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필립 자코팡 남해 힐튼 골프 앤드 스파 리조트 총지배인
락없는 쪽빛이다. 진녹색 계열의 쪽빛 물감이 바다에 풀린 듯한 경남 남해 앞바다는 예로부터 풍치가 좋기로 첫손가락에 꼽힌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인 골프, 리조트 운영 업체인 에머슨 퍼시픽(주)이 남해의 끝자락에 위치한 3개의 섬을 연결해 해외 유명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특급 리조트를 건설한다고 할 때 이토록 멋진 휴양 시설이 들어설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다만, 세계적인 호텔, 리조트 체인 힐튼 만큼은 달랐다. 힐튼은 이곳이야말로 휴양 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장소임을 파악하고 힐튼 브랜드 중에서도 전 세계 24개국 59곳에만 들어서 있는 힐튼 월드 와이드 리조트를 내걸었다. 이렇게 탄생한 남해 힐튼 골프 앤드 스파 리조트는 불과 1년 만에 국내 최고급 휴양 시설로 인기를 얻고 있다.“본사로부터 남해 힐튼 골프 앤드 스파 리조트 총지배인으로 가라는 통보를 받고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웃 일본 도쿄 힐튼호텔에서 운영 총괄 디렉터로 근무하면서 남해 힐튼 골프 앤드 스파 리조트의 건립 전 과정을 쭉 지켜봤었기에 감동이 남달랐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망중한을 즐기기에 남해만한 곳이 없다고 자신하고 싶습니다.”프랑스 페르피낭, 스위스 로잔의 호텔 전문학교에서 호텔 경영, 지배인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이 리조트의 총지배인 장 필립 자코팡 씨는 소믈리에, 수석 요리사, 총주방장에서부터 식음료 매니저까지 호텔과 관련된 전 분야에 근무한 힐튼 내에서도 손꼽히는 호텔리어다. 프랑스 와인 전문대학인 드 뱅 대(University du Vin)에서는 와인 관련 전문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그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편안함을 선사하는 것을 호텔 리조트의 목표로 꼽았다. 그는 이것을 힐튼 모멘트(힐튼 리조트가 주는 최상의 서비스)라고 불렀으며 이를 위해선 총지배인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스스럼없이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호칭부터 ‘제너럴 매니저(GM)’가 아닌 자신의 이름 약자인 ‘JP’로 부르도록 지시했다.힐튼 남해 골프 앤드 스파 리조트의 모든 객실은 바다가 한눈에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객실 평형은 35평, 45평, 52평형으로 침실은 물론 욕실에서도 커튼만 열면 쪽빛 남해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석양 노을을 바라보며 자쿠지에 몸을 맡기고 와인 한 잔을 즐기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78평짜리로 구성된 그랜드빌라 20채를 따로 건립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 이 방은 하루 객실료가 100만 원을 훌쩍 넘지만 1, 2층에 4개의 침실이 있어 대가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예약이 상당히 어렵다. 그랜드 빌라의 1층 침실은 삼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철썩이는 남해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낭만적인 하루를 보내기에 그만이다.특히 이 리조트의 골프 코스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다. ‘골프 코스가 너무 아름다워 지원했다’고 할 정도로 이곳의 골프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총 7만2000야드에 펼쳐진 18홀 모두를 매립지 위해 조성했기 때문에 코스 어디서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절벽을 깎아 그린을 조성한 4번 홀(파3)과 비치벙커에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 5번 홀(파4), 정규 코스를 돌고 난 뒤 보너스로 제공되는 아일랜드 19번 홀(파3) 등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 덕분에 겨울에도 이곳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골퍼들이 줄을 잇는다. 다만, 겨울에는 바람이 거세 일반 골프 코스에 비해 스코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1번 홀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그는 남해 바다의 칼바람 위력을 톡톡히 맛봐야 했다. 그는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겨울철 이용객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고 골프 코스의 매력을 설명했다.힐튼 남해는 개관 1년 만에 전 세계 관광, 여행 업계 관계자들이 주는 월드 트래블 어워드 ‘한국 최고 리조트’와 ‘한국 최고 골프 리조트’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월드 트래블 어워드는 항공사, 호텔, 비치, 크루즈에서부터 신용카드, 자동차 렌털 업체와 호텔 예약 업체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여행 및 관광 관련 분야의 최고를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총지배인으로 부임해 오면서 그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바로 스파 시설이다. 휴양지로 확실히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스파 시설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도심의 특급 호텔 스파와 차별화하기 위해 기존 마사지 프로그램과 한국식 찜질방을 접목한 것이 특집입니다. 또한 주변 경관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야외 노천탕을 마련했죠.”이곳에서는 1990년에 탄생한 영국 최고급 스파 테라피 프로그램인 엘레미스 테라피가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45개국, 1200개 이상 호텔 및 리조트 유명 스파, 백화점, 럭셔리 크루즈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힐튼 남해를 포함해 단 두 곳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해외 유명 연예인 기네스 팰트로, 마돈나, 빅토리아 베컴 등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리조트가 성공적으로 런칭한 뒤 반얀트리, 알펜시아 등 특급 리조트들의 착공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건 고급 별장으로 대표되는 한국 내 부유층의 여가 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죠. 소득 수준에 따라 가족 단위의 레저 생활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숙박뿐만 아니라 대자연이 주는 쾌적함을 만끽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남해 힐튼 골프 앤드 스파 리조트는 남해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급 리조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서울 및 수도권에서 편리하게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통편도 대거 확충됐다. 현재 남해 힐튼 리조트에는 여수항에서 출발하는 직항 페리가 하루 두 차례씩 다닌다. 김포공항에서 여수공항, 그리고 여수공항에서 이곳까지 배를 타고 오면 불과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리조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수엑스포 개최를 위해 정부가 여수와 남해를 잇는 다리를 건설할 계획인 것도 남해 힐튼 리조트로선 반가운 소리다.그는 우리나라 남해안을 “뛰어난 풍경 등 최고급 휴양지로서의 기본을 충분히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국의 남해안과 같은 비경을 본 적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곳은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이곳을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관건이죠. 다행히 2012년 여수엑스포를 맞이해 정부가 여수 주변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행렬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남해는 투자 대비 수익률을 10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그는 이어 “올해부터는 사우나 수영장 테니스 트레킹 바다낚시 관련 시설을 신설, 확충해 리조트 내 모든 시설을 아우르는 와우 익스피리언스(WOW Experience)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재임 기간에 한국이 아닌 세계 최고의 월드와이드 리조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