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다. 모름지기 새해면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한다. 행동거지나 재테크도 새해답게 새로워지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새해를 맞아 각종 금융회사는 물론 재테크 전문가들이 ‘새해 재테크’를 쏟아내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새해 재테크’는 따지고 보면 별게 없다. 그저 ‘세금을 절약하라’ ‘노후에 대비하라’ ‘각종 수수료를 줄여라’ 하는 게 고작이다. 새해에 눈에 띄는 것이라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파문에서 자기 집을 고수하는 법’이라든가, ‘불경기 때 살아남는 법’ 등이 전부다. 주택 경기 침체와 경기 둔화를 반영한 현상이다. 한국처럼 ‘대박의 지름길’을 알려주는 재테크 가이드는 어디에도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족집게 도사’는 존재한다. 다름 아닌 주식에서다. ‘올해 유망 종목 10선’이라든가, ‘해외 유망 펀드 10선’이란 가이드가 자주 나온다. 글로벌 투자와 주식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반영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대박 종목’을 꼽는 건 아니다. 기업 가치나 경제 현상에 비춰볼 때 손해를 보지 않을 만한 탄탄한 종목이나 펀드가 주류를 이룬다.우리와 다른 점은 환경의 차이다. 그만큼 가측성이 뛰어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펀드매니저 등 전문 투자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목 선택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그들만의 노하우에 기초한 것이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공통점은 존재한다. ‘부동산보다는 주식이 낫다’ ‘미국 내 주식보다는 해외 주식이 낫다’ ‘경기를 타는 종목보다는 대형주 중심의 경기 방어주가 낫다’는 게 그것이다.주택 경기 침체는 2007년 내내 화두였다. 새해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도무지 주택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뉴욕 맨해튼 등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 주택 경기가 꿈틀하고 있지만 대세는 아니다. 그동안 탄탄한 수익을 안겨주던 리츠마저 올해 대규모 손실을 낼 전망이다 보니 부동산에 관한한 직간접 투자를 모두 꺼리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 경기 침체가 새해에도 계속되다가 2009년이나 돼야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는 없다. 그것도 단기간 투자 목적으로라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린다.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적어도 3~5년을 내다보고, 그것도 자기 자금을 가지고 하라는 조언이 주류를 이룬다.반면 증시에 대한 전망은 의외로 밝다. 골드만삭스와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의 투자 전략가들은 내년 S&P500지수가 현 수준보다 10%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과 신용 경색으로 인해 침체(recession)에 빠지느냐 아니냐가 관심인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외다.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새해 S&P500 지수가 1675까지 오를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현 수준보다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 베어스턴스는 17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리먼브러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각각 1630과 1625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도 16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P500지수가 15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새해 증시를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글로벌 경기의 주류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경기 침체 우려로 속을 끓이는 중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경기 과열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중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어느 정도 이런 여파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투자자인 미국 투자자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내 주식보다는 해외 주식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 주식이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주된 타깃이다.실제 미국의 대형 연기금들은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뉴욕주 교원 펀드 및 뉴욕주 연금 펀드와 텍사스주 교원 펀드 등 대형 연기금들은 운용자산중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해 이미 수십억 달러어치의 미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1550억 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뉴욕주 연금 펀드는 지난 2005년 3월만 해도 미국 주식의 비중이 50%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에는 42%로 낮아졌다. 뉴욕주 교원 펀드(운용자산 1000억 달러)도 51%인 미국 주식 비중을 46%로 낮춘다는 목표 아래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펀드는 대신 해외 주식 비중을 10%에서 15%로 늘릴 계획이다. 또 세계 최대의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Calpers) 등 다른 주요 펀드들도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캘퍼스의 경우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기로 최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주식의 비중을 현재 40%에서 24%로 줄일 예정이다.이처럼 뉴욕 증시의 큰손으로 군림하는 주요 연기금들이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은 최근의 달러화 약세와 신용 위기에 따라 뉴욕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데다 장기적으로도 미국 주식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주요 연기금 펀드의 미국 주식 비중은 35~50%에 달한다. 반면 최근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대학 기부금 펀드 등의 미국 주식 비중은 15~25%로 낮은 편이다.2007년 8월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망령이 미국 증시를 휘감았다. 위태위태하던 뉴욕 증시였지만 그래도 고꾸라지지 않았다. 굴곡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론 강세를 나타냈다.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업종별로 희비는 엇갈렸다. 대형주와 경기 방어주, 서브프라임 파문을 덜 타는 기술주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반면 중소형주와 주택 업종 등 경기 민감주, 서브프라임 파문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주는 바닥을 헤맸다. 이런 현상은 새해에도 지속될 것이란 게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경기 둔화가 계속해서 관심을 끌 것임을 감안하면 경기에 민감한 주택 및 소비 관련주와 자동차 관련주 등은 가능한 한 한수 접고 봐야 한다. 서브프라임 투자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금융 회사들의 경우 낙폭 과대라는 장점이 눈에 띄지만 투자 손실 고백이 끝나기 전에는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대신 서브프라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술주들은 새해에도 주목받는 업종이다.한국에서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현지 전문가들은 자녀들의 유학 등 실수요자들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는 게 낫다고 권한다. 다만 투자 목적인 경우 충분한 여유자금을 갖고 5년간의 장기간 투자할 마음을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지금 당장 미국에 집을 살 경우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해 보자. 학군이 좋아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북부지역에서 침실이 3개 딸린 단독주택을 사려면 지금도 70만 달러를 줘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규정상 모기지 대출한도는 최대 70%다. 따라서 아무리 대출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30%인 21만 달러는 자기 돈이 있어야 한다. 나머지 49만 달러를 30년 만기 고정금리로 빌린다고 가정하자. 현재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연 6.5% 수준. 30년 동안 균등하게 원리금을 분할해 내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출금액이 49만 달러 정도 되면 금리가 1.0%포인트가량 비싸다. 점보론(41만7000 달러 이상)이라고 해서 규모가 큰 대출의 금리가 더 비싸진 때문이다. 따라서 연 7.5%의 금리를 적용하면 매달 3060달러가량을 내야 한다. 재산세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연간 1만 달러 정도다. 월별로 따지면 830달러. 여기에 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매달 4000달러는 부담해야 한다.이 집을 사서 월세를 놓을 경우 3500~4000달러를 렌트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21만 달러만 있으면 집을 사 둬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매달 일정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만일 모기지 금액을 집값의 60%인 42만 달러로 줄이면 추가 부담이 거의 없다. 지금처럼 주택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최대한 자기 자금의 비중을 크게 하고, 그것도 5년 안팎의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하영춘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