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섹(ESSEC) 경영대학원 데니스 모리셋 교수

이비통의 모노그램, 샤넬의 더블C, 페라가모의 간치니…. 각 럭셔리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아이덴티티다. 전 세계 누구에게나 똑같다. 오랜 기간 꾸준하게 해 온 마케팅이 성공을 거뒀다. 비결은 뭘까. 그리고 이처럼 명품은 역사가 오래된 것이어야만 할까.여기 또 다른 예가 있다. 현재 활발한 명품 마케팅을 통해 명품 반열에 오르려 하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란제리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다이아몬드 마케팅’을 펼친다. 해마다 다이아몬드로 만든 브래지어를 내놓는데, 올해는 무려 650만 달러짜리를 공개했다. 이는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다. 거금을 들여 이런 마케팅 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팔리지 않을지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은 이 다이아몬드 브래지어에 매년 가슴이 설렌다. 이 브랜드는 현재 ‘뉴 럭셔리’의 대표주자이며 명품 마케팅의 절차를 제대로 밟아가는 중이다.명품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고부가가치 특이 산업군’에 속한다. 지난 10년간 매년 8~10%씩 고속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연간 2200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로 급성장해 왔다. 명품 산업은 새로운 부의 방정식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한 럭셔리 비즈니스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명품 브랜드의 산실인 프랑스 에섹(ESSEC)의 명품 MBA에 그 해답이 있었다.지난 10월 29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프랑스 상위 1%가 공부한다는 에섹 경영대학원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유럽 명품 브랜드 및 서비스들의 성공적인 세계화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공식 석상에 좀처럼 얼굴을 보이지 않는 루이비통 코리아의 조현욱 회장, 에스티로더 등 명품 화장품 회사로 알려진 엘카(ELCA) 코리아의 크리스토퍼 우드 지사장, 소피텔과 노보텔 호텔을 포함하는 아코르 그룹의 제롬 스투베르 한국대표, 그리고 에섹의 데니스 모리셋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조현욱 회장은 1994년도에 매장 하나로 출발한 루이비통 코리아가 현재 럭셔리 비즈니스의 교과서적인 성공을 하게 된 과정을 발표했다. 그는 명품이란 노하우, 장인 정신, 창조성이 잘 버무려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면서 백화점 안의 모든 브랜드가 루이비통의 경쟁자라고 강조했다. 27개의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거대한 뷰티그룹인 엘카의 우드 지사장은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에스티로더의 성공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아르마니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에섹의 모리셋 교수는 럭셔리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를 진행하기 직전, MONEY가 단독으로 모리셋 교수의 ‘명품 마케팅의 비밀’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최근 명품 마케팅의 핫이슈는 무엇인가.“브랜드 확장과 공동 브랜딩(co-branding)이다. LG의 프라다폰과 삼성의 아르마니폰 등이 그 결과물이다. 명품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 모든 기업이 안고 있는 패러독스다. 이를 위해선 각 브랜드마다 전략적 결합을 해야 하는데, 바로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하나의 산업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공동 브랜딩은 패션과 전자 이외에 또 어떤 분야에서 성공적이었나.“명품 패션 브랜드와 명품 서비스 브랜드와의 결합도 성공적이었다. 예를 들자면, 불가리 호텔 리조트를 꼽을 수 있다. 불가리의 브랜드 색깔에 리츠칼튼 호텔의 서비스력을 합쳐 놓은 것이다. 부자들은 점점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뭔가 특별한 것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이제 규격화된 럭셔리 서비스는 사양길을 걷게 될 것이다.”공동 브랜딩 작업에 있어 위험 요소는 없나.“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에 혼동이 올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각자의 브랜드가 모든 과정을 서로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에섹에는 럭셔리 MBA가 있다고 들었다.“명품 브랜드의 산실인 프랑스에서도 에섹 대학원의 럭셔리 MBA는 이미 그 저력이 널리 알려진 상태다.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 MBA는 1년 과정으로 럭셔리 산업의 마케팅에 관해 공부한다. LVMH 로레알 샤넬 카르티에 등 유럽의 명품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생생한 수업을 하고 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졸업자들은 대부분 명품 기업에 취업하게 된다.”학생들에게 훌륭한 명품 마케팅의 사례로 드는 기업을 소개한다면.“세계 넘버원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루이비통은 명품 마케팅의 훌륭한 본보기다. 트렁크 브랜드로 시작한 전통에 끊임없는 혁신이 좋은 밸런스를 이룬다. 명품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루이비통에서만 지켜지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마케팅과 디자인과의 환상적인 조화가 눈에 띈다.”한국에서 세계적인 명품으로 발돋움할만한 브랜드가 있다면.“모든 명품은 고유의 문화로부터 나와 국제화를 거친다. 현재의 유럽 명품들은 모두 16~17세기의 로컬 브랜드였다. 국내에서 먼저 명품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도전과 문화적인 개성이 보태져야 한다. 현재 뉴욕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좋은 예다. 스파와 트리트먼트로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있다.”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명품 마케팅의 정의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겠다.“프랑스에는 록시땅이라는 로컬 브랜드가 있었다. 프로방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명품 브랜드가 됐다. 소비자의 오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향기 촉감 컬러 등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에서부터 프로방스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모레퍼시픽 또한 한국적인 신비감을 지닌다. 결론적으로 명품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꿈의 요소(Dream Factor)’를 지녀야 할 것이다.”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