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에서도 당신의 모델이 돼 드릴게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까. 우수에 젖은 표정과 긴 목의 초상화로 알려진 천재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와 그의 영원한 연인 잔느 에뷔테른(Jeanne Hebuterne, 1898~1920)의 러브스토리는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모딜리아니와 에뷔테른의 사랑 이야기는 그들의 작품보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살다간 이들의 이야기는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그들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나눈 사랑의 의미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이탈리아 고전 미술과 철학에 심취했던 모딜리아니는 인간의 품위와 강한 자긍심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20세기 초 세계 미술계가 다양한 미술 사조로 혼란을 겪던 시기, 그는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모색했다.그의 초상화는 모델의 개성을 빈틈없이 잡아내면서도 대상을 단순·보편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프리카의 원시 조각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긴 목의 여인은 애수와 관능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품고 있다. 모딜리아니는 15세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좋아했던 조각을 하지 못하고 주위 아는 사람이나 창녀들을 모델 삼아 주로 초상화와 누드를 그렸다.그런 그에게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왔다. 천국에서도 모델이 돼 주겠다는 그만의 여자, 에뷔테른이 나타났고 그 둘은 1917년 이후 3년도 안 되는 짧은 시기 동안 세계 미술계의 커다란 획을 그은 ‘생명의 예술’을 창조한다. 그녀의 기묘한 눈빛과 신비한 매력은 모딜리아니의 대표적인 초상화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하다.고개를 갸우뚱하고 목이 긴 여인, 그녀가 바로 모딜리아니 초상화의 대표적인 주인공, 에뷔테른이다. 그러나 하늘은 이들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다. 1920년 모딜리아니가 병으로 사망하자 에뷔테른은 이틀 뒤 8개월 된 아이를 임신한 채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한다.그녀가 미술사에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모딜리아니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된 ‘모딜리아니와 그의 친구들’전에 소개된 후부터다. 2007년 5월 개관한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열정, 천재를 그리다-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전을 열고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모딜리아니와 에뷔테른의 만남, 에뷔테른이 사랑한 모딜리아니와 그의 작품 세계,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그들의 행복하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양한 작품과 자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이와 함께 아람미술관은 2007년 12월 27일 전시 개막일, 이번 전시의 공동 기획자인 마크 레스텔리니가 내한해 학술 행사 ‘모딜리아니와 잔느, 그들의 예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1월 중 매주 토요일에는 ‘화가의 아내 그리고 연인’이라는 주제로 화가 및 예술가와 그들의 예술을 지원하고 영감이 되어준 연인들에 대한 강연회를 갖는다.한편 1월 26일에는 1920년 1월 24일 사망한 모딜리아니와 26일 자살한 에뷔테른의 87주기 위령제 퍼포먼스가 열린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