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흐스탄의 경제 중심지 알마티의 거리는 ‘세계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알마티 교통경찰국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급속히 늘어난 차량 수가 2006년 말 거의 45만 대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렉서스, 메르세데스 벤츠, BMW는 물론 벤틀리, 마히바흐, 람보르기니 등 전 세계 부호들이 손에 넣고 싶어 하는 명차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실제로 올해 벤츠 S클래스 판매량 세계 1위는 카자흐스탄이 차지했다.현지인 최 블라디미르 씨는 “3년 전부터 교통 체증이 심해져 출퇴근 시간의 이동은 삼가야 할 것”이라며 “도심 내 주차 문제도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관세청에 따르면 자동차 수입 규모가 2006년 한 해에만 전년보다 2배 증가된 총 40여만 대를 기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거의 20억 달러에 규모다.이처럼 고속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높아진 생활수준과 강한 구매력은 알마티의 풍경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맹주’로 거듭나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사실 얼마 전까지도 ‘관심 밖의 나라’였다. 중앙아시아로 분류되는 5개 공화국들(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모두가 1991년 구소련 해체 후 독립하면서부터 세계사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하지만 2000년대 들어 카자흐스탄은 러시아를 제외한 독립국가연합 중 최강국으로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 및 구매력 기준으로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을 앞서 있지만 5~6년 후 양국 국민의 구매력이 약 1만5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후에는 매년 10% 수준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를 조금씩 앞서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경제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은 ‘풍부한 지하자원’이다. 유철준 우림건설 부사장은 “카자흐스탄에서는 원소주기율표에 나온 모든 광물이 채굴된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우라늄 금 은 구리 아연 망간 등도 세계 10위권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며 알루미늄 티타늄 크롬 니켈 등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특히 2000년대 들어 폭등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카자흐스탄의 경제에 기름을 부었다. 카자흐스탄의 원유 생산량은 육상 유전의 물량 확대, 카스피해 해상 유전 개발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1998년 이후 매년 15% 이상 증가했다. 1일 생산량도 2004년 131만 배럴에서 2010년 230만 배럴로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이 생산량은 중기적으로 텡기즈 유전(추정 매장량 60억∼90억 배럴) 및 카라차가나크 유전(23억 배럴), 장기적으로는 카스하간 유전(700억 배럴)의 생산 개시에 따라 앞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현지 한인신문사인 아리랑신문 정상원 대표는 “말 그대로 땅 파면 돈이 나오는 나라”라며 “이렇다 할 지하자원이 없는 한국인으로선 부럽기만 할 따름”이라고 말했다.이 같은 고도성장으로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시장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7∼8년 동안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개발 붐 시대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역동적이다. 알마티와 신행정 수도인 아스타나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값은 아파트, 상업용 빌딩 가격이 이 기간 동안 무려 900%나 오른 상태다.분야별로는 2005년 한 해 동안 아파트가 평균 43.3% 올랐고 경제·문화의 중심지인 알마티에서는 72%나 올랐다. 기존 아파트는 신규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평균 59.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임대 시장도 연 26.7%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상승세다.지역적으로는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이자 1998년까지 수도였던 알마티가 대표적인 투자 지역이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인구는 120만 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장기 거주 노동자 및 외국인을 포함할 경우 180만 명가량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일부가 신행정 수도인 아스타나로 이동했지만 알마티는 여전히 카자흐스탄의 금융, 사업, 과학, 문화 중심지로 남아 있는 지역이다.알마티의 부동산은 3가지 분야를 주목할 만하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도심 재건 사업, 즉 고급 주택, 사무실, 무역·유흥 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신 공항건설 등 인프라 구축도 한창이다.카자흐스탄은 특히 세제 환경이 좋다. 법인세와 재산세 부과에 있어서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취득·등록세가 없고 재산세도 연 1%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외환 및 송금도 자유롭다. 다만 보유 부동산을 처분한 후 자금을 국내로 환수하려면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내야 한다. 세율은 차익에 따라 다르며 9∼36%까지 차등 부과된다.물론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상당 부분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역시 성장 과정에서 급증하는 대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해외 차입에 의존했다. 은행의 해외 차입은 작년 6월 말 460억 달러로 3년 반 새 무려 6배나 늘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이 같은 차입금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카자흐스탄은 국내 저축이 많지 않아 해외 차입에 의존해 경제 개발을 하는 중이다. 해외 차입금의 대부분은 플랜트, 주택, 비즈니스센터 등 건설 사업에 쓰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되니 당연히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 거래가 거의 막혔고 신규 분양도 힘들어지면서 자금력이 달리는 현지 건설 업체 일부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시공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건설 업체 2위인 쿠아트(KUAT)가 그랜드 아스타나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아파트 분양률이 낮아 공사를 중단했다. 건설사의 부도설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작년 7~8월에 비해 매도 호가는 30% 이상 떨어졌지만 추가 하락을 막으려는 부동산 개발 업자와 투자자들의 매물 줄이기에 힘입어 하락 폭이 그나마 좀 줄어 20% 안팎인 상태다,하지만 카자흐스탄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붕괴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다음의 몇 가지를 꼽는다. 먼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는 정부도 부동산 가격 급락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국민들이 모기지론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신용 불량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안정 차원에서 부동산 가격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또 국제 유가 및 광물자원 가격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부동산 가격을 뒷받침할 경제의 성장 동력이 가동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지에 진출한 한 국내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고 본다”며 “고급 아파트들도 가격이 하락세가 아니며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안정적인 모기지 시스템과 주택 및 부동산 보유 제한이 없는 점도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밝게 만드는 요소다. 아쉬운 것은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투자가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가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고 아직 선진국에 비해 사회 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한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이른바 ‘연줄’을 통하지 않고는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현지에 법인을 세워 투자하거나 기금 또는 사모·공모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카자흐스탄에 투자하는 펀드는 이미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 4월 600억 원 규모의 카자흐스탄 부동산 펀드를 내놓았다. 상품 이름은 ‘현대와이즈 리치플랜 사모 특별자산투자신탁 2호’로 우림건설이 시공하는 알마티에 있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해외 부동산 특별 자산 펀드다. 서울자산운용은 카자흐스탄의 개발 사업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투자하는 950억 원 규모의 공·사모 펀드를 내놓기도 했다.부동산 투자는 아니지만 대표적 ‘프런티어 마켓’인 카자흐스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화증권과 한화투신운용은 이미 지난해 말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화 카자흐스탄 주식투자신탁1호’를 선보인 바 있다. 이 펀드는 카자흐스탄에 60% 이상,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 국가에 40% 이하를 투자하며 카자흐스탄 내 현지 운용사인 세븐리버스캐피털의 투자자문을 받아 한화투신운용이 운용한다. 또 메리츠증권과 KTB자산운용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카자흐스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를 이 달 말에 내놓을 계획이다. 펀드 설정액은 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카자흐스탄=이홍표 한경비즈니스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