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sportive preppy yuppie

운 겨울이 드디어 끝나가고 있다. 매서운 칼바람에 유행과 스타일을 떠나 따뜻한 파카와 두꺼운 코트로 일관했던 겨울 옷장을 재빨리 가벼운 봄옷으로 채워야 할 시기가 돌아왔다. 이번 봄 시즌의 유행 경향은 단순하다. 하나의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시즌 동안 강세를 보였던 퓨처리즘이나 미니멀리즘이 약화되면서 클래식 레트로 스포츠 무드, 심지어 컬렉션에서나 가능할 파자마 룩까지 다양한 테마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봄의 다양한 스타일 중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 트렌드를 살펴보자.도시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회색빛의 슈트를 입고, 검정 슈트케이스를 든 남성의 이미지다. 어둡고,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한 남성의 룩에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이번 봄에는 무거운 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볍고 활동적인 어번 스타일을 옷장에 채워 넣어야 한다. 직선적인 라인을 강조한 가벼운 면 재킷, 발목까지 오는 슬림한 팬츠, 그리고 스포티한 셔츠까지, 모두 옅은 컬러감을 가지고 있어 차가운 느낌이 들면서도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명한 느낌의 신세틱(합성섬유)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활동적이면서도 너무 미래적인 느낌만 강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이번 시즌의 퓨처리즘은 곳곳에 녹아 뉘앙스로 활용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한편 지난 몇 시즌 간 현실감이 떨어지는 퓨처리즘을 선보였던 많은 디자이너들은 스포티즘을 퓨처리즘의 새로운 얼굴로 선택했다. 이번 시즌 퓨처리즘의 정수는 라프 시몽(Raf Simons)의 컬렉션에서 느낄 수 있는데, 그는 절묘하게 퓨처리즘이 느껴지는 소재와 스포티브 무드를 엮어 새로운 느낌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서핑, 트레킹, 드라이빙 등 스포츠의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은 밝은 네온 컬러들로 무장한 2008년도 스포츠 무드는 특히 아이디어가 가득한 액세서리에서 빛을 발한다.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커다란 백팩, 스키 부츠를 연상시키는 신발류, 그리고 잠수복으로 주로 활용되는 네오프렌을 사용한 빅 토드백 등 보다 평범한 의류와 비범한 액세서리의 조합이 모든 사람들이 이 새로운 스포티브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1980년대는 여피 스타일로 대변된다. 도시에 살면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일정 소득 이상을 확보했던 여피들은 모던한 도시 스타일을 연출했었는데, 어깨를 강조하고 간결한 클래식 스타일로 대변되는 1980년대의 스타일이 새롭게 조명 받는다. 포멀한 슈트에서부터 보헤미안의 예술적인 뉘앙스를 전달하는 어번 캐주얼까지 1980년대의 실루엣이 새롭게 해석된다.1980년대를 보다 포멀하게 접근한 뉴 클래식 스타일과 달리 1980년대의 스쿨 룩에 위트를 섞어 제안하는 프레피 스타일도 주목을 받는다. 1980년대에 애용했던 맨투맨 스타일이나 치노 팬츠, 그리고 레트로 스트라이프를 강조한 폴로셔츠가 다시 조명을 받는데 기존 스타일에 디테일 포인트를 좀 더 강하게 하거나 트래디셔널 컬러가 아닌 파스텔톤이나 밝은 컬러를 강조해 변화를 준다. 이렇게 캐주얼한 감각을 강조하기 때문에 오프 타임에 어울릴법한 스타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깔끔한 블레이저와 코디, 평소의 지루한 이미지를 벗어버리는데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가 이미 익숙한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대명사인 폴로나 빈폴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입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액세서리와 컬러의 조합에서 위트를 첨가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이정민 퍼스트뷰코리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