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제일기획

일기획은 장기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두고 갖추고 있다. 첫째는 광고 업종 내 1등주라는 점이다. 광고 취급액 기준으로 업계 2위인 LG애드를 3배 이상 격차로 따돌릴 정도로 부동의 1위다. 독점력이 강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좋아하는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제격인 셈이다.둘째는 국내 1등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점이다. 제일기획은 삼성그룹 광고 부문 계열사로 매출의 80% 정도가 그룹 계열사 광고물량 수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제일기획의 운명도 순탄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 절대 망할 염려 없는 주식을 찾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역시 매력적인 포인트다.셋째는 글로벌 광고회사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 제일기획은 사실상 삼성그룹 인하우스 광고회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일기획은 최근 들어 인하우스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를 대규모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도 삼성 외에 다른 기업들 광고 대행 물량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넷째는 다른 내수 업종 대표주들에 비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 500선에 머무르던 코스피지수가 작년에 2000선까지 4배 상승하면서 내수 관련 우량주들 주가도 대부분 4~5배씩 급등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 태평양 농심 KT&G 유한양행 등 과거 가치주로 여겨졌던 내수 대표주들은 대부분 주가수익률(PER)이 20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국내 시장 평균 PER가 11~12배 수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고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제일기획은 주가 상승 속도보다 실적 증가 속도가 더 빨라 PER는 아직도 13~14배(2008년 예상 실적 기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업종 대표주를 이 정도 싼 가격에 매수할 수 있다는 것은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이 밖에 광고 시장 성장률은 낮지만 제일기획은 지배적 사업자로서 베이징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들에 대한 장악력이 커 시장 대비 고성장 전망이 밝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이 같은 점들 때문에 장기 투자 펀드나 외국인들이 대거 제일기획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개인들 중에서도 한번 매입하면 좀체 팔지 않는 장기 보유 큰손들이 적지 않다. 상당수 주식 물량이 잠겨 있어 제일기획은 대형주 가운데서도 거래량이 매우 적은 종목에 속한다. 그만큼 구하기 귀한 주식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제일기획의 가치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자세히 분석해 보자.우선 제일기획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강력한 매체 확보 능력이다. 다시 말해 제일기획이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과시하며 타사와의 차별성을 키우는 배경에는 서비스 영역이 단순히 매체 대행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강점이 자리 잡고 있다. 광고주의 마케팅 전략 컨설팅에서부터 4대 매체(신문 TV 라디오 잡지)와 뉴미디어(케이블TV와 인터넷) 광고 제작 및 대행은 물론 박람회와 전시회 등 각종 행사 대행까지 사업 영역이 넓다. 이를 통해 광고주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소위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국내 유일의 종합 광고사다. 전문 인력과 매체 확보 능력에서도 타사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주요 시간대의 방송광고 매체 확보력이 뛰어나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취급액 점유율은 TV의 경우 20%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다. 이 같은 매체 확보력을 기반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대부분 업종에서 1~2개 이상의 우량 광고주를 확보하고 있다. 광고주는 대부분 국내 굴지의 기업들로 총 7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신한금융지주 SK건설 금강제화 진로발렌타인스 등의 광고를 새로 따냈다.해외 부문 성장세도 돋보인다. 제일기획은 1980년대부터 삼성전자의 해외 진출과 함께 해외시장에 개척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강화 전략에 맞춰 해외 거점 수를 35개(11개 법인, 9개 지점, 15개 사무소)로 확대했다. 2010년까지 해외 거점을 총 40개로 확대하겠다는 게 제일기획 목표다.제일기획의 해외 네트워크 확대 전략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첫째는 삼성전자라는 초대형 광고주의 현지 광고 물량을 예상해 진출하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다. 둘째,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해외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국내외를 아우르는 광고 대행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규 광고주 유치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실제 제일기획은 지난해 10월 삼성 비계열사로는 처음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마케팅 부문을 신규 유치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제일기획의 해외 네트워크 확대 전략에 따라 해외 매출 비중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취급액에서 해외 취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38.4%(금액으로는 3753억 원)에서 2006년에는 53.8%(9941억 원)로 급증해 국내 취급액을 이미 추월했으며 2007년에는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장기 성장 전망도 밝다. 제일기획의 성장성을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광고 시장부터 짚어보자. 광고 경기는 전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외환위기로 경제성장률이 급감한 1998년의 광고 시장 침체와 정보기술(IT) 경기 활성화로 GDP 성장률이 높았던 1999~20 00년의 광고 시장 호황이 이를 잘 말해준다. 기업들은 경기 확장기에 광고비를 늘리고, 반대로 경기 침체기에는 손쉬운 방법인 광고비 절감을 통해 비용을 통제한다. 또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있는 짝수 해에는 광고비 지출을 늘리는 경향이 강하다. 2002년 월드컵 특수 등으로 크게 성장했던 광고 시장은 이후 경기 불안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정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0년까지 국내 광고 시장은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 여파로 연평균 2.36%의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는 2010년까지 연평균 3~4%대 성장을 점치고 있다. 다만 연도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대형 스포츠 행사가 예정된 2008년과 2010년의 경우 성장률이 다소 높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국내 총 광고 시장은 8조128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광고 매체인 미디어 시장도 변화가 많다. 매체별 성장률을 보면 4대 전통 매체인 지상파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의 광고 시장 비중은 정체 내지 축소되는 추세다. 반면 인터넷과 케이블TV 등 뉴미디어의 비중은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특정되는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 트렌드다. 인터넷 이용자와 케이블TV 시청자 급증으로 뉴미디어가 광고주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통 매체와 달리 인터랙티브 마케팅, 세분화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 광고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4대 매체에 비해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그동안 광고가 어려웠던 중소기업들도 광고비를 집행하고 있다. 2006년 이후 4대 매체 광고 성장률은 2.2%에 불과하지만 뉴미디어는 38.2%에 달해 전체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17.3%로 높아진 상태다. 전문가들 예상에 따르면 2010년에는 비중이 22%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결론적으로 현재 광고 시장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누가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먼저 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얘기다. 제일기획은 그런 면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강력한 브랜드파워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 지배력,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의 연간 총 취급액은 지난 2006년 1조8487억 원으로 2위인 LG애드의 5810억 원을 3배 이상 앞서고 있다. 구창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불황기일수록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강점이 돋보이게 마련”이라며 “제일기획은 광고 시장 대형 이벤트를 최대한 활용해 나가며 시장 평균보다 훨씬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제일기획은 지난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398억85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5146억1000만 원, 590억78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8%, 16.1% 줄었다. 이는 일종의 성장 과정에서 지불될 수밖에 없는 비용 탓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우수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및 판관비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는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은 올해부터 다시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올해는 전년 대규모 투자에 따른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더구나 뉴미디어 성장과 베이징 올림픽 효과, 광고 시장 규제 완화 등의 호재로 올해 매출액은 사상 처음 6000억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그는 구체적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신규 인력의 유효성 확대에 근거한 영업 레버리지 확대 및 강한 이익 모멘텀 △계열사와 경쟁 관계인 신한엘지카드의 영입, 한국타이어의 해외 마케팅 물량 영입 등 인하우스 체제를 넘어선 글로벌 성장 기반의 조성 등이 성장의 동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년도 대규모 신규 인력의 유효성이 높아지면서 판관비 증가율도 전년 19.2%에서 5.4%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을 보면 제일기획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와 EV/EBI TDA는 각각 13.8배, 7.6배 수준으로 SBS나 온미디어 등 미디어 업종 내 비교 대상 업체보다 훨씬 저평가된 상태다. 복진만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기획의 한 단계 높은 경쟁력을 감안하면 시장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게 정당하다”며 “국내외 경쟁 업체들의 밸류에이션과 비교할 경우 PER는 20배 근처에서 거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