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일매일 전투를 치른다. 이른 아침 출근해 밤새 벌어진 해외 증시 동향을 체크하고 담당 업종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는 업무를 매일 되풀이한다. 일요일에도 기업 분석 리포트를 위해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다. 주변에서는 매년 치솟는 몸값을 부러워하지만 실상 애널리스트로서의 삶은 그리 만만치 않다. 웬만한 체력을 갖춘 남성들도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이처럼 경쟁이 심한 세계에서 4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영예를 안은 주인공이 있다.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해당 분야의 ‘장기집권’이다. 윤효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이 바로 주인공. 2004년 당시 최연소(28세)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담당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교육과 화장품·섬유 등 담당 분야가 여성에게 적합한 특성이 있다지만 4년 연거푸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힌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성적이다.“여성의 섬세함과 꼼꼼한 성격이 기업 분석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성격이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학창 시절 매년 우등상을 받는 친구들의 소감이 그렇듯 윤 연구원의 반응도 담담하다. 2004년 최연소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혀 주목을 받을 때와 달리 벌써 애널리스트 9년차의 관록이 붙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윤 연구원은 “교육과 섬유 화장품 등 여러 산업을 담당하는 게 한 업종만 맡는 것에 비해 단점도 있지만 백화점 입점 업체를 통해 경기를 가늠하고 업종 간 비교를 통해 보다 큰 시야를 갖게 되는 등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분석 리포트도 이런 전체적인 틀 속에서 작성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진 것 같다는 게 그의 자체 분석이다.애널리스트에게 분석 대상 기업의 탐방은 필수다. 회사의 사업 진행 현황과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긴밀한 네트워크가 그만큼 중요하다. 윤 연구원이 매주 2∼3개 기업 탐방을 다니는 것도 현장을 통해 해당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다.“남자들은 기업 IR 담당 임원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지만 거꾸로 공격적인 대응으로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반면 여성은 친밀감보다는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부드러움으로 변함없는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장점이죠. 게다가 저 같은 경우는 여성이 경쟁 우위를 보일 수 있는 분야를 맡고 있는 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투자 의견을 낮춘 기업 분석 리포트로 곤욕을 치르는 일도 적지 않다. 투자 의견을 ‘보유(‘매도’ 의견이 좀체 없는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사실상 가장 부정적 의견으로 꼽힘)’를 내놓았다가 투자자는 물론 해당 업체로부터도 거센 항의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 연구원은 “A사의 경우 투자 의견을 낮추자 IR팀이 ‘무슨 의도로 투자 의견을 그 따위로 냈느냐, 똑바로 분석한 것이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며 “일부 업체는 아예 탐방을 오지 말라는 곳도 적지 않아 분석에 애를 태운다”고 말했다. 때론 이 같은 항의로 마음이 상하기도 하지만 투자 의견은 최대한 냉정하게 유지한다는 게 그의 평소 생각이다.실제 올해 적극 매수 종목으로 추천한 B사의 경우 기업 탐방을 거절할 정도로 IR에 소극적이나 기업의 성장 가치를 따져 투자 의견을 공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투명하게 기업 정보를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기업을 물론 선호하지만 번지르르한 겉모습보다는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는 기업에 더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애널리스트를 꿈꾸는 여자 후배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회계 지식이나 영어 등 기본 지적 수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헝그리 정신’인 것 같습니다. 제가 후배 애널리스트를 뽑는다면 영어 실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헝그리 정신이 있는 후배를 고를 거예요. 요즘 들어온 똑똑한 후배들이 처음에 일을 배우면서 하게 되는 잡일이나 야근 등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죠.”전체 수석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서도 거침없이 성장해 온 ‘알파 여성’의 대답으로는 뜻밖이었다. 윤 연구원은 1995년 연세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해 경영학을 전공했다. 대학 4학년 때 당시 LG증권에서의 인턴십을 계기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화외고를 나와 당시 영문과 등 어문학과 지원 시 내신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숫자가 좋아 경영학과를 지원했다고 한다. “아버지도 경영학과를 나오신 데다 회계나 숫자와 관련된 과목을 좋아해 경영학과를 선택했어요. 증권 업종에 관심을 가진 것도 숫자를 좋아하는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됐기 때문이죠.”최근 증권사마다 리서치센터를 강화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다. 특히 수년째 베스트로 선정될 정도의 실력파라면 당연히 타 증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게 마련. “지금보다 높은 연봉에 스카우트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제가 처음 입사해서 지금까지 커 온 우리투자증권에서 타 국내 증권사로 옮길 생각은 전혀 없어요. 무엇보다 기업 분석을 위한 지원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동료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합니다.”2000년 입사 후 지난 8년간 정신없이 일만 해 왔다. 건강을 위해 가끔 피트니스센터에 가는 것을 제외하면 주중에서는 친구들과 약속도 잡지 못할 정도로 개인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널리스트의 현실이다. 윤 연구원은 “그동안 너무 쉴 새 없이 달려와서 이제 템포 조절이 조금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리도 한번 배워보고 싶고 자기 시간도 좀 늘려보고 싶은데 생각대로 될지 모르겠네요”라며 웃었다.교육·화장품 업종 내 실적 개선주 주목“교육산업은 올해 주요 업종 중 가장 유망 분야이며 경기에 민감한 의류는 다소 보수적인 접근을 권한다.”윤효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석을 맡고 있는 업종 가운데 1순위 유망 분야를 교육 업종으로 꼽았다. 특히 메가스터디 등 기존에 크게 오른 종목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이익률 개선이 눈에 띄는 웅진씽크빅을 교육 업종 가운데 최우선주로 꼽았다. 윤 연구원은 “메가스터디는 안정적 성장세지만 지난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수준인 반면 웅진씽크빅은 학습지 사업부의 회원 수 급증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주가 상승률이 40%대로 코스피지수의 오름폭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목표 주가 3만3000원과 비교해서는 상승 모멘텀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9% 늘어난 1946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35.2% 급증한 183억 원을 달성했다. 학습지 부문인 ‘교육문화 사업본부’가 전년 동기 대비 20.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으며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각각 8.8%, 21.6% 증가한 7513억 원과 696억 원으로 추정했다.화장품 업종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을 추천했다. 최근 3개월 사이 25% 하락, 낙폭이 상대적으로 큰데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하는 등 견조한 영업이익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EPS(주당순이익률) 기준 17.2배 수준의 최근 주가는 시장 대비 프리미엄이 63.8%에 불과해 동종 업체인 LG생활건강에 비해 저평가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목표 주가 95만 원과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패션 업종에서는 최근의 약세장에도 불구, 한섬의 목표가를 2만1500원으로 제시했다. 윤 연구원은 “회사 분할 후 1월 16일 재상장 과정에서 주식 수가 21% 감소했고 부동산 부문 분할로 영업외 수지에서 임대료가 제외되는 것을 실적 전망에 반영해 목표가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2007년 3분기까지 정체였던 매출이 4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5%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의류 소비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