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땅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기대와 설렘. 이곳 루체른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루체른의 아름다움과 매력은 혼자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호수 건너편에는 알프스의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구시가지는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바로 그림엽서가 되는 이곳은 한 폭의 그림처럼 전원적인 스위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다.웅장한 알프스산맥 아래에 펼쳐진 드넓은 호수, 그리고 중세 유럽의 정취까지 ‘알프스의 작은 궁전’이라고 할만한 루체른. 이 아름다운 도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성이 100% 충전됐다.스위스 중부에 자리한 루체른은 파란 호수와 로이스 강을 끼고 한적한 여유와 운치 있는 풍경을 선사한다. 이런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강변에는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생동감 넘치는 삶의 풍경도 엿볼 수 있다.‘이런 곳에서 어떤 근심과 걱정이 있을 수 있을까?’ 늘 활기에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이런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는 속세의 때가 끼어들 자리가 없는 듯하다. 산 아래, 호주 주변에 지은 예쁜 오두막집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생의 한 단면을 보고 있으면 세상사 욕심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유레일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는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 빠진다.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창문이 예쁜 집과 다양한 형태의 목조 다리들….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의 갑판에 나와서 바라보니, 대자연이 연출하는 환상과 풍경에 저절로 동화된다. 사방을 둘러싸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맴돌면서 내 몸이 그 속으로 빨려들어 간 듯 풍경과 하나가 됐다.루체른 시내를 가로지르는 젖줄은 로이스 강이다. 강 위에는 카펠, 로이스, 슈프로이어 등과 같은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카펠 다리가 가장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인 카펠교는 루체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다. 루체른의 고즈넉한 풍경과 운치를 더해주는 이 다리를 건너면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 우쭐한 기분마저 든다. 카펠교는 14세기에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됐으며 길이는 204m다. 1993년 화재로 소실됐지만 다음해에 복원됐다.루체른의 또 다른 매력은 밤이 선사하는 낭만이다. 어둠 속에서 불 밝힌 카페, 그리고 카페의 조명을 받으면서 은은하게 빛나는 카펠교는 더욱 운치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느 여행자든 이곳에 있으면 사랑에 빠질 듯, 벅찬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은한 종소리를 내는 옛 교회에서 기도를 드리고 나와 카펠교를 천천히 건넌 다음 하늘 아래 호수 앞에 선다. 투명하고 드넓은 호수의 물결이 가슴 속으로 서서히 차오른다. 루체른을 떠나는 순간의 아쉬웠던 마음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루체른은 단순히 쉬기 위해 머무르는 휴양지라기보다 영혼의 안식처처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다.스위스에 가면 꼭 체르마트를 찾겠다고 다짐했는데 드디어 체르마트행 기차에 오르니 가슴이 쿵쿵 뛴다. 체르마트는 스위스에서도 동경하던 곳 중 하나였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기차는 외부와는 차단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듯이 산과 협곡을 기묘하게 피해가며 달리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탐험하듯 기차는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계속 빨려 들어가고 드디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듯 컴컴한 터널을 지나자 눈앞에 눈부신 햇살과 함께 우뚝 솟은 거대한 산맥을 품은 도시 ‘체르마트’가 나타났다.알프스 산맥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어 도시 어디서나 4000m급 봉우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체르마트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하이킹을, 겨울에는 스키를 즐기며 알프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또 하나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등산열차나 케이블카를 타고 고르너 그라트와 클라인 마터호른에 올라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경험하는 것이다.스위스인들은 “체르마트는 스위스의 영혼이 담긴 도시”라고 말한다. 왜 스위스인들이 이곳이 ‘영혼이 깃든 도시’라고 부르는지 직접 이곳에 와보니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체르마트의 첫 느낌은 오묘했다. ‘인간 세상이 아닌, 신들이 사는 작은 세상이 아닐까’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도시 자체는 작고 아기자기했지만 시내 어디에서든 보이는 우뚝 솟은 마테호른의 웅장함과 온 세상을 다 포용할 것 같은 거대한 신비감이 온 몸을 감싼다. 강렬했던 첫 느낌 그대로, 마치 ‘신들이 사는 작은 마을’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스위스의 전원 마을이 거의 그렇지만 이곳 체르마트도 그림 같은 풍경을 지닌 작은 마을이다. 또 체르마트는 스위스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또 세계적인 스키 리조트가 유명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체르마트의 또 하나의 명물은 전기 자동차다. 환경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공해를 조금도 인정할 수 없다는 청정 도시. 그래서 이곳의 모든 자동차는 오직 전기 자동차만 허용한다. 체르마트 역에 도착하자마자 필자를 반겼던 것은 호텔 측에서 나온 조그마한 전기 자동차였다.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받지 못했던 특별한 서비스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너무 귀여운 이 자동차에 몸을 실고 호텔로 향한다. 마치 장난감 같은 자동차를 타고 전원 마을을 달리니 동심으로 돌아간 듯 색다르고 신나는 기분이었다.‘세계의 명봉’으로 손꼽히는 마테호른을 품고 있는 체르마트. 다음날 아침, 마테호른에 오르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미국의 대형 영화사인 패러마운트의 심벌 로고로 유명한 마테호른은 ‘영혼이 깃든 산, 전설의 산’으로 이미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체르마트 시내 어디서나 보이는 우뚝 솟은 마테호른은 마치 이 도시의 수호신인 듯하다. 마테호른에 오르기 위해 ‘마테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라는 리프트에 몸을 싣고 스위스에서 아홉 번째로 높다는 해발 4478m의 마테호른 봉우리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곤돌라에서 리프트로 갈아타기를 몇 번, 약 40분이나 지나서야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전망대 ‘클라인 마테호른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마테호른은 시내에서 바라보던 마테호른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봉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솜털 같은 구름은 마테호른을 더욱 신비하고 웅장하게 만들고 있다. 구름 속에 싸인 신비한 자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황홀경에 오감이 즐거워진다.이 가운데 서 있는 필자는, 마테호른의 웅장하고 영험한 기운에 서서히 동화되면서 영혼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글·사진 전광용 이오스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