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페 페줄로 이탈리아 무역관장의 와인 사랑
세페 페줄로 이탈리아무역관장 사무실은 남대문과 덕수궁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소문 모 빌딩 최고층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는 서울의 옛 정취를 상상하며 갓 볶은 에스프레소 커피와 이탈리아 와인 한 잔으로 망중한을 보내길 좋아한다.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을 찾은 날도 그는 기자에게 키안티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을 내놨다.“한국 표현에 ‘먹어봐야 맛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이탈리아 와인은 먹어봐야 깊은 맛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 이탈리아 와인이 프랑스 와인에 비해 깊이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이탈리아 와인을 제대로 맛보지 못해서입니다.”그는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을 다양성에서 찾았다.“이탈리아 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1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에서 보면 그리스와 함께 와인 역사가 가장 깊은데 이런 긴 역사 동안 포도를 재배해 토착 품종만 500여 개가 넘습니다. 지방과 품종마다 다양한 맛과 향 등을 낸다는 것이 이탈리아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이죠.” 이탈리아 와인이 최근 와인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수입량에서 지난해까지 프랑스 칠레 미국에 밀려 4위를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미국을 제치고 당당히 3위로 올라섰다. 수입 증가율은 112.85%로 국내 수입처 중 1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국내 전체 와인 수입 증가율은 74.85%였다.이탈리아는 500여 종이 넘는 토착 품종 중 300여 품종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전 세계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 품종이 네비올로와 산지오베제다. 피에몬테 지방의 토착 품종인 네비올로는 기온이 낮은 겨울 날씨에 잘 견디는 품종으로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레소나 등이 이 품종으로 만든다.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포도 품종으로 다른 품종의 포도와 혼합해도 깊고 오묘한 맛을 내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 중부지방의 와인들은 대부분 산지오베제를 이용해 고급 와인을 만들고 있다. 산지오베제는 포도송이가 큰 편에 속하는 품종으로 알갱이 색은 보라색이며 과즙은 약간 시면서 달다.아로마 향이 강한 화이트 와인 품종인 모스카토도 유럽 전역으로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달고 맛이 순하며 향이 강하다. 스위트 와인, 스푸만테(스파클링 와인), 파시토(반건조 포도로 만든 디저트 와인) 등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도 모스카토의 특징이다. 이탈리아 최남부 시칠리아 지역의 와인도 인기다. 네로다볼라와 인졸리아가 대표적인 품종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당도가 높고 타닌 성분이 풍부해 초보자들보다는 와인 마니아들이 주로 애용하고 있다.그는 산지오베제 등 국내에 잘 알려진 품종으로 만든 와인보다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이탈리아 토착 품종의 와인을 맛볼 것을 추천했다.“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는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와 인접해 있어 각 나라의 와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합돼 있습니다. 남부에서는 이탈리아 서쪽의 지중해에 있는 사르데냐 지방의 와인이 좋습니다. 사르데냐는 섬의 크기가 시칠리아 정도며 이탈리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힙니다. 이 지방에서 베르멘티노 품종으로 생산된 화이트 와인은 지중해의 꽃향기가 와인에 더해져 부드럽게 깊은 맛을 냅니다.”그는 이탈리아 남부의 지중해식 식단을 최고의 건강 식단이라고 강조한다. 지중해의 보석으로 불리는 크레타 섬 사람들은 칼로리 섭취의 45%를 지방에서 충당한다. 이는 고지방 식사로 유명한 미국인들의 섭취율(35%)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서 불구하고 이 지역 사람들은 심장병, 암, 당뇨병 등의 환자 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프랑스 리옹 다이어트 심장연구소가 1차 심장 발작을 일으킨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지중해식 식단을 제공한 결과 70%가 2년 만에 심장 질환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지중해식 식단의 기본은 야채, 콩, 과일, 견과류, 곡물에 올리브유가 사용되며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주로 애용합니다. 그러나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와인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와인에 함유된 식물 효소 레스베라트롤은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 특효가 있습니다. 몸속에 있는 포화지방산을 밖으로 배출해 주기 때문이죠. 게다가 포도주는 활성산소, 유해산소의 과다 유입을 감소시키는 데도 탁월하죠.”그 자신도 지중해 식단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대신 매일 저녁마다 와인을 두 잔씩 마십니다. 그게 딱 좋은 것 같아요. 그 이상 마시면 일반 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즐겨 마시는 와인은 구조가 단단하고 아로마 향이 깊은 피에몬테 지방 와인입니다.”그는 그러면서 사무실 한쪽에 놓인 ‘정(情)’이라는 글자의 양각 판화를 가리켰다.“한국 친구에게서 선물받은 건데, 전 ‘정’이라는 글자를 참 좋아합니다. 이탈리아에도 이와 비슷한 ‘티볼리아 베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 단어처럼 이탈리아 와인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가 아닐까요.”그는 앞으로 이탈리아 와인을 한국에 알리는 일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는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와 국내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행사를 더욱 많이 열 생각이며 조만간 이탈리아 와인과 관련된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