뤄지는 투자 행위를 감시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에서는 약관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 업무를 수탁회사에 부여하고 있다. 수탁회사는 펀드 투자자들이 맡긴 자산의 실물을 보관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종의 ‘창구지기’인데 은행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창구지기’에게 물건이 들어오거나 나갈 때 약관이나 투자계획서를 잘 지키고 있는가를 감시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불법적인 투자가 발견되면 수탁회사는 자산운용사에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하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 그래도 계속 시정되지 않을 경우 모든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모인 수익자총회를 개최해 투자자들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주식시장에는 ‘알려진 악재는 이미 악재가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펀드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종류를 충분히 알고 자신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얼마만큼의 위험을 부담할 수 있는지 인식한다면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험이 전혀 없는 투자는 은행 예금 정도까지 수익률도 낮아진다.위험을 부담한 만큼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무조건 회피하기보다는 잘 관리하는 투자의 지혜가 필요하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