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위기 가능성으로 리스크 증가 신흥시장 투자와 해외부동산은 각광계(視界) 제로’. 전문가들의 내년도 재테크 시장 전망이다. 워낙 변수가 많고 곳곳에 대형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한마디로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경제의 바로미터인 증권가에선 요즘 자신 있게 연말 및 연초 주가 수준을 제시하는 시장 전략가가 드물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묵묵부답이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들린다. “시장을 판단하긴 너무 이르다. 더 지켜봐야 겨우 추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증권가를 지배하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비관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나온 전망치의 폭도 예년에 비해 크다. 현대증권은 최근 내년 코스피지수를 1970~2460으로 내다봤다. 최저치와 고점의 차이는 무려 490포인트. 주가지수 수준이 2000을 약간 밑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예상치의 변동 범위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과 교보증권도 이와 유사하다. 악재가 시장에서 무난히 소화될 경우 내년도 코스피지수는 2300~2500에 육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 증권사는 최악의 경우 2000 유지는 고사하고 1700선까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는 견해를 곁들였다.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각종 규제로 주택 상가 토지 시장은 침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주택 시장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주택 담보대출 규제, 부동산 세제 등 수요 억제 요인으로 인해 하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 증시 자금의 부동산 시장으로의 환류 가능성 등이 그나마 위안거리로 꼽힐 정도다.국내 주식의 변동성 확대,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로 인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투자처가 있다. 미술품 와인 등 실물 투자다. 시중의 유동성 증대와 전통적인 재테크 시장을 대변하는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 증대로 인해 이들 실물투자는 내년에도 꾸준히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국내 재테크 시장의 불투명성은 해외 투자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의 영향으로 세계 증시의 위축 가능성이 제기될수록 국내 투자자들의 주요 투자처인 신흥시장의 매력은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최근 특집판에서 미국의 신용 위기가 아시아와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미개척(프런티어) 시장과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신흥시장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헨리 홀 메릴린치 신흥시장 담당 수석은 “미국의 신용 위기 발발 이후 기관투자가들은 미개척 시장과 신흥 시장으로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해외 부동산 투자는 대형 호재를 맞고 있다. 달러 약세와 전 세계 집값 하락, 정부의 해외 부동산 투자 완화 조치까지 3박자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고 있다. 그래서 부자들의 내년 최대 화두는 해외 부동산 투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