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들어 중국 증시가 독야청청하다. 미국발 불황이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 여진 등으로 세계 증시가 잔뜩 겁을 먹고 있지만 중국만 예외다. 올 들어 14일 현재 딱 하루만 하락했을 뿐 상하이 증시는 연일 상승세다. 지난 2일 5272로 출발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현재 5497로 뛰었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 11일 1만2606으로 올 초(1만304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 역시 1만4110으로 연초보다 소폭 하락했다.중국 증시는 지수 상승뿐만 아니라 거래량과 거래 대금도 증가세다. 작년 11월 20일 거래 대금 616억 위안, 거래량 3조7387억 주였던 것이 이날은 거래 대금 1422억 위안, 거래량은 7조8740억 주로 커졌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합한 시가총액이 34조4656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증시나 글로벌 금융시장과는 디커플링된 모습이다. 도대체 왜 중국 증시는 오르는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체질적으로 강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뭐가 있는 것인지….중국 증시가 세계 증시와 다른 길을 가는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금융시장을 개방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외국인에게 많은 문을 닫아 놓고 있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증시에 투자할 수는 있지만 원하는 만큼 주식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중국 증시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로 나뉘고 이들 시장은 각각 A주와 B주 시장을 따로 갖고 있다. B주 시장은 외국인 전용 시장이다. 거래도 달러나 홍콩 달러로만 할 수 있다. 반면 A주 시장은 중국 사람들만 투자할 수 있는 내국인 전용으로 출발했다. A시장에 비해 B시장은 터무니없이 작다. 상하이A 시장의 상장 종목은 작년 말 현재 860개를 웃돈다. 반면 상하이B 시장은 54개뿐이다. 선전A 증시의 상장 종목은 650개가 넘지만 B주 시장은 55개 정도다. 외국인 전용 시장과 내국인 시장은 이렇게 규모부터 다르다.최근 A 증시에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긴 했다. QFII(Qualified foreign institional investors·적격해외기관투자가) 자격을 딴 외국 기관들은 작년부터 A 증시에서 주식을 살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여기에도 제약이 있다. QFII의 총 투자 한도는 100억 달러로 제한돼 있다. 현재 52개 해외 기관투자가가 QFII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평균 2억 달러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비중은 1%도 안 된다.외국인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은 국제 금융 환경의 변화에 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제시장의 변화에 민감하다. 환경 변화에 따른 손익 계산이 철저하다.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대부분 큰손인 이들이 주식을 한꺼번에 팔거나 사면 그날 증시는 출렁이게 돼 있다. 그러나 중국 증시만큼은 이렇게 영향을 미칠 물량을 외국인이 갖고 있지 못하다.중국 증시가 디커플링된 두 번째 이유는 증시 외의 다른 금융 분야에서도 국제 금융시장과 밀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외국의 은행들은 서로 얽히고설킨 투자 관계로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에서도 비상이 걸리게 마련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좋은 예다. 그러나 중국 증시는 해외 금융사나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법으로 외국 상품에 대한 투자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정부의 허가를 받은 기관만이 외국의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외국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 역시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국 증시는 외부 환경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못하고 디커플링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 증시나 일본 증시와의 연동성이 떨어진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지만 중국 증시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작년 말 거품론으로 폭락했던 중국 증시는 왜 다시 강세를 보이는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손꼽을 수 있는 것은 돈이 갈 데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현재 과잉 유동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앙은행이 작년에 금리를 6번이나 올리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0차례나 상향 조정했지만 전혀 약발이 듣지 않는다.작년 무역 흑자가 2600억 달러를 넘어서 전년보다 47%나 증가했다. 쏟아져 들어온 돈은 시중으로 흘러들어갔고 이 자금은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쓰였다. 이에 따라 작년 내내 중국의 자산 버블은 화두로 계속 등장했다. 작년 10월 중국 정부가 은행의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펀드 판매를 금지하는 초강수를 둔 것도 자산 버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 조치 이후 부동산은 거래가 끊기면서 상승세가 완연히 꺾였다. 증시 또한 단숨에 20% 이상 조정을 받았다.하지만 넘쳐나는 자금은 다시 증시로 흘러들고 있다. 여기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은 잡되 증시는 살린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자대회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주민들의 재산 불리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근로소득 외의 방법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투기가 아닌 부의 축적 방법은 증시를 통한 재테크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증시의 폭락이나 폭등이 아니라 완만한 상승이다. 따라서 20% 이상 조정을 받은 증시를 정부가 방치할 리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게다가 증시 환경도 나쁘지 않다. 중국이 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의 금리 차이가 역전됐다. 미국 달러화의 1년짜리 리보금리가 최근 4.04188%로 하락, 중국 중앙은행 증권 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조작을 위해 시중은행에 발행하는 1년짜리 중앙은행 증권의 금리는 4.0583%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의 1년 만기 채권 금리도 이날 4.0950%를 돌파하며 달러화의 1년 만기 리보금리를 앞질렀다.달러화의 리보금리가 하락한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 1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고 지난달 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제 신용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한 영향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은 지속적인 긴축 정책의 여파로 중앙은행 증권 금리가 작년 초 연 2.7961%에서 계속 상승해 왔다. 올해는 인플레 완화 등을 위한 강력한 긴축이 예고돼 있어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위안화와 달러화의 금리 역전은 국제 자금 시장의 투기 자금을 중국으로 흡인하는 요소가 될 게 뻔하다. 특히 위안화 환율의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핫머니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환율은 작년 6.7% 하락했으며 특히 최근 두 달간 2.3%나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달러당 7.30위안선이 무너진 상태다. 물론 중국 정부는 핫머니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핫머니를 가려내고 이의 유입을 차단할 현실적인 수단이 많지 않다. 따라서 중국 주식에 대한 매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게다가 중국의 내수 진흥 정책도 중국 주식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당장 중국 정부는 7억 농민들에게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TV나 컴퓨터 등을 매입하는데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 내수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주도의 경제 구조를 체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내수 진흥책이 나온 것은 시장에 도움이 되면 됐지 결코 해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올 들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대부분 수출이 아닌 내수 소비재 업체라는 점에서 시장이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물론 중국 주식은 여전히 위험이 크다. 주가수익률(PER)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 특히 QFII 자격을 가진 한국의 기관투자가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투자가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차이나 펀드는 상하이 증시에 투자할 자격이 없어 홍콩 증시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증시는 상하이나 선전 증시와 달리 국제 환경 변화에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 시장의 수익률이 좋다고 무조건 올인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베이징=조주현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