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창동은 강북을 대표하는 전통 부촌이다. 최근의 두드러진 특징은 가나아트센터를 중심으로 갤러리가 밀집하면서 문화 예술인들이 입주가 부쩍 늘고 있는 점이다. 기업인으로는 신준호 롯데우유 회장,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 등이 거주하고 있다.평창동 단독주택은 최근 수년간의 부동산 상승기의 수혜를 거의 보지 못했다. 실제 대지 496㎡(옛 150평) 규모 단독주택의 시세는 10억∼20억 원 안팎으로 강남의 132㎡형(옛 40평형대) 고급 아파트 가격에 그친다. 최근 5∼6년간 상승폭은 2억∼4억 원 수준이다. 당시 2억 원선이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10억 원 선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재테크 측면에서는 낙제인 셈이다. 실제 으리으리해 보이는 평창동 고급주택 단지의 평당 가격은 놀랄 정도로 낮다. 일부 가나아트센터를 중심으로 도로변 고급 주택가는 3.3㎡당 1000만∼1600만 원을 호가하지만 평창동 서쪽 구주택가는 600만∼1000만 원선으로 편차가 심하다.일부 고급 주택은 땅값보다 평당 건축비가 더 들어간 집도 적지 않다. 특히 증·개축한 고급 주택은 기존 건물의 건축 연한에 따른 감가상각이 반영돼 공시가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아 세테크에 유리하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상대적으로 낮은 시세에도 불구하고 평창동이 변함없이 강북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꼽히는 것은 거주층 못지않게 북한산과 북악산으로 둘러싸인 빼어난 자연 환경이 갤러리 등의 문화 시설과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점 덕분이다. 가나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수십 개에 이르는 갤러리가 밀집하면서 문화 부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급 빌라를 신축하거나 증·개축하는 공사도 한창이다. 유독 증·개축이 많은 것은 남이 살던 집에 그대로 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주인이 바뀔 때마다 새로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창동 고급 빌라의 경우 천편일률적 외형 대신 각 건물마다 독특한 멋을 풍기고 있는 것도 매력이다. 북한산 평창매표소 길에 있는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 양식을 연상케 하는 동(銅) 양식의 집이 대표적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평창동이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개성을 살린 집들이 많기 때문이다.수려한 자연 경관과 광화문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때문에 외국계 기업 지사장이나 외국 대사 상당수가 고급 주택을 빌려 살고 있다. 최근에는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새로운 수요층으로 부상하고 있다.평창동과 성북동에서 고급 주택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태영공인의 성기찬 사장은 “선진국처럼 친환경적 웰빙형 주거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화되는 추세인데다 아파트에 대한 규제까지 겹쳐 지난해에는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특히 평창동은 문화 예술인이 많이 살아 다른 부촌에 비해 이웃끼리 서로 알고 지내는 ‘인간미’가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한남동한강조망권·교통편리에 희소성 더해져 인기내 대표적 고급 주택지이자 최대 갑부촌으로 꼽히는 한남동.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길지로 풍수지리를 모르는 일반인이 보아도 한눈에 명당임을 알 수 있다.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들이 한남동에 운집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같은 풍수지리에 있다는 게 정설. 풍수지리로 볼 때 물은 재물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남동이란 지명은 남쪽에 한강이 흐르고 서북쪽에는 남산이 있는 형국에서 착안, 한강과 남산의 머리글자를 따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한남동이 부촌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된 건 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권력 실세들이 옛 육군본부가 있던 용산을 중심으로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70~80년대 고성장기를 거치면서 재벌과 부유층이 이곳에 하나 둘씩 둥지를 틀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부촌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재벌 1세의 보금자리로 출발한 한남동은 내로라하는 호화 저택과 고급 빌라들이 즐비해 있다.한남동은 국내 최대의 부촌이란 명성에 걸맞게 구성원들도 막강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 총수, 임원진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또 최근 재테크 전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가수 방미, 개그맨 서세원 씨 등도 이곳에 살고 있다.특히 한남동에는 삼성그룹 관련 인사들은 물론 리움미술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삼성문화재단 등이 자리하고 있어 이른바 ‘삼성타운’을 형성하기도 했다. 외교통상부 장관 공관과 함께 이집트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인도 등 30여 개국의 대사관 및 영사관이 자리 잡아 ‘외교 1번지’로도 통한다.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웰빙, 로하스 등의 트렌드와 맞물려 대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연예인 등 고정적인 자체 수요는 물론 구매력 있는 잠재 수요층들이 고급 빌라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라며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적다 보니 고급 빌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일례로 한남동 고급 주택가의 대명사인 유엔빌리지에는 저택, 빌라 등 약 500가구가 들어서 있는데 유엔빌리지를 대표하는 헤렌하우스의 경우 1월 말 현재 416㎡(옛 126평)의 시세가 50억 원으로 5년 전 분양가 대비 2배 이상이 껑충 뛰었다.한남동 L공인 한 관계자는 “헤렌하우스는 최근 2년 사이 시세가 급상승세를 보이면서 3.3㎡당 4000만 원선에 호가되고 있다”며 “고급 빌라를 찾는 고객은 부쩍 늘고 있지만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 간혹 매물이 나와도 바로바로 거래가 이뤄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빌리지 내는 한강 조망권의 여부에 따라 시세 차가 큰데 강 조망권이 있는 곳은 3500만~4000만 원선, 강 조망권이 없는 곳은 2000만~2500만 원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며 “고급 빌라는 직거래가 대부분으로 통상 가격이 저렴한 빌라보다 오히려 비싼 빌라에 수요자들이 관심을 더 보인다”고 덧붙였다.현재 유엔빌리지 내 클라인하우스 373㎡(옛 113평)의 분양가가 40억 원, 더하우스 443㎡(옛 134평)의 분양가가 42억 원에 분양 중에 있다.전문가들은 오는 4월 분양을 앞두고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단국대 이전 부지에는 인근 유엔빌리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저층 고급 빌라와 아파트로 이뤄진 고급 주거단지가 조성될 예정으로 부촌 한남동의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박금옥 한국주택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