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서초동남 내 타 지역의 개발 재료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반면 방배동 빌라촌 일대는 정보사 이전, 서초∼방배 간 장재터널 개통 추진 등 개발 호재가 잠복해 있어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실제 아파트 밀집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 오랜 동면 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방배동 일대 고급 빌라 단지들의 거래는 꾸준한 편이다. 아파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근 5년 새 가격도 2배 정도로 올랐다. 방배동 리더스공인 김효상 부장은 “고급 빌라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첫째가 주거 목적이고 투자 목적은 후순위다. 하지만 일단 사 두면 꾸준히 오르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들어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방배동 빌라촌은 대한민국 고급 빌라 1번지로 꼽힌다. 방배본동∼방배 4동∼반포 4동에 걸쳐 자리한 빌라촌은 1986년 서래마을에 들어선 효성빌라를 시작으로 동광단지 미륭단지 등 3개 구역으로 확장 개발되면서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급 빌라촌으로 탈바꿈했다. 프랑스 학교가 있는 서래마을에는 프랑스인 주재원을 중심으로 유럽인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대 가격이 안정적이다. 이에 비해 방배동 빌라촌의 핵심인 동광단지는 고급 단독주택지가 많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윤세영 SBS 회장 등 기업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방배본동 일대에 자리한 미륭단지는 동광단지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으나 지난해 롯데건설이 231㎡형(옛 70평형) 이상으로 구성된 대형 아파트를 분양한 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륭단지는 52만8800㎡(옛 16만 평) 규모의 서리풀 공원과 가까운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방배동 빌라 단지는 여의도와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지리적 이점 덕분에 연예인과 외국계 증권사 임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탤런트 이서진 김정은 커플, 한가인 연정훈 부부를 비롯, 최민수 임백천 씨 등이 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교포 2세들도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 인근으로 옮겨갔던 일부 부부들이 자녀가 대학에 들어간 후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임대 물건 중 월세는 비교적 풍부하지만 전세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15억 원짜리 빌라의 전세가가 7억∼8억 원에 달하는 등 매매가 대비 전세율이 아파트에 비해 높다. 신구레버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급 빌라는 직접 살기 위해 분양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고급 마감재를 사용한 빌라를 전세로 내놓기 꺼리는 분위기여서 전세 물건이 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방배동에서 가장 고가 빌라로 꼽히는 신구레베빌12차 417㎡(옛 126평)의 호가는 30억∼40억 원선으로 2002년 말 분양가 18억 원과 비교해 100%가량 뛰었다. 인기가 높은 동광단지 내 264㎡(옛 80평) 규모의 최신 빌라의 호가도 14억 원선으로 3.3㎡당 1700만 원 안팎이다. 하지만 건축 연한에 따라 3.3㎡당 1000만∼1200만 원선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다만 새 정부의 세금 감면 추진 기대감으로 최근에는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괴리가 커져 거래가 다소 주춤한 편이다. 최보경 그랑씨엘 공인중개사는 “매입자는 양도세 감면 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매도자는 양도 차익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개발 기대감으로 교대역에서 이수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의 경우 3.3㎡당 4000만 원을 호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투자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성북동정·재계 인사들의 럭셔리 아이콘북동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용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윤덕병 한국아쿠르트 회장 등이 이곳에 산다. 성북동 태영부동산 성기완 대표는 “성북동은 풍수지리로 볼 때 재물과 권력이 모이는 곳”이라며 “부자들이 성북동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물론 성북동에서도 주택 수준은 나눠진다. 북악스카이웨이를 중심으로 북악산 위쪽은 대형 단독주택들이 밀집해 있으며 현정은 회장, 조석래 회장, 정몽근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의 저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범현대가 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악스카이웨이 아래쪽은 중소형 단독주택이나 고급 빌라들이 위치해 있으며 중소기업, 전문직, 대기업 임원들에게 인기가 있다.주한 외교사절 관저와 대사관, 외국계 기업 임원들에게도 성북동은 최고의 인기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은 한남동, 이태원동과 함께 외국인 상대의 임대 사업이 가능한 곳 중 하나다.그렇다면 성북동 고급 빌라의 집값은 과연 얼마일까. 이 지역의 고급 빌라는 264~330㎡(옛 80~100평)가 주류를 이루며 매매값은 264㎡가 8억~9억 원, 330㎡는 15억 원이다. 3.3㎡당 매매가로 환산하면 1000만~1500만 원으로 일반 고급 아파트와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에게는 ‘벼락부자가 아닌 대대손손 부자였던 사람들만이 성북동에서 살 수 있다’는 등 타 지역과 차별성을 갖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성북동에서 고급 빌라는 7~8개 단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희소성 등이 강조되면서 매매값이 강보합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성 대표는 “해외 생활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보안 등의 이유로 고급 빌라를 찾고 있다”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과 희소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억 원씩 매매값이 뛰었다”고 설명했다.그중에서도 성락원 하이츠는 고종의 아들 의친왕이 살았던 주요 사적 ‘성락원’과 가까이 있어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고급 빌라 단지다. 1996년 완공된 성락원 하이츠 331㎡의 매매가는 13억~15억 원선이다. 성북빌하우스 357㎡는 12억~16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현재 SPM&C가 303의 16 일대에 고급 빌라 어승재를 분양하고 있다. 506~569㎡이며 분양가는 20억~30억 원선이다. 가구당 주차 대수가 최대 8대나 된다. 이 밖에 LIG건영이 544㎡ 12가구짜리 타운하우스를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신구건설도 성북동에 최고급 빌라 61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규모는 142㎡(옛 43평)부터 218㎡(66평)까지 총 4타입으로 구성돼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