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초보자를 위한 조언
상이 펀드 얘기로 시끄러워도 절대 꿈쩍하지 않았던 A 씨, 이젠 과거의 ‘귀차니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자산 관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펀드 투자를 시작하려고 보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국내 펀드나 해외 펀드, 아시아 펀드나 브릭스 펀드 등 종류도 많고 투자 지역도 많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골라야 할지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다.요즘 A 씨와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데 어떤 단추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우선순위가 있듯이 펀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유행하는 펀드 상품에 가입하기보다는 순서를 정해 먼저 가입해야 할 상품이 있다는 얘기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은 공격적이기보다는 보수적이어야 한다. 펀드 투자와 관련해 5가지 구체적인 우선순위 원칙에 대해 짚어보자.첫째, 국내 펀드에 우선 가입하고 나서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 이는 우리가 잘 알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한다는 원칙과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들은 해외 기업보다 국내 기업에 대해, 다른 나라의 경제보다는 국내 경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므로 국내 펀드에 우선 투자한다. 국내 펀드에 투자해 펀드 투자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난 다음 추가로 분산 투자 차원에서 해외 펀드에 가입하라는 얘기다.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이 좋으면 국내 펀드에 투자했다가 해외 주가가 오른다면 해외 펀드로 ‘갈아타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의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한두 번 맞힐지는 몰라도 단 한 번 어긋나면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피해야 할 방법이다. 이보다는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에 적절히 나눠 투자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장기 성과를 목표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 펀드가 필요한 본질적인 이유는 국내에만 투자할 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둘째, 처음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초보자라면 당시 시장에서 한창 유행하는 ‘이슈 펀드’보다는 오랜 운용 기간으로 충분히 검증된 ‘대표 펀드’에 우선 가입한다. ‘이슈 펀드’란 시장에 높은 관심을 모았던 ‘그룹주 펀드’라든지 ‘물 펀드’ ‘소형주 펀드’ 등과 같은 펀드를 말한다. 이들 펀드는 한때 높은 성과로 자금이 몰리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심 밖으로 밀려나곤 한다. 또 특정 업종이나 영역 등에 집중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펀드에 처음 투자하려는 투자자에게는 다소 적합하지 않다. 초보 투자자라면 첫 가입 펀드로 ‘대표 펀드’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무난하다. ‘대표 펀드’란 각 자산운용사가 회사를 대표할 수 있다고 추천하는 우수 펀드라고 정의할 수 있다.즉,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 및 오랜 운용 기간 등으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는 최고의 펀드인 셈이다. 사실 ‘대표 펀드’란 말은 법규나 규정에 의해 정의돼 있거나 구분돼 있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인디펜던스주식형’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형’ 펀드라든가 신영투신의 ‘신영마라톤주식’ 펀드 등을 대표 펀드로 꼽을 수 있다.셋째, ‘위성 펀드’보다는 ‘핵심 펀드’에 우선 투자한다. 이는 포트폴리오 전략 중 하나인 핵심-위성(Core-Satellite) 전략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핵심 펀드란 시장 전반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펀드로, 우량 종목에 고루 투자하는 다소 보수적인 펀드를 꼽을 수 있다. 위성 펀드란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펀드로, 특정 업종이나 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공격적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예를 든다면 핵심 펀드로 인덱스 펀드나 우량주 펀드 등을 들 수 있으며 위성 펀드로는 그룹주 펀드나 정보기술(IT) 펀드 등을 꼽을 수 있다. 투자하려는 펀드가 핵심 펀드인지, 혹은 위성 펀드에 해당되는지 먼저 따져보고 우선 핵심 펀드부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핵심-위성 펀드로 나눠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안정적인 수익과 초과 수익이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투자 목적의 혼동을 방지할 수 있는 동시에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또 핵심과 위성으로 구분함으로써 투자 위험이 다소 높은 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더라도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넷째, 해외 펀드의 경우 글로벌 펀드, 지역 펀드, 국가·섹터 펀드 순으로 투자한다. 해외 펀드는 투자 지역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 세계 주식에 골고루 투자하는 글로벌 투자형과 특정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지역 투자형이 있다. 예컨대 지역 투자형에는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하는 아시아형, 동유럽 지역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동유럽형 등이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높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을 묶어 이들 나라에 투자하는 브릭스형 등이 있다.또 특정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국가형과 금융업이나 원자재 등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섹터형(Sector) 등의 구분도 있다. 중국에 투자하는 차이나 펀드(China Fund)나 인도에 투자하는 인도 펀드 등이 국가형에 속하며 아시아 소비재 등에 투자하는 아시아 컨슈머 펀드 등은 섹터형에 속한다.이들 해외 펀드는 글로벌 투자형, 지역 투자형, 국가형·섹터형의 순으로 기대 수익률과 투자 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투자 위험이 높으면 그만큼 기대 수익률 역시 높게 마련이다. 따라서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때는 안정적인 글로벌 투자형부터 시작해 지역 투자형, 국가형·섹터형의 우선순위로 가입한다. 예를 들어 처음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면 글로벌 펀드라든지 아시아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가입하고자 할 때 동유럽형이나 친디아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처럼 여러 국가나 지역 등에 골고루 분산된 해외 펀드에 우선 가입하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국가, 특정 업종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사실 여러 투자자들이 중국 펀드나 인도 펀드 등 특정 국가 펀드에만 투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추가로 지역형이나 글로벌 투자형 해외 펀드에 투자해 전체적인 투자 위험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다섯째, 적립식 펀드 투자를 거치식 펀드 투자보다 우선한다. 적립식 펀드 투자란 마치 적금 붓듯 매월 등으로 자금을 꾸준히 투자하는 것을 말하며 거치식 펀드 투자는 한꺼번에 모든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주가나 채권 가격은 매일 매일 변동하며 투자 당시 가격이 상투인지 바닥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자칫 한꺼번에 목돈을 특정 시점에 투자했다가 지나고 보니 그 시점이 상투였다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목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매월 단위로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특히 펀드 투자가 아직 익숙하지 않거나 시장 불안으로 투자가 꺼려지는 투자자라면 거치식 투자보다는 적립식으로 우선 투자한다. 목돈이 있는 경우엔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등에 예치한 다음 매월 자동 이체해 적립식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다.펀드 투자에 나서려고 할 때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들 다섯 가지 우선순위 원칙이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