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아파트 분양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청라지구는 예외다. 미분양 아파트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만 가구를 넘어서고 청약률 제로 단지도 속출하고 있는데도 청라지구는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청약을 받은 청라지구 GS건설 ‘청라자이’는 861가구(123~278㎡형) 모집에 4400명이 접수해 5.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천 거주자에게 배정된 131㎡형 31가구에는 무려 1243명이 몰려 44.4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총 11개 주택형 가운데 1개 단지 3가구를 빼놓고는 전부 1순위에서 모집 정원을 채웠고 미달된 278㎡형도 2순위에서 마감됐다. 청약 가점은 최고 71점으로 조사됐다. 중흥건설의 ‘중흥S클래스’ 역시 브랜드 파워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마감됐다.비슷한 시기에 분양됐던 인천 서구 오류동 ‘검단자이’와 ‘드림파크 어울림’이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검단자이’는 1월 13일 3순위 접수까지 831가구 모집에 111명이 신청해 0.13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드림파크 어울림’은 931가구 중 순위 내 신청 건수가 271건으로 경쟁률이 0.29 대 1에 그쳤다. 두 단지 21개 주택형 가운데 청약이 마감된 것은 단 한곳도 없었다.청라지구 아파트의 인기는 한국토지공사가 공동주택용지를 매각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지난해 3월 토지공사가 건설 업체 등을 대상으로 청라지구 내 아파트 지을 땅 8개 블록을 판다고 했을 때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용면적 60~85㎡ 이하의 주택이 들어설 34블록은 최고 18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종전 최고 기록인 용인 흥덕지구의 179 대 1보다 높은 경쟁률이었다. 전용 85㎡ 초과 공동주택 용지의 평균 경쟁률은 33 대 1을 넘어섰다.청라지구가 이처럼 높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개발 호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값이 급등한 것도 학습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아파트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현재 시세는 분양가의 3배를 육박한다. 분양 당시 2억 원 수준이었던 109㎡형 아파트가 지금은 5억~6억 원대다. 청라지구에도 시세 차익을 꿈꾸는 수요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바다를 메워서 조성된 청라지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3개 지구 가운데 규모(1780만㎡)가 가장 작다. 송도국제도시의 3분의 1이 채 안되고 영종지구에 비해서는 8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제일 가깝다. 서울 목동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40분 정도 걸린다. 인천공항고속철도 청라역이 신설(2010년)되면 서울역까지 거리가 30분으로 줄어들만큼 서울 접근성이 높아진다. 토지공사가 개발하는 이 땅에는 2012년까지 아파트와 주상복합 단독주택 등 총 3만1000가구의 주택이 지어져 9만 명이 생활하게 된다. 임대아파트는 1필지 밖에 없고 나머지는 중대형 일반 아파트로 채워진다.청라지구의 개발 콘셉트는 국제 업무 및 레저스포츠 도시다. 개발 계획이 일부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연구개발(R&D) 및 첨단 산업단지와 국제업무 단지가 들어서는 것으로 결정됐다. 테마파크 용지는 투자 유치용으로 사용된다. 토지공사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컨소시엄(국제업무타운) △롯데건설 컨소시엄(테마파크형 골프장) △해원에스티 컨소시엄(테마형 레저·스포츠 단지) 등의 개별 개발 업체를 선정했다.청라지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450m 높이의 ‘시티타워’는 현재 아이디어 국제 공모를 하고 있는데 1월 10일 현재 46개국에서 358개 팀이 참가 신청을 하는 등 관심이 높다. 토지공사는 한국팀이 113개로 가장 많지만 유럽에서 123개, 북미 53개, 아시아 41개 팀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 접수는 3월 10일까지 진행되며 3월 28일 당선작이 발표된다. 시티타워는 청라지구 중앙호수공원에 건립되며 2011년 완공 예정이다. 시티타워 지하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몰의 9배에 달하는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조성된다.청라지구 중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수변공원 중앙에는 폭 15m의 수로가 조성된다. 수변 공원 총연장은 3.5km다. 수로와 바다를 배로 오가며 관광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어서 ‘한국의 베니스’로 기대된다. 유비쿼터스 환경도 구현할 예정이다.청라지구의 단점으로는 주변의 일부 산업 시설이 꼽힌다. 서쪽으로 발전소가, 북쪽으로 주물 공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공사 측은 외곽 산업 시설을 이전할 수는 없지만 지구 안의 송전탑을 모두 땅에 묻고 녹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친환경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올해 청라지구에서는 4500여 가구가 분양된다. 중소형 아파트가 많고 대부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당첨권 청약 가점은 55점 정도로 예상되지만 단지 규모가 작거나 건설 업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가점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인천도시개발공사는 이 달에 A17블록에서 112㎡(옛 34평) 단일형으로 700가구를 내놓는다. A17블록은 단지 3면이 트여 있어 조망권과 일조권이 좋다. 단지 북쪽으로는 대규모 공원 조성이 예정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모든 물량이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배정되며 분양가는 상한제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다만 10년간 전매가 금지되는 것이 부담이다.광명주택도 2월에 A15블록에서 109㎡(옛 34평) 264가구를 분양한다. 단지 주변으로 대규모 녹지와 실개천이 있어 주거 환경이 쾌적하다. 학교 용지와 중심 상업 시설이 가깝다. 2월에는 우정건설이 중심상업지구 인근인 A23블록에 112㎡ 264가구를 선보인다. 단지 왼쪽에 대규모 공원이 들어선다.청라지구에는 호반건설 물량이 많다. 호반건설은 4월쯤 A20블록에 109~112㎡형 630가구 청약을 받는다. 상반기 중에는 영무건설과 함께 79㎡(옛 24평)형으로만 구성된 ‘호반베르디움 영무예다음’ 1051가구를 쏟아낸다. 청라지구에서 가장 큰 단지다.전문가들은 청라지구의 발전성을 밝게 보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외자 유치가 생각보다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약점이지만 올해의 유망 물량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며 “송도국제도시 영종도 등과의 연계성도 좋고 교통 여건도 개선될 예정이어서 청약에 도전해 볼만 하다”고 설명했다.박종서 한국경제신문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