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의 고급화 선언 울산고래家
리나라에서 고래 고기라고 하면 일단 울산을 떠올린다. 울산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래 포구가 있는 곳이며 고래 축제도 열린다. 울산에선 전통적으로 고래 고기 식문화가 이어져 왔고, 이곳이 전국 고래 고기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20여 년 전부터 포경(捕鯨·고래잡이)이 금지돼 왔다. 다만 혼획(混獲·우연히 그물에 걸려 잡히는 것)되거나 좌초(坐礁·죽은 채 떠내려 온 것)된 경우는 해경의 불법 포획 여부 조사를 거친 뒤 경매를 통해 제한적으로 유통된다. 따라서 가격이 무척 비싸다. 밍크 고래 한 마리가 8000만 원에서 1억 원을 호가한다. 일본처럼 조사 목적 포경을 허용한다면 가격이 좀 내려갈 것이다.이 집의 김주희 대표는 “울산에서 밍크 고래가 잡혔다는 소식만 들으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요. 포경이 안 되기 때문에 물량이 항상 달려서 일단 잡혔다고 하면 물량 확보에 분주해지죠. 한 마리를 사면 몇 개월은 사용해요. 고래 가격은 매우 유동적이어서 여름엔 좀 내려가지만 겨울엔 많이 비싸지죠. 1억 원을 호가할 때도 많아요. 그래서 오픈 초기엔 걱정이 있었는데 웰빙 문화의 영향인지 반응이 뜨거워요.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게 적중한 거죠.”고래 고기의 영양가는 풍부하다 못해 넘쳐난다. 심해에서 플랑크톤이나 자잘한 새우만 먹고 살기 때문에 깨끗하고, 그 좋다는 오메가3(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는 고단백 식품이다. 노화 방지, 동맥경화, 천식, 협심증, 피부 미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암과 성인병 예방에 좋다. 덴마크 북극환경의약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래 고기를 즐겨 먹는 노르웨이 사람들과 에스키모는 천식과 동맥경화, 심장혈관 질환 등이 일반인들보다 10배 이상 낮다고 한다.과연 맛은 어떨까. 보통 12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호기심 가득 안은 채 고래 고기의 화룡점정이라는 우네 사시미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야누스적 맛이다. 참치와 쇠고기의 맛을 모두 가지고 있다. 고등어 같은 비릿한 첫맛에 씹다 보니 단단한 육질이 치감을 높이고, 부드럽고 깔끔한 끝맛이 인상적이다. 느끼하지 않은 차돌박이 같다고나 할까. 보통 풍미를 돋워주는 소금 기름장을 찍어먹지만 비릿한 걸 즐기는 사람들에겐 젓갈 소스를 추천한다.서울에서 고래 고기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이 집이 거의 유일한데, 보통 6가지로 구성된다. 고래 수육, 우네 사시미, 안심 육회, 꼬리 무침, 우네 초밥, 갈빗살을 넣은 탕 순으로 나온다. 등살과 뱃살 대장과 혀 등으로 구성된 수육은 다양한 부위를 고루 맛볼 수 있다. 쫄깃한 우네 초밥도 별미이며 부드러운 육개장을 먹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 갈빗살 탕도 일품이다. 탕은 점심에 별도로 팔지만 저녁엔 수육 하나만 주문해도 무한 리필해 먹을 수 있다.고래 고기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보통 울산 앞바다에 있는 시장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데, 초보자는 반드시 주인에게 고래 종류에 대해 미리 물어본 후 맛을 봐야 한다. 대부분 가격이 싼 돌고래나 참고래를 파는데, 이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비린내가 심해 좀처럼 먹기 힘들다. 기자도 사실 그런 이야기만 듣고 고래 고기 먹기를 꺼렸는데 이곳은 고급 밍크 고래만 써서 그런지 고래 특유의 잡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밍크 고래의 또 다른 장점은 위에 부담이 적어 술안주로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주가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다. 술고래를 이기는 게 고래 고기인 셈이다. 그리고 흔히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귀한 손님 접대를 위한 비즈니스 미팅도 자주 이뤄진다. 특히 고래 고기가 미용식으로도 그만이라는 소문에 주변 엔터테인먼트사 소속 유명 여성 탤런트, 가수들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요즘엔 입소문이 나서 90% 이상이 예약제로 운영된다. 개운한 솔향의 ‘배초향차’와 함께 하는 고래 고기로 스태미나도 얻고 늦겨울 추위도 날려보자.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88-5 전화 (02)517-8817 오픈 점심 11:30~15:00, 저녁 17:00~23:00 가격대 점심 탕 7000원, 저녁 고래 고기 코스 30만 원(5~6인) · 20만 원(4인), 미니 스페셜 코스 10만 원(2인), 일품요리 우네 10만 원, 오베기 10만 원, 수육 7만~12만 원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